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7월7일(현지 시각) 워싱턴 백악관 블루룸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 중 발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7월7일(현지시각) 상호관세 부과 유예 시한을 다음달 1일까지 연장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등 14개국에 다음달 1일부터 상호관세 25%를 부과하겠다고 내용의 서한도 공개 발송했다. 다만 각국이 무역장벽을 철폐할 경우 관세율 조정이 가능하다고 덧붙여 협상 여지를 남겼다. 사실상 협상 기한 3주 연장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지난 4월9일 서명한 관세 부과 유예 행정명령의 ‘미 동부시간으로 7월9일 0시 1분까지’를 ‘8월1일 0시 1분까지’로 연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파트너들과의 협상 상황에 대한 정보를 포함해 다양한 고위 당국자로부터 받은 추가 정보와 권고사항을 바탕으로 연장이 필요하고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행정명령 수정 서명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14개국에 공개적으로 ‘관세 서한’을 보내 ‘8월1일’부터 25~40%의 국가별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통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2시20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재명 대통령을 수신자로 한 서한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서한에서 “오랜 시간 지속되어온 매우 지속적인 무역 적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러한 적자는 한국의 관세 및 비관세 정책과 무역 장벽에 의해 야기된 것이다. 우리의 관계는 불행히도 상호적이지 못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1일부터 한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며, 이는 모든 품목별 관세와는 별개로 적용되는 것”이라며 “관세 회피를 목적으로 우회 수출되는 제품도 이 높은 관세의 대상이 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5%라는 수치는 한국과의 무역 적자를 해소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수치”라며 “만약 한국 또는 한국 기업이 미국 내에서 제조 또는 생산을 하기 원한다면 관세가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러한 과정을 신속하고, 전문적이며, 일상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몇 주 이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경우 관세가 인상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이 관세를 인상하고자 하는 어떤 이유가 있다면, 그 인상분은 우리가 부과하는 25%에 추가될 것”이라며 “미국은 감당할 수 없는 무역 적자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는 미국 경제뿐 아니라 국가 안보에도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협상을 통해 조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한국이 지금까지 폐쇄되어 있던 시장을 미국에 개방하고, 관세 및 비관세 정책과 무역 장벽을 철폐하길 원한다면, 우리는 재조정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관세는 양국 관계에 따라 상향 또는 하향 조정될 수 있다. 결코 미국에 실망하지 않으실 것”이라고 밝혔다.
7일 미국 워싱턴 디시(D.C.) 백악관에서 열린 브리핑 중 캐럴라인 레빗 대변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에게 보낸 서한을 들어 보이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
이렇게 되면서 한국은 협상 마감시한을 3주 이상 확보하게 됐다. 지난 4월 발표한 상호관세율 25%가 인하되지 않고 그대로 적용됐는데, 일본 등 몇 개국은 인상됐다는 점에 비춰보면 최악은 피했다고 볼 여지도 있다. 다만 한국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자동차 등에 부과된 ‘품목별 관세’에 대해선 협의 대상이 아니라고 재차 강조한 것으로 해석돼 협상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상호관세 유예 연장은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국 등 14개국에 상호관세율을 통보하는 형식을 취하면서도 발효일을 ‘다음달 1일’로 적시해 사실상 연장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후 이런 내용을 반영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이를 공식화했다.
이날 대통령실은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난 뒤 자료를 내고 “(루비오 장관이) ‘한국을 포함해 주요국 대상 관세 서한이 오늘 발송되었으나 실제 관세 부과 시점인 다음 달 1일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양국이 그 전까지 합의를 이루기 위해 긴밀히 소통해 나가길 바란다’고 했다”고 전했다. 상호관세가 발효되는 시점을 다음달 1일로 한 것이 ‘협상 기간 연장’이라는 점을 미국이 명확히 한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이날 보도참고자료에서 상호관세 부과가 연기된 점을 강조하며 “협상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협상 마감시한이 연장됐다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등 14개국 정상을 수신자로 한 서한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잇따라 공개했는데, 1호와 2호로 일본과 한국을 택했다. 가까운 동맹국이지만 대미 최대 무역흑자국인 두 나라를 본보기 삼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다른 나라의 협상 결과를 살핀 뒤 천천히 대응하자’던 기존 방침을 고수해도 될지 판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정부가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는 자동차, 철강 등에 부과된 품목별 관세 완화와 관련해선 미국의 완고한 태도가 재차 확인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국 정상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상호관세는 품목별 관세와는 별개로 적용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역장벽을 철폐할 경우 서한의 내용(관세율)은 조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 출신인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이날 언론에 배포한 성명에서 “미국이 일본·한국의 높은 우선순위인 자동차 등 232조 품목별 관세에 대한 철회에 열려있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한국 정부는 상호관세율을 최저치(기본관세율인 10%)로 낮추는 한편, 자동차(25%), 철강 및 알루미늄(각 50%) 관세를 면제받거나, 최소한 경쟁국보다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반면 한미경제연구소(KEI) 탐 래미지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서신 말미에 언급한 ‘조정 가능성’에 품목별 관세도 포함될 수 있다고 해석된다”며 “품목별 관세는 미국의 특정 산업 이익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 한국산 철강, 자동차부품 등은 미국 업체에도 필요하다. 한국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협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상호관세는 자의적이라 기준선을 정하기 쉽다. 반면 품목별 관세는 전문적이고 복잡한 협상이 필요하다. 따라서 협상 마감 기한을 연장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협상 마감일이 ‘다음달 1일’로 설정되면서 양국간 정상회담 시기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간 담판을 선호하는만큼 협상 진전 정도에 따라 마감일을 앞두고 양국 정상이 만나 최종 담판을 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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