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디브리핑] 軍, 지뢰밭 뚫고 북한 민간인 1명 신병 확보
지난해 10월17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해안가 인근에서 북한군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 사진=뉴스1 |
지난 3일 새벽 3시 최전방 중서부전선인 경기 연천~파주의 비무장지대(DMZ). DMZ 내 군사분계선(MDL·휴전선) 인근에 평소와 다른 움직임이 포착됐다.
우리 군의 열상감시장비(TOD)에 포착된 형상은 사람의 발걸음. TOD는 물체에서 나오는 적외선을 탐지해 야간에도 사람과 동물의 움직임을 구별해 포착할 수 있는 장비다.
사람으로 보이는 물체는 휴전선 이남 지역 근처까지 다가왔고, 우리 군도 움직임을 실시간 식별·탐지했다. 이 사안은 육군 모 사단 지휘통제실을 시작으로 합동참모본부와 국방부 등에 순차 보고됐다.
군은 TOD에 포착되는 움직임이 명백한 사람이라고 판단했다. 자발적 귀순부터 휴전선 침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색대 대원들을 중심으로 한 작전팀이 구성됐다. 미상의 인원은 휴전선 인근 수풀이 우거진 곳에 몸을 숨겼다.
한반도 군사분계선(MDL)/그래픽=윤선정 |
그는 새벽이 지나 해가 뜬 한낮에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움직임의 반경은 10m 수준이었다. 수풀이 우거진 지역에 앉거나 누우면서 우리 군이 움직임 포착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날 저녁 7시50분쯤 해가 졌다. 날이 어두워 지는데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자 군은 야간에 작전팀을 투입하기로 했다. 육군 중사를 팀장으로 한 작전팀은 밤 11시쯤 100m 넘는 거리에서부터 정체 미상의 사람과 접촉했다.
"누구냐"
북한 측 인원은 경계심 속에서 우리 군을 향해 말했다. 작전팀은 "대한민국 국군이다. 우리가 안전하게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긴장감 속에서도 북한 측 인원은 우리 군의 명령을 별다른 저항 없이 따랐고, 곧바로 수심 1m 정도의 하천을 넘었다.
20시간이 넘는 '유도 작전'이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작전 지역은 지뢰 매설 위치가 확인되지 않은 지뢰밭이기도 했다. 언제든 인명 사고의 위험이 있는 지역이란 뜻이다.
북한 측 인원은 비무장 상태였고 스스로 민간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 민간인이 남하해 온 지역은 미확인 지뢰가 있었지만 하천 특성상 흙이 드러나 있어 지뢰를 피하는 게 아주 까다로운 편은 아니라고 합참은 설명했다. 지뢰 등의 위치를 파악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인이 아니거나 북한군에서 군복무를 마친 인원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자발적 귀순 가능성도 있다.
군이 신속히 작전을 펼치는 동안 북한 측에선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고 한다. 현재 북한 민간인은 국가정보원 등 관계기관에서 심문 등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 4일 합동참모본부(합참)에 따르면 전날인 3일 밤 중서부 전선에서 북한 인원 1명이 MDL을 넘어왔다. 이 인원이 군인인지, 민간인인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
휴전선을 넘어 북한 인원이 귀순한 사실이 공개된 것은 지난해 8월20일 이후 약 320일 만이다. 당시 강원 고성 지역 휴전선을 넘어 북한군 1명이 귀순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 북한 민간인이 우리 군에 의해 신병이 확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북한 민간인이 넘어온 지역은 최근 북한군이 철책·방벽 설치 작업 등을 실시하고 있는 지역은 아니다. 북한은 지난해 4월부터 DMZ 북한 측 지역과 휴전선 인근에 다수의 병력을 투입해 삼중 철책과 대전차 방벽 등을 설치하고 있다.
겨울철에는 작업을 잠시 멈췄다가 지난 3~4월부터 작업을 재개했고 최근에는 남북 접적지역 5~6곳에 약 1000명을 투입해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북한군의 철책·방벽 작업은 2023년 12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공언한 '적대적 두 국가론'에 따른 후속조치로 풀이된다.
군 당국은 이번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병력에게 포상할 예정이다. 합참 관계자는 "야간에 DMZ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작전을 수행한 장병들에게 감사하다"며 "작전을 잘 수행한 인원들에 대해서 군이 포상을 하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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