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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특수학교는 왜 안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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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연 | ‘아들이 사는 세계’ 작가



특수학교 하나를 지을 때마다 지역 주민들의 ‘허락’을 받는 일이 언제까지 지속돼야 할까. 저출산으로 전체 학생 수는 급격하게 줄어가는데 특수교육대상자는 해마다 수 천 명씩 늘어가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제는 다른 방식의 접근법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지난달 21일 서울 성동구에 특수학교(성진학교)를 설립하기 위한 서울시교육청의 주민설명회가 있었다. ‘반대’와 ‘호소’의 목소리가 뒤엉킨 그날 광경은 모두가 짐작하는 그대로다.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현행 확정된 부지가 아닌 더 좋은 부지로 특수학교를 옮기자는 것이다. 8년 전 강서구(서진학교)에서, 지난해 중랑구(동진학교)에서 나왔던 그 말이 이날 성동구에서도 나왔다.



더 좋은 곳으로의 이전, 얼핏 장애가 있는 학생들을 위하는 말같지만 사실은 특수학교 반대를 외치는 이들의 공통된 주장이라고 한다. 실제로 13년 전 설립계획이 발표됐고 8년 전 개교했어야 할 동진학교는 ‘더 좋은 곳으로의 이전’을 외치는 이들로 인해 새로 부지가 선정될 때마다 반대에 부딪혀 아직도 개교를 못 하고 있다.



성진학교 개교 반대 현수막을 보니 ‘성수2지구 명품화위원회’라는 곳에서 특수학교 이전을 촉구하고 있었다. 명품이라…. 이날 설명회장에서도 한 시의원이 특수학교 대신 그 자리에 명품고등학교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수학교가 있는 지역은 명품이 아니게 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특수학교가 2개나 있는 강남구(밀알학교, 서울정애학교)와 역시 2개의 특수학교가 있는 서초구(다니엘학교, 서울나래학교)는 명품 지역구가 아닌 것일까. 일반고 대신 성진학교가 성동구의 자랑인 명품 특수학교로 자리매김하면 왜 안 되는 것일까.



특수학교 설립 때마다 반복되는 상황을 보면서 이제는 국가가 나서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국가에서 해양수산부를 부산으로 옮겨라 하면 옮겨야 하듯, 국가에서 이 부지에 특수학교를 짓겠다 하면 지체 없이 공사가 시작되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주민들 간 갈등만 키우는 공청회와 설명회는 없는 편이 더 낫다. 그리하여 마을 안에 특수학교가 들어서면 그때 알게 될 것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공존해 살아가는 우리 마을이 진짜 고귀한 명품 마을이라는 것을.



‘장애’나 ‘특수학교’가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사실을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다. 나를 포함한 발달장애인의 부모 중 누구도 자녀가 발달장애인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꿈에서조차 해 본 적 없다. 그렇다면 아들은 어떨까. 조산 과정에서의 뇌 손상으로 자신이 발달장애인이 될 것을 아들도 몰랐을 것이다.



‘장애’란 그런 것이다. 남의 일만이 아닌 내 미래 일이 될 수도, 사랑하는 내 가족의 일이 될 수도 있는 게 바로 ‘장애’라는 것이다. 인간인 이상 ‘장애’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다는 그 명백한 사실을 단지 알기만 해도, 더는 특수학교 설립 반대에 한 표를 던질 순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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