[밀착카메라] "가지 마, 큰일 나" 들개떼 수십마리…대책 없는 지자체

[앵커]

재개발을 앞둔 인천의 한 폐공장에 들개 20마리가 살고 있는데, 이들을 놓고 주민들이 갈등을 벌이고 있습니다.

"안락사는 안 된다"는 쪽과 "위협이 된다"는 쪽이 엇갈리는 건데, 밀착카메라 이은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입니다.

버려진 공장에 개 수십 마리가 모여 살고 있는 모습.

온라인에선 걱정하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영상 속 공장을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주민 : 먼 데서 한번 보기만 하고 들어가지는 말고. 아주 큰 일 나.]

주민 당부와 함께 도착한 이 곳,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립니다.

영상에 나온 그곳입니다.

저기 컨테이너 같은 것이 널부러져 있고, 그 사이로 개들이 저희를 보고 짖고 있는데, 한 번 가까이 가보겠습니다.

경계심을 드러내는 개들.

그런데 한 눈에 봐도 피부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곳곳엔 악취가 진동하고, 쓰레기와 부서진 콘크리트 잔해들이 가득합니다.

그동안 개들이 어떤 걸 먹고 살았는지 알 수 있는 흔적입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뼈가 이리저리 있고, 벌레도 많이 꼬여있고요.

대야에 빗물이 고여 있는데, 이 물을 먹고 버틴 것 같습니다.

안쪽엔 갓 태어난 새끼들도 보입니다.

관찰 카메라를 설치하고 자리를 피해봤습니다.

곧 어슬렁 거리며 나타나는 개들.

차 한 대가 들어옵니다.

남성은 익숙한 듯 개들에게 간식을 먹여 주더니,

[아이고, 거기 있었어?]

새끼들 먹을 우유도 챙겨줍니다.

다가가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개들 돌봐온 주민 : 내가 얘들 불쌍해 갖고 많이 거둬 줬어요. 지금 공장 다 비워놓고 다 다른 데로 이사 간 거예요.]

터널이 들어설 계획이 세워지면서 공장이 문을 닫았고, 공장에서 기르던 개들만 남겨진 걸로 추정됩니다.

어느덧 스무 마리 대가족이 됐습니다.

[개들 돌봐온 주민 : 절대 안락사 같은 거 시키면 안 되고, 끝까지 그냥 내가 돌볼 생각이에요.]

하지만 못마땅해하는 주민도 많습니다.

[야! 위험해! 비켜!]

[차종수/주민 : 튀어나오면 브레이크 밟고 그러는 거지. 여자들은 혼자 못 다녀, 무서워서.]

더구나 올해 공장이 철거되면, 개들이 민가로 내려올 수 있다는 걱정도 큽니다.

지자체는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입장.

[인천 서구 관계자 : 20마리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보니까…]

결국 동물보호단체가 개들을 잡아 보호하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전국에서 발견된 유기견은 7만 마리, 이 가운데 이 공장 사례처럼 폐업이나 재개발로 생기는 경우도 상당할 걸로 추정됩니다.

[이효정/동물보호단체 '도로시지켜줄개' 대표 : 출산을 하게 될 거고, 그럼 새끼들이 또 태어나게 될 것이고, 입양자를 찾는 게 쉽지 않으니까 이제 안락사가 많이 이루어지고…]

반려견이 유기견이 되고 결국 포획과 안락사로 이어지는 악순환.

버리지 않는 게 최선인데, 사실상 '개인의 양심'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공장을 떠난 누군가는 이들을 버렸고, 다른 누군가는 찾아와 돌봤습니다.

그러나 다시, 이 생명들은 '정리될 운명'에 놓였습니다.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상황들을 그냥 모른 척 하기엔 지금 제 손에 느껴지는 체온이 너무나 따뜻합니다.

[작가 유승민 VJ 장준석 영상편집 임인수 취재지원 권현서]

이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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