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청사/전기병 기자 |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입은 뒤 사내에서 차별 대우를 받다가 상급자에게 폭언을 한 직원에게 2개월 정직 징계를 내린 것은 부당하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김준영)는 국내 한 종교재단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징계 재심 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2016년 재단에 입사해 재무 업무를 맡던 A씨는 당시 이사장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뒤 같은 해 9월부터 두 달 간 요양차 휴직에 들어갔다. 이사장은 A씨를 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2019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이 확정됐고, 재단은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 사실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원으로부터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그런데 재단은 이듬해 A씨가 휴직이 아닌 무단결근을 했다며 해고를 통보했다. A씨는 이때부터 재단과 진정·소송 등 다툼을 반복했다. 먼저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 해고 구제 신청을 했고, 중노위가 신청을 인용하면서 A씨는 2019년 4월 다시 출근했다. 그러나 원래 맡던 재무 업무가 아닌 문화기념관 관리·청소 업무에 배치됐고 업무용 컴퓨터와 사무국 출입 권한도 받지 못했다.
이에 A씨는 2021년 재단과 이사장을 고소했다. 법원은 이듬해 ‘직장 내 성희롱 신고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했다’며 각 벌금 200만원의 약식명령 내렸다. A씨는 이후로 재단 측에 여러 차례 원래 부서 복귀 및 업무용 컴퓨터 제공, 사무국 출입 등록을 위한 지문 등록 등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또 다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차별 시정 신청을 넣었다. 지노위는 2022년 10월 재단이 A씨에게 원직에 상응하는 업무를 부여하고 인터넷이 연결된 업무용 컴퓨터를 제공하라는 등의 시정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재단이 2023년 11월 징계위원회를 열어 A씨에게 2개월의 정직 처분을 내렸다. A씨가 재단 기획실장과 다투다 “초등학교부터 다시 다녀라”라고 부적절한 언행을 하고, 무더위에 문화기념관 앞에 호스로 물을 뿌리는 등 19차례 재단 운영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A씨는 중노위에 징계 재심 신청을 했고, 중노위는 징계가 부당하다는 A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단은 정당한 징계라며 중노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이번에 법원도 A씨 손을 들어준 것이다.
재판부는 “A씨 징계 사유 중 기획실장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한 부분을 제외한 다른 행위는 징계 사유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징계 수위에 대해서도 “직장 내 성희롱 이후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고 느끼던 중 기획실장으로부터 폭언을 듣자 하게 된 말로, 경위를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가 차별적 처우를 당하던 중에 발생한 일로 정직을 내린 건 재단이 징계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했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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