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실패를 살펴보는 것은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AI 오답노트'는 AI와 관련한 제품과 서비스, 기업, 인물의 실패 사례를 탐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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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버튼. 게티이미지뱅크 |
'긴급상황, 긴급상황.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1983년 9월 26일 자정이 막 지났을 무렵. 러시아 모스크바 남서쪽 비밀 벙커 세르푸코프-15에 요란한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소련의 조기경보시스템이 미국이 발사한 5기의 ICBM을 탐지했다고 보고한 겁니다. 벙커는 혼돈에 빠졌습니다.
당시 44세였던 스타니슬라프 페트로프 공군 중령은 그날 당직 근무 중이었습니다. 그는 몇 분 안에 판단하고 결론을 내려야 했죠. 시스템상의 발사 감지, 재확인 절차를 거쳤습니다. 눈앞의 상황판은 다섯 발의 미사일이 모스크바로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페트로프에겐 따라야 할 규정이 있었습니다. 경보 사실, 재확인 결과를 상부에 보고해야 했습니다. 그러면 소련 지도부는 '핵미사일로 반격하라'는 지시를 내릴 것이 불 보듯 뻔했죠. 페트로프는 온몸이 굳었습니다.
"뜨거운 프라이팬에 앉아 있는 느낌이었다.
엄청난 압박감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날 수조차 없었다"
엄청난 압박감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날 수조차 없었다"
다른 당직자들이 패닉에 빠져있는 사이, 페트로프는 정신을 가다듬었습니다. 그는 생각했습니다.
"미국이 정말로 모스크바를 향해 핵 공격을 시작한다면…
단 5발이 아니라 훨씬 큰 규모로 했을 텐데…"
단 5발이 아니라 훨씬 큰 규모로 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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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니슬라프 페트로프. 그의 영웅적 행보는 뒤늦게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각종 인권상을 받고 UN 표창도 받았으나 겸손했다. 그는 말년에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저를 영웅이라고 하는데, 사실 조금 놀랍습니다. 한 번도 제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그저 제가 해야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국제비영리단체PSR. |
페트로프는 조기경보시스템 코드 개발에 참여하기도 한 컴퓨터 기술자였습니다.
"그리고 왜 공중 경보시스템만 울리는 거지?
육상 레이더는 아무런 공격 징후를 포착하지 않고 있는데?"
육상 레이더는 아무런 공격 징후를 포착하지 않고 있는데?"
마침내 페트로프는 상부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는 '미국이 핵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컴퓨터 시스템 오작동입니다"라고 했죠.
최초 경보 후 20분이 지났습니다. 소련 영토에 떨어진 미사일은 없었습니다. 페트로프의 판단이 옳았던 겁니다.
잘못된 경보는 소련 위성이 구름에 반사된 햇빛을 잘못 감지한 탓이었습니다. 이날의 일은 1998년에야 비밀해제됐고, 독일 일간지 빌트 보도로 세상에 알려지게 됐죠.
만약 페트로프가 경보, 매뉴얼에 따라서만 행동했었다면 오늘 이 순간은 없었을 겁니다.
완벽한 시스템의 치명적 실패 : 항공기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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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447편의 잔해를 수습하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
2009년 6월 1일, 대서양 상공에서 비행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프랑스 파리로 향하던 에어프랑스 447(AF447)편이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것이죠. 전체 탑승객 228명 중 생존자는 없었습니다.
기체 '에어버스 A330'은 당시 가장 안전한 항공기 중 하나였습니다. 최첨단 자동조종시스템이 달려있었죠. 1970년대 이후 발생한 항공기 사고가 대부분 인간의 실수에 의해서 발생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었고, 이후 항공기들은 자동조종시스템에 크게 의존하게 됩니다. 이 시스템은 너무도 완벽해서, 조종사들은 별다른 걱정을 할 필요조차 없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