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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외계 형제’는 존재한다...AI 동원해 탐색 범위 넓힐 수 있어”

조선일보 홍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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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천문학 거장’ 로브 하버드대 교수 “외계 생명체, 이미 방문했을 수도”
일러스트=김의균

일러스트=김의균


이 광활한 우주에 지적 생명체는 오직 인간 하나뿐일까. 수천 년 인류 역사의 이 미제(未濟)에 대해 “외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며, 이미 외계 문명은 태양계를 다녀갔을 수 있다”고 믿는 이가 있다. 공상과학(SF) 소설가가 아니다. 하버드대 천문학과 최장 기간 학장을 지낸 전 세계 천문학계의 거두 아비 로브 하버드대 교수의 생각이 이렇다. 그는 최근 WEEKLY BIZ 인터뷰에서 “우주는 우리만의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지성을 가진 이웃은 있다”

-외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보나.

“따뜻한 액체 상태의 물과 적절한 영양분이 존재하는 환경이라면, 외계 생명체는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고 본다. 이는 얼음으로 덮인 위성이나 혜성의 내부 바다에도 해당한다. 다만 미생물 형태의 생명체로 존재할 가능성이 큰 편이다. 지능을 가진 생명체는 상대적으로 훨씬 희귀할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복잡한 형태의 생명체가 번성하려면 ‘대기’ ‘육지와 해양 사이 경계면’ 등과 같은 더 많은 조건이 충족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생물 형태인 외계 생명체를 더 쉽게 찾을 수 있다는 뜻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미생물 생명체가 남긴 분자 단위의 흔적을 찾는 것보다 지적 외계 생명체의 기술적 흔적을 포착하는 게 더 쉬울 수 있다. 예를 들어 외계 행성의 산업 오염, 도시의 빛, 우주 쓰레기 등을 감지하는 게 더 쉬울 수 있다는 뜻이다. 나 역시 이런 기술 흔적을 10여 년 동안 연구해 왔다.”


◇외계 생명체, 이미 방문했을 수도

-우주는 너무 광대해 현재의 기술로 외계 문명과 접촉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은가.

“오해다. (태양계를 벗어나 인류 사상 최장 거리를 여행 중인) 보이저 우주선이 은하수를 가로지르려면 이론적으로 10억년쯤 걸린다. 그런데 은하수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별은 태양보다 수십억 년 먼저 탄생했다. 이런 별에 우리보다 훨씬 앞서 기술 문명을 이룬 외계 문명이 있다면 우리에게 도달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고 본다.”


-태양계 46억년의 역사 동안 외계 문명이 방문했을 것으로 본다는 뜻인가.

“우주에는 태양과 유사한 별이 최소 수십억 개 존재한다. 그런데 지구조차 지난 반세기 동안 다섯 개의 탐사선을 태양계를 벗어나는 궤도로 보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외계 문명의 방문 가능성을 믿는 편이다. 과학자들은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실험적으로 검증하는 사람들이다.”

/미국 항공우주국

/미국 항공우주국


-당신은 2017년 태양계에서 처음 관측된 성간(星間·interstellar) 천체 ‘오우무아무아’를 두고 외계 생명체가 보낸 탐사선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나.


태양계로 불쑥 들어온 기다란 궐련 모양의 오우무아무아가 2017년 관측되고 이듬해 로브 교수는 “이 물체는 우리가 아는 천체의 범주에 속하지 않으며, 외계 생명체가 만든 구조물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 메릴랜드대는 미국과 유럽의 천문학자 14명이 참여하는 연구팀을 꾸려 “이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천체”라고 결론 내린 바 있다.

“아직 (외계 생명체의) 우주 탐사선일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오우무아무아는 태양계 외부에서 유입됐고, 빠른 속도와 평평한 형태, 비중력적 가속 등 기존 천체와는 다른 특성을 보였다. 이러한 현상은 질량 대비 표면적이 큰 인공물의 특성과 유사하다. 왜 오우무아무아가 외계 생명체가 만든 구조물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있나.”

◇AI, 외계 문명 찾을까

-지난해 넷플릭스 SF 시리즈 ‘삼체’에선 외계 문명에서 온 전파 신호를 수신하는 장면이 나온다. 전파 신호로 외계 문명을 탐지할 수 있을까.

“전파는 전송과 감지가 상대적으로 쉽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사용된 강력한 미사일 방어 레이더는 최대 100광년 거리에서도 감지 가능하다. 이는 그 거리 내에 있는 외계 문명이 우리의 존재를 감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100광년 내에 존재하는 별은 은하수 전체의 100만분의 1에 불과하다. 따라서 응답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 그들의 침묵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인공지능(AI)은 외계 문명 탐지에 도움이 될까.

“AI는 탐색 범위를 넓혀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탁월하다. 외계 신호를 해독하거나, 지구 근처에서 발견된 자연 암석들 사이에서 기술적 기원의 물체를 선별하는 데 유용하다. 하버드대의 갈릴레오 프로젝트에서는 수백만 천체 중 특이값을 찾아내는 데 AI 기술을 활용한다. 이는 기존의 탐색 방식보다 훨씬 정밀하고 빠르다.”

-지적 외계 생명체의 발견은 인류에게 위협일까, 아니면 기회일까.

“지능이 있는 외계 생명체의 발견은 인류에게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가 갖지 못한 기술이나 과학 지식을 외계 문명에서 얻을 수 있다면, 인류 문명은 일대 전환점을 맞을 것이다. 우리가 우주에서 유일하다고 믿는 건 오만한 생각이다. 은하수 내 수십억 개의 별에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가정하는 게 상식이며, 그들을 찾는 게 과학자들의 책무다. 며칠 전 누군가 내게 당신이 외계 생명체를 찾는 이유는 노벨상을 받기 위해서인지 묻더라. 나는 단호히 말했다. ‘절대 아니다. 설령 지적 외계 생명체를 발견하더라도, 나는 노벨위원회의 초청을 거절할 것이다. 다른 별에서 온 초지능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왜 인간이 인간에게 주는 오래된 상에 시간을 낭비해야 하겠는가’라고.”

아비 로브 하버드대 천문학과 교수/ 아비 로브 교수 홈페이지

아비 로브 하버드대 천문학과 교수/ 아비 로브 교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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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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