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가부키초 중심 호스트클럽 수백개 달해
고민 들어주고 술잔 기울이며 수천만원 벌어
신규 고객 대부분은 소득 낮은 젊은 여성들
“남성 존중 못받는 日여성…클럽서 위로받아”
빚 쌓인 여성들 대상 성매매 강요 등 범죄도
참의원 선거 앞둔 정치권, 본격 규제 움직임
고민 들어주고 술잔 기울이며 수천만원 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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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부키초 거리에 설치된 호스트 클럽 홍보 전광판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 |
매주 금요일 밤 10시가 되면 일본 도쿄 최대 유흥가인 가부키초 거리는 일제히 조명이 커지며 낮보다 더 밝아집니다. 바에 들어서면 은은한 샹들리에 불빛이 내리쬐는 각 테이블마다 정장을 입고 한껏 꾸민 남성들이 여성들과 대화를 나누며 술잔을 기울이는 풍경이 펼쳐집니다. 이곳에서는 여성 고객들이 남성 접객원들과 어울리며 그 대가로 돈을 지불합니다. 가부키초 거리에만 이 같은 호스트 클럽이 수백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부키초 호스트 클럽 ‘아이 혼텐’에서 최고 수입을 올리는 호스트 중 한 명은 “출근길 지하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축 늘어진 샐러리맨처럼 보이거나 냄새나는 사람에게 돈을 쓰는 손님은 없다”며 “몸매부터 옷차림, 거기서 풍겨오는 향기까지 모든 것을 철저히 관리하면서 내 앞에 마주 앉은 ‘공주님’에게 진심 어린 관심을 보여줘야 한다”고 블룸버그에 전했습니다.
일본에서 인기인 남성 호스트 클럽은 지난 1960년대 후반 최초로 등장했습니다. 아이 혼텐이 위치한 도쿄 신주쿠의 가부키초 거리는 호스트 산업의 중심지로 꼽힙니다. 이곳에서 여성 고객들은 호스트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대화하는 대가로 최소 수십만원에서 수백~수천만원까지 지불합니다. 호스트 클럽은 성적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고 주로 감정 노동과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는 형태의 운영을 원칙으로 합니다. 지명도가 높은 호스트는 한 달에 최소 1000만원 이상을 버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이 혼텐의 경우 새로운 고객에게 약 1시간 동안 여러 호스트를 소개해주는 ‘입문 세션’을 제공하는데 기본 요금은 21달러(약 2만8000원)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세션 이후 여성 고객은 마음에 든 호스트를 지명해 시간을 보내고 비용을 지불합니다. 고가의 샴페인을 주문하는 고객들을 위한 ‘샴페인 콜’이라는 이벤트도 있는데 이때 클럽 내 모든 호스트들이 모여 노래를 부르며 ‘공주님’의 방문을 축하하는 공연을 엽니다.
여성들이 호스트 클럽을 계속 찾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사회생활을 하며 겪는 고민이나 스트레스를 토로하면 이를 경청한 호스트는 여성 고객에게 위로와 칭찬을 더하며 ‘존중받고자 하는 욕구’를 채워주기 때문입니다. 호스트 클럽을 찾는 대다수 여성 고객들은 성장 과정에서 가족이나 직장 문제 등으로 외로움을 느끼는데, 호스트 클럽에서 자신의 고민에 귀를 기울이는 호스트를 보면서 마음의 치유를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 주오대의 야마다 마사히로 사회학 교수는 “많은 일본 여성들은 직장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자신의 삶 속에 있는 남성들로부터 존중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다른 곳에서 인정받기를 원하게 된다”며 “호스트 클럽이 그 대안 중 하나가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호스트 클럽 비용을 지불하지 못한 여성 고객들이 성매매 강요를 받는 상황을 보도하는 일본 언론 [사진 출처 = NHK] |
이처럼 138억달러(약 19조원) 규모 일본 유흥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며 성장해온 호스트 클럽은 최근 일본 정부 단속의 표적이 됐습니다. 호스트 클럽이 촉발한 여성 성매매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부유한 상류층 여성들을 대상으로 했던 호스트 클럽은 팬데믹 이후 손님층 변화를 겪었습니다. 코로나19가 호스트 클럽을 중심으로 확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제적 여유가 있던 상류층 여성들은 방문을 끊기 시작했습니다.
그 빈 자리는 젊은 저소득층 여성들이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 저임금 서비스 업종에 종사자인 이 여성들은 호스트 클럽 방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자의 또는 타의로 성매매에 나서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도쿄 경찰에 따르면 2023~2024년 가부키초 거리에서 성매매를 알선하다 체포된 여성들 중 3분의 1은 호스트 클럽에서 생긴 빚을 갚기 위해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부키초 거리에서 성매매를 알선하는 여성들이 급증하는 현상은 일본 전역에서 뉴스로도 다뤄지고 있습니다. 최근 범죄 증가로 공공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성매매 알선 등 관련 범죄 급증은 일본 시민들의 범죄 확산 우려에 불을 붙이고 있습니다. 일본 내 범죄 발생 건수는 세계적으로는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지난 2022년 이후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조직범죄 집단의 개입도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일부 호스트 클럽은 비용을 지불하지 못한 일부 여성 고객들을 ‘스카우트’라 불리는 중개인에게 연결해 성매매나 성인영상 관련 일자리를 소개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각에서는 엔화 약세로 외국인들의 일본 여행이 급증하는 가운데 일본이 잠재적으로 ‘성관광을 위한 목적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달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일본 정치권은 표를 얻기 위해 호스트 산업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정치 자금 스캔들과 급등하는 식료품 가격 등으로 인한 지지율 하락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일본 정치권은 지난 5월 고객이 지불하지 못한 호스트 클럽 비용을 갚기 위해 성매매를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만장일치로 가결된 해당 법안은 지난달부터 시행됐습니다. 법안에는 연애 감정을 가장하는 기만적 수법으로 고객으로부터 돈을 받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이 같은 새로운 규제 흐름에 호스트 클럽도 대응에 나섰습니다. 신규 고객의 경제적 능력을 미리 파악하고 고객이 무리하게 빚을 지면서까지 돈을 쓰지 않도록 내부 고객 응대 매뉴얼을 수정하고 있습니다. 아이 혼텐의 경우 지난해부터 고객들의 외상 결제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모든 호스트 클럽이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시오무라 아야카 의원은 “호스트 산업에서 결국 담보처럼 이용당하고 있는 것은 저소득층의 젊은 여성들”이라며 “이런 불법적인 시스템이 선진국에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매일 쫓기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알면 알수록 더 좋은 국제사회 소식.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 주의 가장 핫한 이슈만 골라 전해드립니다. 단 5분 투자로 그 주의 대화를 주도하는 ‘인싸’가 될 수 있습니다. 읽기만 하세요. 정리는 제가 해드릴게요. 박민기의 월드버스(World+Universe)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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