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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충' 러브버그? "도심 폭증시 교통사고 ↑"…계양산 다음은 어디로

머니투데이 정세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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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증한 러브버그 사체 먹고자 쥐나 바퀴벌레 몰릴 수 있어 억제 필요
생태 연구 부족으로 폭증 원인·살충법·분포 양상 등 정확히 알 수 없어

3일 오후 서울 노원구 삼육대학교에서 소방대원들이 살수차를 이용해 붉은등우단털파리(러브버그) 방제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3일 오후 서울 노원구 삼육대학교에서 소방대원들이 살수차를 이용해 붉은등우단털파리(러브버그) 방제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올해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는 며칠 안에 다 죽을 겁니다."

3일 오후 서울 노원구 삼육대학교 신학관 뒤로 이어진 등산로에 소방 살수차가 1대 들어섰다. 이날 기온은 영상 31℃(도)를 넘었고 습도는 51%에 달했다. 현재까지 추적 관찰에 따르면 러브버그가 폭증하기 좋은 환경이다. 소방관 2명이 소방호스를 잡고 나뭇잎과 나무 줄기를 향해 물을 뿌렸다. 물에 약한 러브버그를 방제하기 위해서다.

서울시는 이날 최초로 살수차를 동원해 '친환경' 러브버그 방제에 나섰다. 서울시 전역에서 올들어 지난달까지 4695건의 러브버그 관련 민원이 접수됐지만 살충제로 방제에 나설 순 없다. 살충제를 대량으로 살포하면 러브버그는 물론 모기를 잡아 먹는 거미와 잠자리, 사마귀도 모두 죽을 수 있다. 살포지역의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더욱이 러브버그는 살충제 저항성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민원 해결을 위해 살충제를 썼다간 당장 모기가 폭증할 수도 있다.

여기에 러브버그가 익충이라고 알려지면서 민원이 들끓어도 지자체가 적극적인 방제에 나서긴 어려운 상황이다. 인천 계양산에서는 올여름 갑자기 러브버그가 창궐했다. 윤환 인천 계양구청장은 전날 취임 3주년 간담회에서 "올해 돌발적으로 발생한 상황이라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었다"면서 "민원을 많이 받다 보니 러브버그의 '러'자만 나와도 잠을 못 잤다"고 했다. 이어 "러브버그가 익충이고 토양을 좋게 하는 기능을 해서 강력하게 대응을 못했다"며 "만약 방제 작업을 해서 전멸시켰다면 환경 단체에서 엄청난 항의가 들어왔을 것"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올해와 지난해 서울시 자치구별 러브버그 관련 민원 접수 현황. /그래픽=임종철

올해와 지난해 서울시 자치구별 러브버그 관련 민원 접수 현황. /그래픽=임종철


지난달 30일 오전 인천 계양구 계양산 정상에서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 무리가 등산로와 등산객들에게 들러붙으며 불쾌감을 주고있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30일 오전 인천 계양구 계양산 정상에서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 무리가 등산로와 등산객들에게 들러붙으며 불쾌감을 주고있다. /사진=뉴시스



익충이라지만 러브버그를 방치하기엔 위험이 따른다. 경부 국립생물자원관과 대발생 곤충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김동건 삼육대 교수(환경생태연구소 소장)는 이날 방제를 참관하며 "러브버그가 도심에서 창궐하면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며 "차량 앞유리를 덮어 운전자 시야를 가리고 미끄러운 특성을 가진 러브버그 사체가 대량으로 도로에 쌓여 사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러브버그 사체를 먹기 위해 쥐와 바퀴벌레가 모일 수 있어 서식지역 제한을 위한 방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생태계에 주는 이로움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다. 김 교수는 "러브버그는 이론적으로 토양의 유기물을 분해하기 때문에 익충이라고 부르지만 크기가 작기 때문에 생태계에서 생기는 다양한 변수를 종합하면 유기물 분해 효과가 크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방제에 나서고 싶어도 러브버그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 2021년까지만 해도 서울시에 접수된 러브버그 관련 민원은 없었다. 2022년 여름 처음으로 대발생이 보고되면서 연구가 시작됐다. 기후변화에 따라 러브버그가 늘었다는 주장도 있지만 김 교수는 "기후변화가 원인이라면 매년 발생지가 북상해야 하는데 서울의 경우 서남권과 서북권에서 민원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기후변화와 큰 관련성은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임종철

/그래픽=임종철



러브버그 개체수에 대한 자료도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민원 접수 현황은 파악하고 있지만 실제 개체수에 대해선 알 수가 없다"며 "시민들이 자주 찾는 지역에서 러브버그를 목격하면 민원 접수를 안 하고 '구청이 처리해주겠지'하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원건수를 근거로 개체수를 파악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접수된 러브버그 관련 민원은 지난달 기준 4695건이다. 민원이 가장 많았던 지난해 연간 9296건과 비교해 약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러브버그 관련 민원은 매년 6월 집중적으로 발생하다가 7월 초를 지나면서 점차 출어든다. 7월 중순 이후에는 러브버그가 활동하지 않는다. 러브버그는 땅 속에서 유충으로 성장하다 장마 직전 성충이 돼 3~7일간 생활하며 산란 후 죽는다. 올해 발생한 유충은 내년 여름까지 땅 속에서 성장하기 때문에 산란 현황도 파악하기 어렵다.

내년엔 어느 지역에서 러브버그가 창궐할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인천 계양산이나 은평구 백련산 등 올해 대발생한 지역에 또 산란을 했을 수 있다. 비행능력을 갖춘 탓에 산이나 녹지를 따라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김 교수는 "다수 개체가 한 지역에 몰리면 먹이 경쟁을 벌이다가 주변에 이동할 수도 있고 천적이 나타나면서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며 "AI 머신러닝을 이용해 대발생 예상지역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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