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무속을 다룬 콘텐츠들이 흥행하고 있다.[사진|넷플릭스 제공] |
악귀를 때려잡는 K-팝 걸그룹에 전세계가 열광하고 있다. 지난 6월 20일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미국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이야기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K-팝 걸그룹 헌트릭스가 악령을 사냥하는 데몬 헌터스(demon hunters)로 활약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악령들의 왕인 귀마가 헌트릭스에 맞서 보이그룹 사자보이즈를 인간 세계에 내보내며 스토리가 전개된다.
작품 전반에는 무속 신앙과 전통문화, K-팝 팬덤의 정체성이 세밀하게 녹아있다. 저승사자, 도깨비, 호랑이 귀신 등 한국적 설화 요소는 물론, 응원봉과 굿즈 같은 K-팝 팬덤 문화를 디테일하게 재현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공개 이후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서 11일 연속 글로벌 전체 시청 1위를 유지하고 있다(7월 2일 기준). OST 앨범 역시 미국 아이튠즈 앨범 차트에서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K-오컬트'의 새로운 장을 열어젖힌 셈이다(표①).
'K-오컬트' 열풍은 이 작품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올해 들어 전통 무속이나 무속인을 소재로 삼은 드라마들이 잇따라 등장하며 콘텐츠 속 무속 세계는 그야말로 전성기를 맞고 있다.
예컨대 현재 방영 중인 tvN 드라마 '견우와 선녀'에서 여자 주인공은 낮에는 고등학생이지만 밤에는 점을 보거나 굿을 하는 무당이다. 죽을 운명에 처한 첫사랑을 구하기 위해 무속 능력을 활용하는 설정이 주요 줄기다. 과거 대중문화 콘텐츠에서 금기시했던 무속이 이제는 청춘드라마에까지 녹아든 모습이다(표②).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
이보다 앞서 방영된 SBS 드라마 '귀궁'은 조선시대 궁궐에 살았던 귀신들의 원한을 풀어주는 무녀 이야기를 그렸다. 이 과정에서 한국전통의 귀신들이 등장하고, 여주인공은 그들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굿을 한다. 귀궁은 최고시청률 11.0%를 기록했고(표③), 견우와 선녀는 방영 2회 만에 케이블ㆍ종편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한동안 외면받고 터부시되던 무속이 K-콘텐츠의 중심부로 들어온 지금, 젊은 세대가 이 낯선 세계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그 답을 젊은 세대가 겪는 불안과 불확실성에서 찾는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MZ세대가 현재의 불안함이나 미래의 불확실성으로 무속 기반 콘텐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정치권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서, 사람들이 일종의 '대중요법'을 찾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젊은 세대의 심리적 니즈와 완성도 높은 콘텐츠가 맞물리며 무속이 더 이상 음지의 것이 아닌 가까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역시 젊은 세대 앞에 놓인 막막한 미래와 연결지었다. "사회 시스템에 절망한 사람들이 불안을 달래기 위해 운명과 미신에 기대는 경향이 있다. 이같은 현실이 무속 콘텐츠 인기와도 이어진다."
그는 이어 "지금 인기 있는 작품들의 경우 한국 무속의 디자인적ㆍ시각적 요소를 신선하게 그려내면서 국내 젊은세대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얻는 것으로 보인다"며 "무속 관련 콘텐츠 제작과 수요는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고 말했다(표④).
굿을 하는 무당을 여자 주인공으로 내세운 tvN 드라마 ‘견우와 선녀’의 한 장면. [사진 | 뉴시스] |
물론 MZ세대를 파고든 무속 열풍이 긍정적인 평가만 받는 건 아니다. 몇몇 전문가는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무속 문화를 콘텐츠적 요소로만 소비한다면 본래 의미가 퇴색하거나 왜곡될 수 있다는 거다.
곽금주 서울대(심리학)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무속 문화의 역사적 맥락이나 배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은 채 단순한 '볼거리' '판타지'로만 소비하면 실제 무속 신앙과 문화를 오해하기 쉽다. K-무속을 담은 콘텐츠들이 흥행하고 있는 만큼 제작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⑤)." K-무속은 과연 반짝 인기에 그칠까 아니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낼까.
김하나 더스쿠프 기자
nayaa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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