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유치원생 70명 집단 납중독... 흰머리 나고 치아 까매져

최소 70명 혈중 납 농도 기준치 초과
구토·어지럼증·복통·과민반응 등 보여
당국 "급식 식품 첨가제 문제 가능성"

중국 간쑤성의 한 유치원에서 납중독이 의심되는 유치원생의 치아 일부가 검게 변해 있다. 중국 지무뉴스 캡처

중국 서북부 간쑤성의 한 유치원 원생들이 단체로 납중독 진단을 받았다. 일부 아이들은 머리카락이 빠지고 치아가 검게 변하는 증상도 나타났다. 혈액 검사 결과 납 농도가 정상 기준치를 초과한 유아들은 최소 70명에 달한다.

7일 지무신문 등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간쑤성 톈수이마이지 지역의 한 유치원생들이 구토와 어지럼증, 복통 등을 호소하고 과민반응을 보이는 등 이상 증상을 보였다. 한 6세 원생은 흰머리가 나고 이가 검게 변하기도 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학부모들이 병원을 찾아 검사한 결과 혈중 납 농도가 정상 기준치를 크게 초과했다는 진단을 받았다.

검사를 받은 74명 중 70명이 납중독으로 판단됐고, 다수 원생의 혈중 납 농도는 200~500㎍/L에 달했다. 중국 당국이 밝힌 어린이 기준 정상 혈중 납 농도는 100㎍/L 이하이고, 미국 질병통제센터 기준으로는 50㎍/L만 넘어도 납중독으로 본다. 입원한 어린이만 최소 수십 명에 달하며 현재까지 해독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학부모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학부모 뤄씨는 현지 언론에 "지난 6개월간 아이가 항상 배와 다리가 아프다고 해 지역에서 검사를 받았으나 의사는 성장기 아동에게 자주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안 씨는 "최근 몇 달간 딸이 이유 없이 화를 내거나 짜증을 냈다"며 "아이 머리카락이 최근 많이 빠져 짧게 잘라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현지 당국은 조사 결과 급식으로 나온 삼색 대추설기와 옥수수 소시지 롤 등 일부 식품에서 첨가제가 초과 사용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난 3일 발표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첨가물이 얼마나 들어갔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베이징= 이혜미 특파원 herstory@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