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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누구나 주역이 될 수 있다…강소기업들의 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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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시장에서 상위권 대기업의 실적은 악화됐지만 여러 중소기업은 눈부신 약진을 했다. 2025년 5월 말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화장품미용산업박람회 및 국제건강산업박람회’를 찾은 외국인 관람객들이 케이(K)뷰티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화장품 시장에서 상위권 대기업의 실적은 악화됐지만 여러 중소기업은 눈부신 약진을 했다. 2025년 5월 말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화장품미용산업박람회 및 국제건강산업박람회’를 찾은 외국인 관람객들이 케이(K)뷰티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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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케이(K)뷰티’란 말이 유행했다. 외국 관광객이 우리나라 화장품을 많이 사가고 수출도 잘되면서 생겨난 신조어였다. 대장주인 엘지(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이 그 전성기를 이끌었는데, 요즘 이 기업들의 실적 수치를 보면 이제는 다소 퇴색된 느낌이다.



LG생활건강은 2021년만 해도 연매출 8조원에 1조3천억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달성했고 시가총액도 27조원이 넘었다. 그러나 불과 3년 만에 매출액은 1조원 이상 줄었고 영업이익은 4천억원대로 내려왔다. 이에 시가총액도 5조원대로 내려앉았다.







에이피알·달바글로벌 급성장







쌍벽이던 아모레퍼시픽도 마찬가지다. 매출액 5조원, 시가총액 26조원이 넘던 이전 모습은 사라졌고 지금은 매출액 3조원대, 시가총액은 8조원대에서 움직인다. 과거에는 중국인 관광객이 우리나라에 오면 화장품을 보따리로 사가곤 했는데 이제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화장품 시장 전체가 침체에 빠진 것은 아니다. 상위권 기업의 실적이 악화됐을 뿐, 여러 중소기업은 그사이에 눈부신 약진을 했다.



대표적으로 ‘메디큐브’라는 브랜드로 유명한 기업 에이피알(APR)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업력이 11년밖에 안 됐는데 2024년 매출액 7227억원, 영업이익 1227억원을 달성했다. 최근에는 불과 2년 만에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82%, 213%나 급증했다. 2024년 주식시장에 상장할 때의 공모가액보다 주가가 147%나 오르면서 시가총액 4조7천억원대의 회사가 됐다.



2025년 5월에 상장한 달바글로벌도 비슷하다. 이 회사의 미스트(분무 화장수) 제품이 승무원의 필수템으로 알려지면서 회사 실적이 급격히 늘고 있다. 설립 9년차인 2024년에 매출액은 전년 대비 50% 이상 늘어난 3091억원을 달성했고 영업이익도 85% 늘어난 598억원을 창출했다. 상장 뒤 주가는 공모가액의 두 배 이상에서 형성됐고, 에이피알을 부지런히 뒤쫓는 모양새를 보인다.



두 회사의 2025년 1분기 보고서를 보면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9%, 72% 증가한 것으로 나온다. 두 회사 모두 수출 비중이 71%, 56%로 높은 점도 눈에 띈다. 경기불황에 소비재가 악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졌지만 이 회사들은 불황을 피해갔다. 같은 분기에 LG생활건강의 매출액이 2%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이렇게 큰 기업들이 쇠퇴하고 신생기업들이 치고 올라오는 이유는, 화장품 업계의 진입장벽이 매우 낮아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화장품을 만드는 기술이나 공장이 없어도 누구나 자유롭게 오프라인 플랫폼과 쿠팡·네이버쇼핑 같은 수많은 온라인 시장에서 화장품을 판매할 수 있다. 화장품을 기획·디자인·개발·생산까지 다 해주는 전문 제조기업들로부터 상품을 매입해 브랜드를 붙여 잘 팔면 된다. 브랜딩과 마케팅 능력만 있다면 해볼 만한 사업이 된 것이다.



실제로 가수 홍진영은 아이엠포텐이라는 화장품 회사를 설립했다. 걸그룹 출신 전소미는 글맆이라는 메이크업 브랜드를 론칭했다. 모두 화장품 제조사로부터 상품을 사와서 판매하는 방식이다.



대기업도 이와 마찬가지다. LG생활건강의 2024년 말 재무제표를 보면 판매하기 위해 보유한 제품은 2176억원치인데 상품은 4489억원이나 된다. 제품은 LG생활건강이 직접 제조했다는 의미이고, 상품은 매입해서 판매한다는 것을 뜻한다. 즉, 만들어 파는 것보다 사와서 파는 것이 두 배나 많다. LG생활건강 같은 대기업도 화장품이나 생활용품을 직접 만들기보다는 잘 만드는 회사의 상품을 사와서 브랜딩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시장 환경이 이렇다보니 대표 화장품 전문 제조기업인 한국콜마와 코스맥스의 실적이 매우 좋다. 최근 5년 동안 매출 감소 없이 모두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인다. 화장품 가게에서 상품 하나를 선택한 뒤 포장지를 살펴보면 제조원이 두 회사 중 하나일 가능성이 크다. 그 정도로 시장지배력이 큰 기업들이다.



앞서 본 달바글로벌도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자체 생산설비 없이 외주가공 형태로 생산한다고 공시했는데, 한국콜마와 비앤비코리아가 주요 제조사로 참여한다. 비앤비코리아는 하이트진로 관계사인 서영이앤티가 2024년 지분을 인수했다. 전혀 다른 업종에 속한 기업이지만 워낙 화장품 제조사들의 실적이 좋고 성장성이 높아 인수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전문제조사를 가리켜 오디엠(ODM·연구개발생산) 기업이라고 한다.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인 오이엠(OEM)과 유사한 개념이지만 업무 범위는 훨씬 넓다. OEM 기업은 주문업체의 설계도에 따라 외주생산을 전문적으로 해준다. 이에 비해 ODM 기업은 직접 제품을 개발해 해당 기술을 소유한 상태에서 거래처의 주문에 따라 원하는 제품을 판매한다. 즉, 화장품 판매사는 ODM 기업이 잘 만들어온 제품에 브랜드를 입히고 마케팅을 해서 잘 팔기만 하면 된다.







ODM 기업에 주목







ODM 기업은 어느 정도의 자본력과 기술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아 업체 수가 한정적이지만 판매사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계속 늘어날 것이다.



새로운 사업자와 브랜드의 진입이 계속돼 ODM 기업들은 앞으로도 실적이 잘 나올 것이다. 반면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들은 계속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그 와중에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고 기존에 잘나가던 회사가 서서히 저무는 일도 생길 것이다. 소비자와 투자자 입장에서는 과연 누가 제2의 메디큐브, 달바 같은 강소기업이 될지 지켜보는 것만큼 흥미로운 일도 없을 듯하다.



박동흠 공인회계사·한국금융연수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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