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15분’ 휴게시간, 지켜지고 있나요? 폭염경보가 발효된 8일 서울 강남구 한 공사현장에 ‘체감온도 경보’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공사장 관계자는 노동자들이 45분 작업, 15분 휴식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
규개위 반대에 개정 무산
실제 재심사 여부는 안갯속
연일 ‘온열질환 산재’ 속출
구미서 이주노동자 사망
강제조항 없인 예방 못해
계속되는 폭염 속에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는 33도 이상 폭염 상황에서 일할 때 노동자에게 2시간 이내 20분의 휴게시간을 의무 부여하는 방안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경북 구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지난 7일 베트남 국적 20대 노동자가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8일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24분쯤 구미시 산동읍 한 아파트 공사장에서 A씨(23)가 앉은 채로 숨져 있는 것을 동료가 발견해 신고했다. 발견 당시 그의 체온은 40.2도였다. 그날 구미의 낮 최고기온은 37.2도였다. 구미에는 지난달 29일부터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경찰과 보건당국은 A씨의 사망 원인을 온열질환으로 추정했다.
앞서 지난 6일 오전에도 인천 계양구의 한 도로 맨홀 아래 오수관에서 측량 작업을 하던 50대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유독가스 질식에 의한 사고로 추정된다. 폭염 속 밀폐 공간에 대한 안전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규제개혁위원회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 있는 ‘20분 이상 휴식 의무화 조항’을 재검토하라고 권고한 것에 대해 재심사를 요청키로 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폭염이 심해지고 있어 재심사를 요청해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산업안전법이 개정되며 지난달 1일부터 ‘체감온도 33도 이상인 작업 장소에서 폭염 작업을 하는 경우 매 2시간 이내에 20분 이상의 휴식을 제공해야 한다’는 규칙 개정안이 시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규개위는 지난 4~5월 심의에서 노동부에 이 조항의 철회가 필요하다고 했다. 사업주가 이 조항을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이 조항을 위반해 노동자가 사망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는데 이런 제재가 영세·중소 사업장에 부담을 준다는 취지였다. 규개위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법령은 시행될 수 없어 안전보건규칙은 개정 자체가 무산됐다.
노동부가 규개위에 재심사 요청을 했지만 심사가 다시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 규개위 규제 심사에서 같은 안건을 세 번 심의한 사례가 없어서다. 규칙 개정 무산 이후 노동부는 ‘체감온도 33도 이상 폭염 작업 시 2시간 이내 20분 이상 휴식’ 등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사업장을 지도해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을 예방하겠다고 했지만 최근 사례에서 보듯 폭염 속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사망 사고를 막지 못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예방할 수 있는 죽음이었다”면서 “법적인 강제 조항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해당 노동자들은 2시간마다 20분씩 휴식을 취하는 등 최소한의 안전조치를 보장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의 생명보다 규제 완화를 우선시한 결과 노동자들은 폭염 속에서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죽어가고 있다”며 “노동부는 2시간 작업 후 20분 휴식을 포함한 폭염 대응 규칙 개정을 즉각 추진하라”고 했다.
임아영·김현수 기자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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