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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살배기가 '대마 곰젤리' 먹고 쓰러져… 태국, 대마 규제 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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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 후에도 고열·환각·환청 시달려
일반 젤리와 모양 비슷해 섭취한 듯


지난해 7월 태국 방콕의 한 노점에 대마 성분이 포함된 젤리가 진열돼 있다. 방콕=허경주 특파원

지난해 7월 태국 방콕의 한 노점에 대마 성분이 포함된 젤리가 진열돼 있다. 방콕=허경주 특파원


태국에서 두 살배기 여아가 대마 성분이 들어간 곰 모양 젤리를 먹고 의식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어른이 방치한 마약성 물질이 어린이 생명을 위협한 사건에, 태국 내 반(反)대마 여론이 다시 들끓고 있다. 태국 정부는 규제 고삐를 더욱 바짝 조이기로 했다.

7일 방콕포스트와 공영 PBS방송 등을 종합하면, 지난 2일 태국 북부 치앙마이의 한 병원에 32개월 난 A양이 긴급 이송됐다. 유치원에 등원한 아이가 눈을 반쯤 감은 채 축 처져 있는 등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자 이상을 감지한 교사가 부모에게 연락해 병원으로 데려간 것이다.

A양은 병원에서 대마 성분에 의한 급성 중독 진단을 받았다. 입원 중 한때 의식을 잃기도 했다. 이틀 뒤 퇴원했지만 같은 날 오후 고열과 환각, 환청 증세가 다시 나타나 수 시간 만에 다시 입원해야 했다. 의료진은 “신경학적 후유증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2일 태국 치앙마이의 한 병원에서 A양의 아버지가 대마 젤리를 섭취해 입원한 딸을 안고 있다. 태국 방송 채널7 캡처

2일 태국 치앙마이의 한 병원에서 A양의 아버지가 대마 젤리를 섭취해 입원한 딸을 안고 있다. 태국 방송 채널7 캡처


사건은 전날 열린 삼촌의 생일 파티에서 발생했다. 당시 참석자 중 누군가가 향정신성 화학물질 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THC) 성분이 함유된 대마 젤리를 두고 갔는데, 다음 날 A양이 등원 도중 섭취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대마 젤리는 외관상 시중에서 판매되는 일반 젤리와 거의 구분이 어려웠다. 아이가 무심코 입에 넣었을 가능성이 크다. A양의 아버지는 “대마 제품이 어린이들에게 중대한 위해가 될 수 있다. 정부가 엄격하게 통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태국 사회는 다시 충격에 빠졌다. 태국은 지난 2022년 아시아 최초로 대마를 비범죄화했지만, 이후 향락용(기호용) 사용이 크게 늘고 청소년 대마 흡연이 10배 증가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했다. 논란이 커지자 태국 정부는 최근 '의사 처방이 있는 경우에만 사용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정책 선회에 나섰다.


지난해 4월 한국인 남매가 태국 여행에서 사은품으로 받은 공룡 모양 대마 성분 함유 젤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4월 한국인 남매가 태국 여행에서 사은품으로 받은 공룡 모양 대마 성분 함유 젤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번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면서,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솜삭 텝수틴 태국 보건 장관은 “아동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고강도 단속을 예고했다.

태국에서는 유사 사례가 반복돼 왔다. 2022년에는 방콕에서 3세 남아가, 2023년에는 롭부리에서 8세 여아가 대마가 함유된 젤리를 먹고 구토와 의식 저하 증상을 보여 병원 치료를 받았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4월 태국 여행 중 사은품으로 받은 공룡 모양 젤리를 귀국 후 섭취한 20·30대 남매가 복통을 호소해 병원에 이송됐고, 검사 결과 대마 성분이 검출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당시 경찰은 이들이 대마 함유 제품이라는 사실을 몰랐던 점을 감안해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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