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규(국제시사문예지 PADO 편집장)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들에 국방비를 GDP 5%선까지 올리라고 압박한다. 왜 미국이 돈을 써가며 당신네들 안보를 책임져야 하느냐는 이야기다. 한국(2.32%)은 일본(1.8%) 호주(2.02%)보다 많지만 미국(3.4%)보다는 적게 쓴다. 물론 트럼프는 처음에 터무니없이 높게 부른 뒤 협상을 통해 낮춰주는 전형적인 '거래의 기술'을 구사하기 때문에 아마도 5%보다는 낮은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질 것이다. 3%든 4%든 이제 국방비 증액은 주어진 것이라고 할 때 문제는 늘어난 예산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될 것이다. 다음 3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장교와 부사관의 처우개선에 사용하자. 일반 병사들의 월급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장교와 부사관의 처우가 낮아졌다. 평소 병사들을 지휘하고 전시엔 앞장서서 싸워야 할 소대장, 중대장 등 간부들에게 그 역할에 맞는 적절한 대우를 해줘야 할 것이다.
둘째, 이참에 육군 중심에서 육해공 균형으로 국방정책을 전면 개편하자. 과거 한국군은 북한만을 주적으로 삼아 국방정책을 꾸렸다. 하지만 이제는 잠재적 위협이 되는 주변국들과의 무력충돌에도 대비해야 한다. 주변국들은 바다로 연결됐기 때문에 해군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될 것이다. 공군은 그 중요성이 이미 받아들여졌지만 바다의 중요성, 즉 해군의 중요성은 전략적 사고의 대전환을 요구한다. 함정 같은 해군 플랫폼이 좌표가 고정되지 않는다는 전략적 이점도 아직 안 알려졌다. 또 해군은 육군보다 자본집약적이기 때문에 국방비가 대폭 증액된다면 해군력 강화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은 육군, 미국은 해공군'이라는 한미 연합작전의 고정된 방정식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방위산업(방산)을 산업부처가 아닌 국방부가 주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된다. 방산 R&D 예산을 산업부처에서 국방부 소관으로 옮기면 이 예산은 국방비로 잡힐 것이다. 역사적으로 국방부문에서 첨단기술이 나오고 이것이 민간으로 퍼진 경우가 많았다. 인터넷도 국방부문에서 시작했고 에니악 같은 초기 컴퓨터도 탄도계산을 위해 국방비를 들여 개발했다. 제트엔진도 전쟁용으로 개발한 것이 훗날 민간 여객기에 사용됐다. SMR(소형모듈형원자로)도 장시간 작전을 위해 미국, 소련이 해군함정을 위해 개발한 것이 지금 민수용으로 활용을 모색하는 것이다.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같은 첨단 연구기관을 만드는 것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방산을 중심으로 군수-민수 이중용도의 첨단기술 개발을 국방부가 주도하는 것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 경제가 재부흥하는 제2의 산업정책이 될 수 있다.
세계 패권을 노리는 미국과 중국의 이해가 충돌하고 중무장한 남북한이 대치하는 한반도에서 미국보다 국방비를 덜 쓴다는 것은 우리가 봐도 해이한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국방비를 그냥 낭비할 수만도 없다. 국방비를 평화유지뿐만 아니라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R&D 예산 같은 '마중물'로 쓴다면 국방비 증액은 평화유지와 산업발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것이다.
김동규 (국제시사문예지 PADO 편집장)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