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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백악관의 독립기념일 격투기

조선일보 어수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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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일러스트=이철원


트럼프 미 대통령은 2007년 WWE(세계 레슬링 엔터테인먼트) 경기장에서 직접 주먹을 날렸다. 대회 명칭은 ‘억만장자 대결’. 원래는 WWE 회장 빈스 맥마흔과 각각 대리 선수를 내세워 패배한 쪽이 삭발하는 이벤트였는데, 관중석의 트럼프가 뛰쳐나가 맥마흔의 목을 감고 쓰러뜨린 뒤 펀치를 날린다. 지금도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이 영상에서 그는 결국 링 위 의자에 결박된 맥마흔의 머리를 전기 바리캉으로 끝까지 밀어버린다. 물론 사전 각본대로였다.

▶실제 격투인 UFC(종합 격투기 대회)와의 인연도 25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특유의 잔인함과 폭력성 때문에 ‘인간 닭싸움’으로 비난받으며 UFC가 경기장 섭외에 어려움을 겪던 2001년, 트럼프는 뉴저지에 있는 자신의 카지노를 무상으로 빌려줬다. UFC 데이나 화이트 회장은 “아무도 우리를 진지하게 받아주지 않을 때 트럼프만이 문을 열어줬다”고 했다. 둘의 우정은 깊어졌고, 화이트는 세 번의 대선 캠페인에서 한 번도 빼놓지 않고 트럼프 지지 연설을 했다.

▶삭발당한 맥마흔 회장은 그즈음 트럼프 재단에 500만달러를 기부했고, 2013년에는 트럼프를 WWE 명예의 전당에 올렸다. 당연히 미국 대통령 최초다. 트럼프는 빈스 맥마흔의 아내이자 WWE 공동 창업자인 린다 맥마흔을 대통령 1기 때 중소기업청장, 이번에는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UFC 핵심 중계진이자 세계 최대 팟캐스터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조 로건은 이번 유세 기간 내내 열렬한 트럼프의 지지자였다.

▶종합 격투기는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매번 보여준다. 실제로 링에서는 “스스로의 힘으로 성공한다”는 메시지가 반복된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좋아하는 자수성가 세계관과 통하는 면이 있다. 애국심·군인·가족의 가치를 강조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 스포츠의 팬들은 주로 백인 남성·중소도시·농촌 거주자들이다. 트럼프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내년 미국 250주년 독립기념일(7월 4일)에 백악관 잔디밭에서 UFC 경기를 개최하겠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발표했다. 잔디밭에 옥타곤(8각형 링)을 짓고 2만~2만5000명 관중을 초대하겠다는 것이다. 화이트 회장은 소셜미디어에 트럼프가 이 소식을 발표하는 영상을 공유하며 “굉장할 것”이라고 적었다. 뉴욕타임스는 “로마 시대 검투사 쇼”라고 비판했다. UFC는 살벌한 격투로 선수가 기절하거나 피를 흘리는 경우도 있다. 백악관이 그 무대가 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어수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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