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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해원의 말글 탐험] [251] 오지라비

조선일보 양해원 글지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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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이라도 다녀오는 길일까. 어둠 깔린 산책길 옆 개울을 타고 내려오는 오리 식구를 만났다. 어미와 새끼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멀찌감치 뒤따라가 봤다. 어느 곳에 다다르자 하염없이 꼼짝하지 않는다. 근처일 법한 둥지 들키기가 싫은가? 오가는 이를 막고 싶어진다, 그만 집에 들어가게. 오지랖도 넓지.

이 ‘오지랖’ 발음이 재미있다. [오지라피](오지랖이) [오지라픈](오지랖은) 해야 옳지만 대개 [오지라비] [오지라븐] 한다. 같은 ‘ㅍ’ 받침 ‘무릎’도 비슷해 [무르비]([무르피] O) 아프다 한다. ‘ㅂ’으로 잘못 알았거나, 거센소리보다 예사소리 내기가 편한 우리 말버릇 탓일 텐데.

아무튼 쉬 틀리는 거센소리 발음을 대중가요에서 더러 듣는다. ‘배우는 무대 옷을 입고 노래하며 춤추고 [불삐슨](불빛은) 배우를 따라서 바삐 돌아가지만(샤프 ‘연극이 끝난 후’).’ [불삐츤]이 옳은 발음이건만 ‘옥에 티’가 되고 말았다. 물론 ‘불빛에’도 [불삐체]가 바른 소리다.

‘ㅌ’ 받침은 더 신경 써야 한다. ‘너를 만지면 [손끄시](손끝이) 따듯해 온몸에 너의 열기가 퍼져 소리 없는 정이 내게로 흐른다(노고지리 ‘찻잔’).’ 조사나 접미사의 모음 ‘ㅣ’를 만나면 ‘ㄷ’ ‘ㅌ’이 ‘ㅈ’ ‘ㅊ’으로 소리 나는 ‘구개음화’ 현상에 따라 [손끄치]로 발음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ㅣ’ 아닌 모음 앞에서는 [손끄틀](손끝을) [손끄트로](손끝으로)처럼 ‘ㅌ’을 그대로 소리 낸다. 나중에 다른 가수가 두 곡 모두 제대로 불러 그나마 다행.

아무리 사정이 이렇기로, 공영방송마저 엉터리 발음을 쏟아낸다. 솥과 밥맛이 얽혀 있음을 보여주는 이른바 교양 프로그램에서 [소츤](솥은) [소츨](솥을) 하며 거듭 틀렸다. ‘ㅣ’ 모음 앞이 아니기에 [소튼] [소틀]이 옳건만.

이튿날 개울가 나가 보니 오리들이 뵈질 않는다. 벌써 이사 갔나? 서운한 마음에 또 찾은 다음 날, 여덟 식구가 그제 밤처럼 박제된 듯 웅크리고 있다. 집이 대체 어디냐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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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해원 글지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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