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자원공사 'AI 정수장 운영 기술' 국제표준 된다…수출 확대 교두보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가 경기 화성시에 있는 AI 정수장에서 약품주입동에 구현된 '스마트 미러'(터치형 화면)를 보며 정수처리에 필요한 약품주입 자율공정 현황 등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한국수자원공사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인공지능(AI) 정수장 운영 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지정될 전망이다. 한국형 물관리 기술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한국수자원공사는 AI 정수장 운영 기술이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국제표준 작업초안으로 공식 승인됐다고 3일 밝혔다.

작업초안은 ISO 국제표준으로 선정되기 위한 핵심 절차다. 수자원공사는 지난해 11월 해당 기술의 신규과제 제안을 승인 받았다. 이후 ISO 기술위원회 TC224(물공급 및 하수처리 서비스) 국제전문가들의 만장일치로 작업초안이 통과됐다. 기술위원회 합의, 최종승인 투표 과정을 통과할 경우 이르면 내년 국제표준으로 확정될 예정이다.

AI 정수장 기술은 한국수자원공사가 2020년부터 환경부와 함께 스마트 물관리 사업의 일환으로 개발했다. 화성 정수장에서 실증을 거쳐 지난해 전국 43개 광역정수장으로 확대됐다.

이 기술은 빅데이터 기반 AI 분석으로 정수장 운영을 실시간 자율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생산량과 수질 등 주요 요인을 AI가 분석해 자동으로 정수장을 운영한다. 착수, 약품, 혼화·응집 등 8개 공정에 대한 AI 알고리즘도 개발했다.

스마트 에너지관리시스템(EMS)으로는 에너지 소비가 많은 설비에 대해 AI 알고리즘으로 실시간 전력량을 분석하고 관리한다. 주요 배수지의 수위와 밸브 개도율도 분석해 펌프를 최적 운전한다.

전력사용량이 피크값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면 알람이 작동한다. 유량, 전력량 등 빅데이터 기반의 전력수요 예측으로 전력수요거래제도에 참여할 수 있다. 이 제도는 전력 사용을 줄이면 줄인 양만큼 정산을 받는 방식이다.

주요 설비의 실시간 상태를 감지해 예측정비를 실시하는 예지보전 시스템도 적용된다. 오존발생기, 밸브 등 주요 수도설비의 실시간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상징후를 조기 감지하고 경보하는 시스템이다.

지능형 영상 안전관리 시스템은 기존 감시센서에 AI 영상감시와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자동추적 기술을 융합한 형태다. 화재, 누수, 감전 등 대형 사고에 대해 8가지 영상감시 알고리즘이 적용된다. 감지센서 경보 발생시 카메라를 회전·확대해 이상 여부를 근무자가 즉시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AI 정수장 기술은 국제적으로도 성과를 인정받아 공공서비스 분야 최초로 지난해 1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글로벌 등대상을 수상했다.

수자원공사가 제안한 기술이 국제표준으로 확정될 경우 ISO 회원국인 174개국에 운영 기술의 글로벌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 AI 정수장 기술이 필요한 국가에 국내 기업들이 보다 원활하게 진출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수자원공사는 지난달 25일 윤석대 사장을 단장으로 'AI 퍼스트(First) 전략기획단'을 가동했다. AI 정수장을 정부 AI 3대 강국 전략의 선도 모델로 육성할 방침이다.

해외 플랫폼이나 클라우드 의존 없이 정수장에서 발생하는 자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분석·운영 체계도 강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보안이 중요한 공공 분야에 적합한 AI 주권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윤석대 사장은 "우리의 독보적 AI 정수장 기술로 국제표준을 만드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며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이 AI 강국으로 나아가는 데 기여하고 한국형 AI 정수장 기술로 첨단 물산업 세계 시장을 선점하는 데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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