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이 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사퇴와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
국민의힘이 다시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닷새 전 "코마 상태의 당을 살리겠다"며 혁신위원장 제안을 수락했던 안철수 의원은 위원장 자리를 내놓고 오는 8월 전당대회에 도전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그는 당내 '인적 쇄신' 방안을 두고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와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위원장으로서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당권으로 선회한 것으로 해석된다. 안 의원은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의되지 않은 날치기 혁신위원회를 거부한다"며 "전당대회에 출마해 국민의힘 혁신 당 대표가 되기 위해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메스가 아니라 직접 칼을 들겠다. 당 대표가 돼 단호하고도 강력한 혁신을 직접 추진하겠다"며 "도려낼 것은 도려내고, 잘라낼 것은 과감히 잘라내겠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특히 "무엇보다도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완전히 절연하고, 비상식과 불공정의 시대를 끝내겠다"고 했다.
기자회견은 이날 오전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일부 혁신위원 인선이 의결된 직후 이뤄졌다. 위원 인선을 놓고 갈등이 있었다는 얘기다.
안 의원은 "당을 위한 절박한 마음으로 혁신위원장 제의를 수락했지만, 혁신의 문을 열기도 전에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며 "최소한의 인적 청산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판단 아래 비대위와 수차례 협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혁신위가 닻을 올리지도 못하고 좌초한 결정적 배경은 '인적 쇄신'에 대한 시각차로 보인다. 회견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안 의원은 "이번 혁신위는 반드시 성공해야 하기에 미리 (혁신안 수용에 대한 지도부의) 약속을 받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며 "그래서 인선안이 미처 합의되기 전, 두 분에 대한 인적 쇄신안을 비대위에서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의사를 타진했는데 결국은 받지 않겠다는 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안 의원이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당내에선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전 원내대표 등에 대해 출당 조치를 요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쏟아졌다.
혁신위원 인선에 대한 의견 차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내 인사들에 따르면 안 의원은 최근 이재영 강동을 당협위원장과 박은식 전 비상대책위원의 혁신위 합류를 요청했으나 지도부가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지도부는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송 원내대표는 "안타깝고 당혹스럽다"며 "전당대회에 출마 선언을 할 것이라는 귀띔이라도 있었다면 혁신위 안건을 비대위에서 의결하지 않았을 텐데 다소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안 의원에 대한 비판과 옹호의 목소리가 엇갈렸다. 김대식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페이스북에 "혁신위에서마저 철수하지 말아달라"며 "혁신을 말하던 분이 혁신의 자리에서 가장 먼저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모습을 국민께서 어떻게 바라보시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안 의원께서는 불과 며칠 전 당을 '말기 암 환자'에 비유하며 본인이야말로 유일한 '집도의'라고 말씀하셨다"며 "스스로 수술실 문을 나서며 '칼을 내려놓겠다'는 결정을 국민은 혁신의 결단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친한동훈계로 꼽히는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혁신위원장 인선으로 스포트라이트를 실컷 즐긴 뒤 이제 와서 '친윤석열계가 인적 청산을 거부해 그만두고 당 대표에 나간다'고 하면 그 진정성을 누가 믿어주겠나. 똑같은 꼼수"라며 "최소한의 책임감도 없는 '안철수식 철수 정치', 이젠 정말 그만 보고 싶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안 의원도 혁신위원장 수준의 권한으로 도저히 손을 못 대겠다고 생각해 더 큰 도전을 하려는 것"이라며 "어쩌면 국민의힘에는 계엄 및 탄핵과 단절할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엄호했다.
[김명환 기자 / 최희석 기자 / 박자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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