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검찰 고칠 의사 되고 싶지만 장례식 담당 장의사라도 잘해보겠다"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지난 4일 취임사를 "검찰이 지금까지 말을 못 해 국민들한테 불신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말을 실천하는 행동이 필요한 때이기 때문에 실천으로 보여주겠다"고 했다. (SBS 갈무리) ⓒ 뉴스1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자신의 손으로 정치 검찰, 권력 검찰 시대를 끝내고 다음 세대에 제대로 된 검찰을 넘겨주겠다고 다짐했다.

임 지검장(사법연수원 30기)은 일요일인 6일 오후 SNS에 "2018년 2월 서지현 검사의 미투로 발족한 진상조사단이 차려진 동부지검에 참고인으로 출석했었다"며 "2018년 그때라도 제대로 고쳤다면, 수사구조 개혁의 해일이 이처럼 거세게 밀려들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검찰이라는 이름이 사라질 위기는 검찰 스스로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임 지검장은 "인천세관 마약 밀수 사건 수사 (외압을 폭로한) 백해룡 경정에게 내부고발자로서 흔들리지 말고 가야 할 길, 계속 함께 가자고 당부하는 의미에서 (채 해병 순직 수사를 맡았던) 박정훈 대령과 함께 동부지검으로 격려 방문 와 줄 것을 부탁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저는 검찰을 고치는 의사가 되고 싶었지만, 능력 부족으로 검찰 장례를 치르는 장의사가 되겠구나고 생각한 지 오래됐다"며 자신의 내부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은 검찰 조직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한 시대를 잘 마무리 지어야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고 강조한 임 지검장은 "장의사 역시 너무도 막중한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씩씩하게 계속 가보겠다"며 검찰이 수사와 기소라는 양날의 칼을 내려놓고 기소, 공소 유지라는 다른 임무의 시대로 가는 길을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임 지검장은 지난 4일 취임사에서 ""검찰이 그동안 해온 봐주기 수사와 거짓말에 대해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며 "검찰이 수술대 위에 놓인 상황이어서 바뀐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해체에 가까운 개혁을 당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검찰이 해체 위기를 스스로 불러온 만큼 그 후과를 감당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buckbak@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