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실적' 기록한 LG엔솔, 출하량 늘어난 SK온…주춤한 삼성SDI [소부장박대리]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올해 2분기 잠정실적을 공개한 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 시장 정체기를 뚫고 선방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북미 중심 고수익 프로젝트 물량 증가와 현지 생산 확대 등이 성과를 거둔 덕이다. 최근 SK온도 배터리 출하량이 늘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캐즘으로 우려했던 실적이 반등할지 관심이 쏠린다.

7일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5조5654억원, 영업이익 492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7%, 전분기 대비 11.2%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2%, 전분기 대비 31.4% 증가했다. 이는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3150억원, 에프앤가이드 기준)를 상회하는 '깜짝 실적'이다.

이번 실적에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에 따른 세액공제 금액 4908억원이 반영됐다. 이를 제외한 영업이익은 14억원이다. 이로써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정부의 AMPC 보조금을 제외하고 6개 분기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호실적의 배경으로는 견조한 미국 현지 생산과 고수익 중심 프로젝트가 활발해진 것이 지목된다. 주요 미국 고객사인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향 물량이 우려 대비 견조하게 일어난 가운데, 에너지저장장치(ESS)향 공급이 시작된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의미다. 아울러 미국 홀랜드 공장의 리튬인산철(LFP) 기반 ESS 배터리 생산이 시작된 점도 한몫한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매출은 유럽 시장 둔화에 따라 감소했다. 중국에서 생산하던 ESS 물량을 미국 등으로 이전한 것도 매출 감소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분석된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1분기부터 출하량을 늘려 온 SK온의 실적에도 주목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기록해온 적자를 해소하기는 어려우나 적자 폭 자체는 줄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러한 전망에는 최근 가동을 시작한 현대자동차그룹 미국 HMGMA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가 SK온 전체 매출의 75% 가까이 차지하는 대형 고객사인 만큼, 이들의 현지 생산에 따른 배터리 물량 증가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밖에 포드, 폭스바겐의 일부 전기차 모델 매출도 실적 개선에 기여할 전망이다.

반면 삼성SDI의 실적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삼성SDI의 2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3조5379억원, 영업손실 1570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5% 줄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동안 삼성SDI는 주요 고객사인 BMW와 아우디, 리비안 등의 전기차 매출에 의존해왔지만, 전기차 시장 둔화에 따라 이들의 전기차 판매 증가량이 줄면서 낙폭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또 시장 침체기 장기화로 하이엔드 모델 판매가 줄고 저가형 모델이 증가하는 추세 역시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에 가동 중인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JV) 역시 부담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다. 스텔란티스의 전기차 판매량이 저조하면서 관련 가동률이 올라오지 못하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삼성SDI가 가동률 회복을 위해 일부 라인을 ESS로 전환하고 외부 판매에 나설 수 있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배터리 업계는 하반기부터 ESS가 기회 요소가 될 것으로 봤다. 미국 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ESS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중국 업체의 진입이 여전히 제한되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를 찾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이유에서다.

ESS에 대한 수혜 강도는 배터리 업체별로 크게 엇갈릴 전망이다. 상호관세 유예 시한이 가까워지면서 현지 생산을 일찍 구축한 업체가 우선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아서다. 현재 국내 3사 중 현지에서 ESS를 생산하는 업체는 LG에너지솔루션이 유일하며, 삼성SDI가 ESS로의 라인 전환을 검토하는 상황이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서명한 '원 빅 뷰티풀 빌(OBBB)' 법안이 하반기 반등 가능성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OBBB에는 당초 2032년 종료 예정이었던 대당 7500달러 규모 세액공제 제도를 올해 9월 30일부로 종료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전기차 수요를 높였던 요인이 무려 7년이나 앞당겨 사라지게 된 만큼, 관련 수요 불확실성이 짙어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세액공제가 소비심리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만큼 영향이 없지는 않겠으나, 이미 전기차 업체들이 저가형 등 경쟁력 있는 모델 출시를 고려하는 만큼 영향은 실제로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AMPC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만큼 현지 생산 역량을 빠르게 갖춘 업체들이 이점을 보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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