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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성심당, 그리고 줄 서는 아침의 의미…'지역민의 자부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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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C뉴스] 6월의 어느 주말 아침. 대전 중구 은행동 골목 어귀에선 이른 시간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성심당이다.

오전 8시를 갓 넘긴 시간. 성심당 본점 앞은 이미 수십 명으로 북적였다. 삼삼오오 친구들과 웃으며 기다리는 이들, 아이 손을 잡고 선 엄마, 혼자 조용히 핸드폰을 보며 순번을 기다리는 이들까지.

서울에서 내려왔다고 밝힌 한 관광객은 "성심당을 방문하기 위해 이른 시간부터 내려왔다"며 웃었다.

하지만, 이 빵집 앞 풍경은 단지 인기 맛집의 전형이 아니다. 줄을 서며 체감한 성심당의 위상은, 한 도시의 역사와 자존심이 겹쳐진 상징 같았다.

성심당의 DNA, 밀가루 두 포대에서 시작하다

1956년. 6·25전쟁 직후 피란민이었던 창업자 임길순 씨는 대전역 앞 천막에 밀가루 두 포대를 놓고 찐빵 장사를 시작했다. 지금은 '튀김소보로'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지만, 그 시작은 생계형 '작은 가게'였다.


하지만 그 가게는 오늘날, 하루 수천 명이 찾는 대전의 대표 브랜드가 됐다. 그리고 이 브랜드는 단순한 맛의 문제를 넘어, 지역민의 자부심으로 자리 잡았다.


성심당의 간판 메뉴 '튀김소보로'는 1980년 처음 출시된 이후 누적 판매량이 1억 개를 넘겼다. 이 빵은, 그 자체로 역사다.

딸기 시루 케이크 역시 이름에 얽힌 비하인드가 있다. 본래는 '스트로베리 쇼콜라'라는 세련된 이름이었지만, 아내의 제안으로 '딸기 시루'로 바꾼 뒤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하루 1,000개가 넘게 팔렸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2005년, 성심당은 큰 화재를 겪었다. 공장과 본점이 전소됐고, 존폐 위기까지 몰렸다. 그러나 직원들은 복구작업에 자발적으로 뛰어들었다.

화재 후 6일 만에 다시 단팥빵이 구워져 나오는 기적이 일어났다.

빵으로 나눈 진심, 성심(誠心)의 경영


성심당은 지금도 매달 수천만 원 어치의 빵을 기부하고 있다. 남는 빵을 버리지 않고 사람들과 나누는 문화는 창업 초부터 내려온 전통이다.

환경을 위한 노력도 꾸준하다. 우유갑 분리수거, 비닐 줄이기 등 '에코성심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과 함께 숨 쉬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


문이 열리고, 사람들은 하나둘 매장 안으로 들어간다. 짐을 옆에 두고 빵을 고르는 사람들, 가족 사진을 남기는 관광객, "다음엔 부모님도 꼭 데려오고 싶다"는 목소리. 성심당 앞 풍경은 그 자체로 대전이라는 도시의 브랜드 중 하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성심당은 빵을 굽고 있다. 그 빵 하나하나에 녹아 있는 진심은, 줄을 선 이들의 시간만큼 따뜻하고 오래간다. 성심당은 단지 맛있는 빵집이 아니라, 도시의 시간을 굽는 '기억의 공장'이다. 대전의 중심에서, 사람들의 아침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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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C뉴스ㅣCBCNEWS 권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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