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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18년 난임 부부, AI기술 덕에 임신 성공

동아일보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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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비아대, 행성탐지 기술 착안

현미경으로도 검출 어려웠던 정자

AI로 1시간만에 44개 찾아 수정

의학계 일각 “추가검증 필요” 신중

남편의 무정자증으로 18년간 아이를 가지지 못했던 미국의 한 난임 부부가 인공지능(AI) 기술의 도움으로 임신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의료진이 식별하지 못했던 극소량의 정자를 AI가 찾아낸 까닭이다.

3일(현지 시간) CNN 등 미 언론에 따르면, 18년간 임신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던 한 부부는 올 3월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난임센터가 개발한 AI 기반 ‘정자 추적 및 복구(Sperm Tracking and Recovery·STAR)’ 기술을 이용한 체외수정(IVF)으로 첫아이를 갖게 됐다.

신분을 밝히지 않은 이 부부는 그간 전 세계의 난임 클리닉을 방문해 15번이나 IVF 시술을 시도했다. 하지만 남편의 정액에 정자 수가 거의 없다시피 한 무정자증으로 번번이 실패했다. 일반적인 정액 샘플에는 수억 개의 정자가 포함되지만, 무정자증 환자의 샘플에는 2∼3개만 있어 전문가가 현미경으로 몇 시간 동안 들여다봐도 검출이 어렵다. 정자는 인간의 신체에서 가장 작은 세포다.

문제를 해결한 것은 AI다. 컬럼비아대 난임센터는 AI 기반 STAR 기술로 남편의 정액 샘플에서 숨겨진 정자를 검출했다. STAR 기술은 정액 샘플을 통과시킬 수 있는 특수 칩과, 정자 세포를 감지하도록 5년간 학습시킨 AI 알고리즘을 활용한다. 정액 샘플을 칩에 흘려보내면 AI는 현미경과 연결된 고속 카메라로 1시간에 800만 개 이상의 이미지를 촬영한 뒤 이를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정자로 추정되는 세포를 인식한 AI는 이를 연결된 세관(細管)으로 분리해 낸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분리된 소수의 정자는 보관, 냉동 또는 난자 수정에 사용될 수 있다. 이번에는 AI가 검출해 낸 정자 3개를 난자에 수정한 결과 아내가 임신에 성공했다. 출산 예정일은 올해 12월이다.

이 기술은 천체물리학자들이 AI를 사용해 새로운 별과 행성을 탐지하는 데서 영감을 받았다. 개발을 주도한 제브 윌리엄스 컬럼비아대 난임센터장은 CNN에 “숙련된 기술자가 이틀간 (정액) 샘플을 살펴도 정자를 찾지 못했는데, AI는 단 1시간 만에 44마리를 찾아냈다”며 “AI는 말 그대로 게임 체인저”라고 강조했다. 개발팀은 이 연구개발 성과를 공개해 다른 난임센터들과 공유할 예정이다.


다만 이번이 첫 사례라는 점에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생식의학회 차기 회장인 로버트 브래니건은 워싱턴포스트(WP)에 “겉보기에는 유망하지만 데이터를 추적하고 더 연구해야 한다”며 “다른 병원에서도 결과가 유지되는지 추가 테스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난임 시술 같은 생식 의학에 AI 적용을 서두르는 것이 환자들에게 잘못된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웨일 코넬 의대의 난임 시술 전문가 잔피에로 팔레르모 교수는 “일부 남성들은 인간이든 기술이든 누가 검증해도 정자가 없을 수 있다”며 AI 기술이 난임 분야에서 모든 걸 해결하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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