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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검사직 걸고 널 구속시키겠다”…선 넘은 보이스피싱 가스라이팅 사태의 전말

매일경제 양세호 기자(yang.seiho@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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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사칭에 30대 직장인 4억 피해
‘특급 사건’에 계좌 도용됐다며
무죄 입증 위해 돈 입금 요구
심리적·감정적으로 지배당해 속아

피해자 “잠 못 들 정도로 괴롭다”


서울강서경찰서. [연합뉴스]

서울강서경찰서. [연합뉴스]


보이스피싱 범죄가 기승을 부리며 그 수법도 다양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단순히 1회성으로 돈을 뜯어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피해자를 심리적 지배 상태(가스라이팅)에 빠트린 뒤 스스로 감금 상태에 이르게 하고 지속적으로 돈을 뜯어내는 조직형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피해자는 금전적인 어려움 뿐만 아니라 심정적으로 비참함을 느끼며 고통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5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등으로 4억원의 피해를 본 30대 직장인 A씨는 지난달 말 사기와 전기통신금융사기 등으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현재 경찰은 A씨에게서 접수한 내용을 토대로 범죄에 사용된 계좌를 추적 중이다.

A씨는 검사를 사칭한 남성에게 “계좌가 도용됐으니 피해자 입증을 해야 한다”며 호텔 등에 5일간 감금돼 있었다. 검사를 사칭한 남성과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한 남성은 지속적으로 “당신이 무죄임이 입증돼지 않았다”며 A씨에게 돈을 뜯어 갔다.

이들은 A씨에게 사칭한 기관의 대표번호로 연락해 ‘특급 사건’으로 기밀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사, 금감원 직원, 경찰 등을 사칭하며 포렌식 등으로 A씨의 휴대전화를 감시해 기밀사항 유출 혐의로 구속할 수 있다고 위협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이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A씨 회사에 해당 사실을 알려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협박하거나 가족을 거론하며 위협하기도 했다. 이들은 팀을 꾸려 시나리오에 따라 A씨를 압박하면서 피해자가 자신들을 믿을 수 밖에 없도록 상황을 이끌어갔다. A씨는 “돈을 빌려준 가족, 지인 등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며 “솔직히 살면서 내가 당할 것이라고 생각도 못 했다”고 말했다.

“계좌가 범죄에 연루됐다…특급사건 엠바고 준수해달라”
A씨에 대한 범죄는 전화 한 통에서 시작됐다. 지난달 중순 A씨는 ‘등기우편이 반송됐으니 받을 수 있는 날짜를 정해달라’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A씨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자, 상대방은 문자를 통해 홈페이지 주소를 남겼다.

해당 홈페이지엔 ‘특급사건’이라며 ‘A씨의 계좌가 불법 사기 사건에 연루돼 조사받고 있다’는 내용의 공문이 게재돼 있었다.


이후 A씨는 검찰청 검사를 사칭한 남성에게 전화를 받았다. 남성은 “계좌가 사용되지 않았다는 입증은 본인이 직접해야 한다”며 “특급사건이니 엠바고를 준수해야 하고 절대 어디에 말하지 말라”고 얘기했다.

해당 남성은 A씨에게 수사를 위해 새로운 휴대전화를 개통하라고 지시했다. 남성은 추후 영수증을 청구하면 휴대전화 개통비 등은 다 돌려받을 수 있다며 A씨를 안심시켰다.

“금감원 출입허가증을 받아오지 못하면 구속하겠다”
A씨는 보이스피싱 일당의 지시를 받고 인근 호텔로 이동했다. 그들은 A씨가 새로 개통한 휴대전화에 원격조종 애플리케이션 등을 설치하도록 했다. 당시 A씨는 경찰 사이버수사대 직원을 사칭한 자와 소통했다고 한다.


이후 검사를 사칭한 남성은 A씨에게 “조사를 받기 위해 금감원에 방문해야 하니 출입 허가 신청을 넣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금감원의 출입 허가가 반려됐다.

해당 남성은 “A씨가 말하지 않은 내용이 있다고 금감원이 출입 허가를 반려했다”며 “어떻게든 출입허가증을 받아오라”고 억지를 부렸다.

금감원을 사칭한 직원은 A씨에게 “출입 허가가 안되니 조사를 위해 일정 기간 보호관찰을 받으라”고 압박했다. 검사를 사칭한 남성은 A씨에게 욕설과 함께 “정말 구치소에 들어가고 싶어서 금감원 출입허가증을 못 받아 왔냐”고 윽박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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