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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기준이 달라진 시대… 집중해야 할 것[2030세상/박찬용]

동아일보 박찬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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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용 칼럼니스트

박찬용 칼럼니스트

지난달 25일 개봉한 영화 ‘F1: 더 무비’는 글로벌 손익분기점을 쉽게 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극장 수익 추이로는 투자금 회수 수준의 흥행이 예상된다. 제작비가 약 3억 달러(약 4096억 원)로 추산되니 기존의 영화 수익모델을 생각하면 흥행 성적은 미미한 수준이다. 그렇다고 흥행 실패라 볼 수는 없다. 영화 흥행 성공의 근본적인 목표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마케팅 면에서 이 영화는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간접광고(PPL)다. 배우 브래드 피트가 속한 레이스팀은 영화 속 가상의 팀이다. 그런데 그 가상의 팀 후원사들은 현실의 기업들이다. 이들은 실제로 예산을 써서 PPL에 참여했다. F1의 주관사인 국제자동차연맹(FIA)도 제작을 지원했다. 이러한 영화의 ‘마케팅 파트너’들이 올려주는 수익 역시 영화 수익의 일부다.

이 영화는 후원사와 F1의 홍보 마케팅을 넘어 기술의 홍보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는 애플이 투자했다. 투자자 애플은 영화의 콘텐츠와 자사의 기술을 연동시켰다. 신형 아이폰을 통해 실제 자동차 경주처럼 진동이 울리는 ‘햅틱 예고편’을 볼 수 있다. 애플의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를 쓰면 주인공이 달리는 아부다비 트랙 주행을 체험 영상으로 볼 수도 있다. 영화를 개봉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애플이 후속편 제작을 검토 중이라는 기사가 나왔다. 실패한 영화라면 그럴 리 없다.

시계 분야를 오래 취재한 내게 이 영화가 흥미로운 점은 또 있었다. 주인공 역의 피트는 IWC라는 브랜드의 손목시계를 차고 나온다. 피트의 시계는 문자판 색이 보통 시계와는 다르다. 영화를 위해 만든 1000개 수량의 한정판이다. IWC는 피트가 속한 팀의 스폰서라 경주차에도 브랜드 로고가 노출됐고, 팀 스태프들도 모두 IWC 시계를 찬다. 이는 시계 회사의 마케팅인 동시에 잘된 현실 고증이다. 실제로 F1 팀에 시계 스폰서가 붙을 경우 주요 스태프들이 모두 그 회사의 시계를 찬다. 현실 고증과 마케팅의 물아일체화가 오늘날의 비즈니스다.

이런 것들이 모여 지난 시대와 성공의 개념 자체가 달라진다. 영화뿐이 아니다. 오늘날의 제품들은 기존 제품과 겉으로 같아 보여도 속으로는 수익 및 사업구조가 재편되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는 기계 제조업이었다가 차량 캐피털이라는 금융업과 합쳐진 뒤 이제는 차내 내장 컴퓨터로 사용자의 빅데이터를 모아 다른 비즈니스로 응용하는 모빌리티 비즈니스로 전환되고 있다. 이 전환기에서 인공지능(AI)과 같이 사무직 노동을 대체하는 도구가 널리 쓰이고, 그렇게 세상이 깊은 곳에서부터 개편된다.

‘F1: 더 무비’에서 피트가 팀에 활기를 불어넣는 방법은 고전적이다. 중요한 가치를 팀원과 공유하고 그를 향해 헌신하는 것뿐이다. AI, 경기 불황, 국제 정세 불안 등 우리 발아래에 있는 세상이 뿌리째 흔들리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런 때일수록 자신의 일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도 분명해진다. 영화 속 피트는 여러 부침을 겪으며 레이스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고, 그 레이스에 대한 사랑이 믿을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영화 밖 세상도 비슷하지 않을까.

박찬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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