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군함도 세계유산 등재 10년 축제 분위기
정보센터 개소했지만, 강제동원 설명 조치 부재
"유네스코와 별도로 대화 공간 유지하는 게 유익"
한일 관계에 대해 협력과 원칙대응, 투트랙 전략을 내세운 이재명 정부의 '실용주의 외교'가 첫 시험대에 올랐다. 군함도가 세계유산에 등재된지 10년째가 됐지만 일본은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를 알리는 전시 등 후속 조치를 여전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 오는 6일(현지시간)부터 열흘간 제47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리는데, 그간 일본의 메이지 산업근대화 시설(군함도)의 후속 이행조치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적이 있었던 만큼, 이번에도 역사 문제를 두고 한일 외교전이 펼쳐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가 원칙 대응 기조를 세운 만큼 일본 역사문제에도 '할 말은 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 홈페이지 등에 따르면 21개국 세계유산위 위원들은 파리에 모여 제47차 회의를 진행한다. 이번 회의에서 일본에 대한 우리 정부의 유감 표명이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군함도는 지난 5일로 세계유산 채택 10주년을 맞았다. 일본은 이를 자축하고만 있을 뿐,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에게 가한 피해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세계유산위에서는 2018년, 2021년, 2023년 일본의 후속 이행조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취지의 결정문을 채택했다. 특히 2021년에 채택된 세계유산위 결정문에는 일본이 도쿄에 정보센터를 설치해 놓고도 '의사에 반해 가혹한 조건에서 노역을 당한'(일본이 인정한 '강제노동' 표현) 조선인들의 피해사실을 포함한 '전체 역사'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이례적인 "강한 유감" 표현이 담겼다.
정보센터 개소했지만, 강제동원 설명 조치 부재
"유네스코와 별도로 대화 공간 유지하는 게 유익"
일본 나가사키항에서 남서쪽으로 약 19km 떨어진 하시마(군함도) 전경. 위키피디아 |
한일 관계에 대해 협력과 원칙대응, 투트랙 전략을 내세운 이재명 정부의 '실용주의 외교'가 첫 시험대에 올랐다. 군함도가 세계유산에 등재된지 10년째가 됐지만 일본은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를 알리는 전시 등 후속 조치를 여전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 오는 6일(현지시간)부터 열흘간 제47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리는데, 그간 일본의 메이지 산업근대화 시설(군함도)의 후속 이행조치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적이 있었던 만큼, 이번에도 역사 문제를 두고 한일 외교전이 펼쳐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가 원칙 대응 기조를 세운 만큼 일본 역사문제에도 '할 말은 할 것'으로 전망된다.
군함도 세계유산 등재 10년…조선인 강제노역 전시는 아직
2022년 7월 4일 촬영된 일본 나가사키현 나가사키시 군함도(일본명 하시마) 모습. 앞쪽 왼쪽에서 두 번째 건물이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 노동자의 숙소로 사용된 66호 건물이다. 하시마=연합뉴스 |
유네스코 세계유산위 홈페이지 등에 따르면 21개국 세계유산위 위원들은 파리에 모여 제47차 회의를 진행한다. 이번 회의에서 일본에 대한 우리 정부의 유감 표명이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군함도는 지난 5일로 세계유산 채택 10주년을 맞았다. 일본은 이를 자축하고만 있을 뿐,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에게 가한 피해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군함도 등 메이지 근대화산업시설 세계문화유산 등재 후 사건 일지. 김대훈 기자 |
세계유산위에서는 2018년, 2021년, 2023년 일본의 후속 이행조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취지의 결정문을 채택했다. 특히 2021년에 채택된 세계유산위 결정문에는 일본이 도쿄에 정보센터를 설치해 놓고도 '의사에 반해 가혹한 조건에서 노역을 당한'(일본이 인정한 '강제노동' 표현) 조선인들의 피해사실을 포함한 '전체 역사'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이례적인 "강한 유감" 표현이 담겼다.
