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코미디기술 쓴 금개 작가 ⓒ정멜멜 |
원소윤이 ‘잘해야 한다’는 코미디 능력주의자라면, ‘생방송 여자가 좋다’라는 팟캐스트를 통해 퀴어 만담 코미디를 4년간 매달 펼쳐온 금개는 코미디 ‘성찰주의자’다. 퀴어 팟캐스트 진행자 금개가 웃기는 법을 알려주는 자기계발서로 오인 가능한 제목의 책 ‘적정 코미디 기술’(오월의봄 펴냄)을 썼다. 웃기는 기술을 알려고 책장을 펼쳤다가 ‘웃기는 태도’를 배우게 되는 이 책은 코미디 인권 에세이에 가깝다. 금개에게 물었다. 어떻게 웃겨야 상대방이 불쾌하지 않을까.
—웃기려다가 상대방을 불쾌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괜히 오랜만에 만난 상대방과의 어색한 분위기를 깨려다, ‘얼평’(얼굴 평가) 같은 쓸데없는 말만 하게 된다.
“사실 나는 놀리는 것을 좋아한다. 코미디에는 ‘로스팅’(roasting)이라는 형식이 있다. 직역하면 ‘굽기’인데 아슬아슬한 주제로 상대방이 열받게 슬슬 놀린다는 점에서 실제 굽는 행위와 비슷하다. 그런데 잘 구우려면 상대방을 사랑해야 한다. 굽기는 사회성 장르다. 놀려도 되는 결점이 뭔지, 무엇에 기분 나빠하는지, 절대 건드리면 안 되는 부분이 있는지, 상대가 가벼운 장난을 웃어넘길 체력이 있는지, 지금 취약한 상태인지,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관심이 있어야 한다. 놀리려는 사람과 나(놀리는 사람)의 관계와 힘의 방향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무슨 행동을 해도 수긍할 수밖에 없는 관계라면 ‘놀림’은 더는 ‘코미디’가 아니게 된다.”
—책에서 코미디는 “업보를 쌓는 일”이라고 썼다. 남에 대해, 세상만사에 대해 불특정 다수를 향해 과하게 말을 발사하며 경계를 넘는 일이 위험한 구석을 건드릴 수도 있다. 실제로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 등에서 지역 비하 발언으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위험을 감수해야만 하는 코미디”를 하는 이유는 뭔가.
“책에도 썼는데 이태원 참사 생존자로서 ‘제가 참사 생존자인가요’를 쓴 김초롱씨의 북토크에 간 적이 있다. 김초롱 작가가 참사 이후 예능프로 ‘무한도전’을 틀어놓았다가 문득 깨달았단다. 아무도 나를 놀리지 않는다는 걸. 그 가볍고 장난스러운 행위가 너무나 그리웠다고 말했다. 코미디를 통해 위험을 감수하고 침범하고 사과하고 용서하고 회복까지 허용하는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 한편으로 코미디는 내가 불편하거나 고통스럽거나 듣기 싫은 이야기도 ‘웃기는 형식’으로 할 테니 한번 들어보라고 말하는 ‘말걸기의 기술’이기도 하다. 성폭력 피해 경험, 소수자로서의 고통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스탠드업코미디 신에서는 이런 이야기들도 낙차를 이용해 전달한다.”
—책을 쓴 것도 더 많은 사람에게 말걸기를 하고 싶어서인가.
“레퍼런스(참고 문헌)를 남기려는 것도 있다. 소수자 마을 주민들은 별로 웃을 일이 없다. 그런데 이렇게 서로를 살살 구우며 웃을 수 있다고 알려주고 초대하고 싶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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