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핀테크&블록체인 책임교수 |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는 주체는 다양하다. 테크 기업, 금융회사, 탈중앙화 자율조직(DAO) 등이 대표적이다. 테더는 USDT를 발행하며 세계 최대 규모의 디지털 달러 유통량을 관리하고 있고, 서클은 미국의 규제를 기반으로 USDC를 발행하며 투명한 회계 시스템과 미국 국채 기반의 준비금 운용을 강조한다. 메이커다오는 이더리움 기반의 탈중앙화 조직으로, 과잉 담보와 스마트 계약을 통해 1달러 가치를 유지하는 스테이블 코인인 DAI를 발행한다. 이들 발행기관은 스테이블 코인 유통량에 따라 확보되는 준비금 자산을 단기 국채나 머니마켓펀드 등에 운용하여 수익을 창출한다. 스테이블 코인 생태계는 발행자뿐 아니라 유통과 활용의 여러 단계로 구성된다. 중앙화 거래소(CEX)와 탈중앙화 거래소(DEX)는 주요 거래 창구이며, 메타마스크, 트러스트월렛과 같은 지갑은 사용자 접근성과 활용성을 높인다. 특히 미국 국채와 연계된 스테이블 코인이 많아, 글로벌 자금이 디지털 자산을 통해 미국 재정시장에 유입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동시에 관련 산업도 함께 발전하고 있다. 송금, 결제, 보안, 데이터 분석, 자산관리, 규제기술(RegTech)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스테이블 코인을 중심으로 새로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처럼 스테이블 코인은 단일한 화폐나 기술이 아니라, 복합적인 글로벌 금융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의 글로벌 확산은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새로운 자산 활용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가격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시세차익보다는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주요 목적이다. 사용자는 디파이(DeFi) 플랫폼에 코인을 예치하고 연 4~10% 수준의 이자를 기대하거나, 유동성 공급, 실물 자산 연계형 상품 참여 등을 통해 수익을 얻는다. 실제로 가장 큰 수요층은 변동성을 피하려는 기관 투자자와 헤지펀드, 고물가 국가의 개인 투자자들이다. 미국·유럽 금융기관은 유동성 보관 수단으로 활용하고, 베네수엘라·아르헨티나 등에서는 일반 시민들이 자산 보호를 위해 디지털 달러로서 스테이블 코인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2025년 6월 17일 미국 상원은 'GENIUS 법안(Guiding and Establishing National Innovation for U.S. Stablecoins Act)'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스테이블 코인 발행기관에 대해 회계감사, 고객 자산 보호, 일대일 준비금 보유 등의 엄격한 요건을 부과한다. 특히 준비금 자산은 반드시 현금 또는 미국 단기 국채 등 고유동성 자산으로 보유해야 하며, 자산 구조에 대한 월간 공시 의무와, 발행 규모가 일정 수준을 초과할 경우 연간 회계 감사도 의무화된다. 은행이 아닌 기업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합법적으로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되며, 발행 규모에 따라 주(state) 또는 연방 차원의 규제를 받게 된다. 이 법안에서 주목할 점은 스테이블 코인을 단순한 민간 발행 토큰이 아닌, 공공성과 금융 인프라적 성격을 동시에 지닌 디지털 화폐로 간주했다는 점이다. 특히 준비금을 미국 국채에 기반하도록 명시함으로써, 스테이블 코인을 통해 글로벌 자금이 미국 국채시장으로 유입되는 통화 전략적 구조를 제도화했다. 이는 미국이 디지털 자산 영역에서도 '디지털 달러 패권'을 확립하려는 명확한 의지를 반영하고 있으며, 디지털 자산을 통화정책·재정시장·국제 금융 질서의 축으로 편입시키려는 미국의 중장기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스테이블 코인의 세계화는 이제 단순한 기술 트렌드가 아니라, 글로벌 금융 주도권을 둘러싼 전략적 경제 경쟁의 일부가 되었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명확한 제도적 틀도, 통화 주권을 지킬 디지털 전략도 없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지금 정부와 정책 당국은 스테이블 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을 정식 금융체계로 편입할 수 있는 법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며, 이는 금융 산업 육성을 넘어서 금융 주권과 국가 신뢰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전략적 대응이 되어야 한다. 아울러 민간의 기술력과 시장 주도 역량을 활용하여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 또는 한국형 디지털 자산의 글로벌 사용 가능성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규제기관에 머물 것이 아니라 촉진자이자 전략 조율자로의 역할 전환이 요구된다.
김선미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핀테크&블록체인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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