군함도 때는 "노동 강요" 인정... 사도광산 땐 실패
2021년 7월부터 11월까지 서울 용산구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피해자의 목소리를 기억하라, 강제동원의 역사를 전시하라'는 주제의 전시회가 열렸다. 전시에서는 일제강점기 속 군함도(하시마 탄광), 나가사키 조선소, 다카시마 탄광, 야하타 제철소 등으로 강제 동원된 피해자 19명의 증언을 공개했다. 뉴스1 |
한국은 일본을 상대로 2015년 독일에서 개최된 세계유산위원회 막판까지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며 군함도의 유산 등재를 계기로 많은 성과를 거뒀다. 당시 일본은 한국의 이의제기로 위원국들의 기권이 쏟아질 것을 우려했다. 군함도와 야하타 제철소, 다카시마 탄광 등 당시 등재된 시설들은 조선인뿐 아니라 연합군·중국인 포로들도 강제로 동원된 역사 현장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 점을 적극 이용해 "1940년대 일부 시설에서 수많은 한국인과 여타 국민이 본인의 의사에 반한(against their will) 채 동원돼 가혹한 조건하에서 노동을 강요(forced to work)당했다"는 사실에 대한 일본의 인정을 끌어냈다.
일본은 추후 불법성이 명확한 '강제노동(forced labor)'과는 다른 의미라고 주장했지만, 사안의 본질은 전 세계에 각인됐다. 그러나 이후 일본은 등재 조건으로 약속한 강제동원 피해 사실을 알리는 정보센터 설치에 소극적으로 임했다. 5년여에 걸쳐 겨우 만들어진 정보센터에는 오히려 강제동원 사실을 부인하는 진술이 전시되기도 했다.
군함도와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비교대조표. 김대훈 기자 |
반면 지난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사도광산에선 한국과 일본의 우위가 뒤바뀌었다. 일본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시도에 한국도 대응에 나섰지만, 윤석열 대통령 중심으로 한일관계 개선 기류가 두드러진 상황에서 일본의 태도 변화를 견인하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정부는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를 포함한 사도광산 전체 노동자 추도식 등을 약속받는 데 만족해야 했다.
사도광산 이행조치도 시작부터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사도광산 노동자 추도식은 추도사 내용과 행사 명칭을 두고 한일 간 갈등을 겪다가 결국 지난해 한국 측이 참석하지 않기로 했고, 반쪽짜리 행사가 됐다. 추도식은 올해도 치러질 예정이지만, 공동으로 행사가 치러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올해 사도광산 추도식이 당초 예정됐던 7∼8월에는 열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일, 함께 문제 푸는 구조 필요...장기적 관점 대응을"
이제 관심은 이재명 정부의 대응 수위가 어떨지에 쏠린다. 일본도 세계유산위 위원국인 만큼, 논의가 이뤄진다면 양국 간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이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정상통화와 회담을 통해 협력기조를 확인하긴 했지만 '과거사는 과거사대로' 다루겠다는 정부의 기조를 엿보게 될 대목이다.
다만 유네스코 안에서의 외교전은 일본의 태도를 변화시키는 데 구조적 한계가 명확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는 규정상 △유산의 훼손 △보전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 등에만 극히 제한적으로 등재 취소를 한다. 더구나 '역사 해석'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경향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사안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이미 등재가 이뤄진 군함도·사도광산 문제를 한일 간 주요 쟁점으로 만든다고 해서 개선될 가능성은 낮다"며 "유네스코에서의 논의는 유네스코 안에 두면서 대화의 공간을 계속 유지해나가는 게 더 유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7월 방위백서와 8월 종전 80주년 등 앞으로 한일이 충돌할 현안은 산적해 있다"며 "일단 연말까지는 문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상호 신뢰를 구축해야 역사 관련 보완조치도 대화해 나갈 공간이 생긴다"고 조언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