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조선비즈 언론사 이미지

‘환매 조건’ 미분양 매입?…건설사 ‘도덕적 해이’·지방 주택경기 침체까지 ‘첩첩산중’

조선비즈 김유진 기자
원문보기
지난 2월 경기도 고양시 한 부지에 세워진 서울 분양 아파트 견본주택 모습. /연합뉴스

지난 2월 경기도 고양시 한 부지에 세워진 서울 분양 아파트 견본주택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지방의 준공 전 미분양 아파트를 분양가의 절반 가격으로 사들인 뒤 준공이 되면 건설사에 이를 되파는 ‘미분양 안심 환매’ 사업이 초기 단계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건설사의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라는 이유로 정부의 미분양 안심 환매 사업 예산이 15% 넘게 감액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방 주택 시장의 경기 회복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까지 나오면서 이 정책을 통해 미분양 문제가 제대로 해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 나오고 있다.

8일 국토교통부와 국회에 따르면 국토부의 2차 추가경정예산 중 미분양 안심 환매 사업의 예산이 16% 감액된 2500억원으로 확정됐다. 당초 정부는 이 사업의 예산을 정부 출자 2000억원, 기금 융자 1000억원 등 총 3000억원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국회는 건설사의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면서 500억원의 예산을 깎았다. 국회는 “건설사가 미분양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공급해도 정부가 매입해주는 도덕적 해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기업의 단기적 유동성 문제만 해결해주는 미봉책에 불과하므로 감액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미분양 안심 환매는 지방의 준공 전 미분양 주택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가의 50% 수준에 매입한 뒤 준공 후 사업 주체가 환매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정부가 미분양에 타격을 입은 건설사의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한 차례 도입된 바 있다. 정부는 미분양 안심 환매 사업을 통해 연 평균 3000가구씩, 2028년까지 1만가구를 매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방의 준공 전 미분양은 5월 기준 2만8975가구다.

지난 3일 부산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노동자들이 뜨거운 햇빛 아래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부산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노동자들이 뜨거운 햇빛 아래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입장에서는 사업을 위한 초기 예산부터 감액되면서 준공 전 미분양에 대한 환매 조건부 매입 사업의 추진 동력이 떨어지게 됐다. HUG는 사업 목표치 수정이 없을 시 자체적으로 사업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미분양 안심 환매 사업에서 정부가 예상한 주택 매입 단가가 2011년보다도 낮다는 점도 이번 사업 추진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토부는 준공 전 미분양 아파트 호당 매입비를 2억4400만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금융위기 시기에 실시한 환매조건부 미분양 매입 정책에서 평균적으로 아파트를 매입한 가격 2억5300만원(2011년 기준)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공사비 상승으로 인해 분양가가 크게 오른 상황이다. 전국 평균 민간아파트 분양가는 2012년 3.3㎡당 840만원에서 올해 5월 1932만원으로 2배 이상 폭등했다.

현실적이지 않은 주택 매입 단가로 인해 정부가 계획했던 미분양 해소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정된 재원에서 예상했던 수준보다 높은 매입 비용을 부담할 경우 준공 전 미분양 매입 목표치를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매입 대상 주택의 면적이나 지역을 과거와 동일하게 유지하더라도 그간 분양가가 크게 상승함에 따라 매입비용의 증가가 불가피하다”며 “준공 전 미분양 상태로 남아있는 물량의 상당수는 입지 등 아파트의 상품성에 비해 상대적인 분양가가 높아 시장에서 선택을 받지 못한 물량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매입가의 기준이 되는 분양가에 대한 사전 조사가 엄밀히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방 부동산 시장의 회복 속도가 미분양 안심 환매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 부동산 침체가 지속되면 건설사들은 정부에 판 주택을 되사들이지 않고 손실을 50% 수준에서 확정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환매 조건부 미분양 매입 정책이 시행됐을 당시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외부적 충격에 의한 급격한 위기였고 유동성 공급 등을 통해 빠르게 회복세를 보인 바 있다. 당시 지방 주택 시장은 혁신 도시 개발, 산업단지 조성 등 각종 국책 사업의 추진을 바탕으로 점진적 회복세가 유지됐고, 건설사들은 환매기간 내에 분양을 완료하고 자금을 회수했다.

그래픽=손민균

그래픽=손민균



그러나 이번에는 정부가 지방의 미분양 주택을 사들인다고 하더라도 건설사들이 환매기간 내에 분양을 완료하고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현재 다주택자와 서울 등 수도권을 대상으로 강력한 대출 규제가 시행되면서 ‘똘똘한 한 채’ 현상이 강화됐다. 지방 부동산 시장의 회복을 위한 정교한 대책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또한 과거와 달리 지방 주택 시장의 미분양 원인은 지방 소멸 위기, 원자재 가격 인상, 수요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과잉공급 등 복합적·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장기적 침체가 우려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미분양 안심 환매 사업은 궁극적으로 주택 시장 자체가 좋아져야 돌아가는 것”이라며 “건설사들은 준공 전 HUG에 (미분양 주택을) 넘겨서 고비를 넘기고 그 주택을 다시 사올 때 HUG에서 사온 가격 이상으로 팔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환매가 순환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그러나 주택 경기가 나빠지면 HUG에 싸게 판 걸로 손실을 확정 지으려고 할 수 있다”며 “주택 시장, 특히 지방 주택 경기가 좋아져서 (분양을) 소화할 만한 상황이 돼야 이 사업이 제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김유진 기자(bridge@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손예진 현빈 아들
    손예진 현빈 아들
  2. 2하나은행 사키 신한은행
    하나은행 사키 신한은행
  3. 3김동완 가난 챌린지 비판
    김동완 가난 챌린지 비판
  4. 4쿠팡 정부 진실 공방
    쿠팡 정부 진실 공방
  5. 5황하나 마약 투약 혐의
    황하나 마약 투약 혐의

조선비즈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