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지역 문화예술인들이 3일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 들머리에서 민중음악관 설치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김영만 열린사회희망연대 상임고문이 작사·작곡한 민중가요 ‘동지여 내가 있다’를 부르고 있다. 김영만 고문은 1960년 3·15의거 때 최루탄을 맞고 숨진 고 김주열 열사와 마산상고(현 마산용마고) 입학 동기이며, 민주주의전당 초대 건립추진위원장을 지내는 등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 건립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최상원 기자 |
“1960년 3·15의거에는 ‘통일행진곡’ ‘전우야 잘 자라’가 있었고, 1979년 부마항쟁에는 ‘애국가’와 ‘훌라송’이 있었으며, 1987년 6·10민주항쟁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 ‘아침이슬’ ‘타는 목마름으로’ ‘동지여 내가 있다’ ‘농민가’ 등이 있었다. 그 투쟁의 노래, 저항의 노래가 있었기에 우리 민중은 뭉쳐서 독재 권력을 마침내 물리칠 수 있었다. 그런데도 민중가요 한 곡 없는 민주주의전당이 어찌 존재할 수 있겠는가?”
부실한 준비 때문에 공식개관을 미루고 있는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에 민중음악관을 설치하라고 문화예술인들이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창원지회(창원민예총) 등 경남지역 문화예술인들은 3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포동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 들머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중가요를 함께 듣고 불러 보는 것 자체가 민주항쟁의 역사를 기억하고 계승하는 것이다. 관람객들이 민주화 현장을 생생히 기억할 수 있는 민중음악관 설치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어 “노래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발전 과정에 기여한 춤·그림·시·소설·영상 등 민중예술의 서사가 역사적으로 기록될 때 비로소 이름에 걸맞은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독재자의 폭력 도구로 전락한 경찰·군인들 앞에서 민중들이 물러서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 싸울 수 있었던 용기의 원천은 민주주의에 대한 간절한 열망, 그리고 동지들과 어깨 걸고 함께 부르던 노래에 있었다. 맨몸으로 독재의 군홧발을 뒤로 물러나게 한 힘은 눈물 흘리며 함께 부른 ‘민중의 노래’에서 나왔다. 노래의 위력을 우리는 3.15의거부터 2025년 빛의 혁명에서까지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데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 그 어디에도 민중가요 등 민중예술에 대한 역사적 기록과 공간은 없다.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의 에너지원이 되었던 그 많은 민중가요 하나 없는 것은 ‘부실하다’는 비판을 넘어서 영혼이 없는 공간이라는 비판을 들어 마땅하다”고 했다.
김산 창원민예총 대표는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은 민중가요를 아예 소개하지 않는다. 여러 동영상의 배경음악에조차 민중가요는 없고, 구내 도서관에 악보집·가사집 등 관련 책 한권 없다”라며 “창원시를 찾아가서 분노하는 문화예술인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민중음악관 설치를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경남 창원시는 대한민국과 창원지역 민주화 운동을 기념하고 계승하기 위해 1960년 3·15의거 당시 눈에 최루탄을 맞고 숨진 김주열 열사의 주검이 발견된 바다 부근인 3·15해양누리공원에 6·10민주항쟁 38주년이었던 지난달 10일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을 열고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름이 부끄럽다. 차라리 문을 닫으라”는 말이 나올 만큼 부실한 준비에 따른 비판이 쏟아지자, 지난달 29일 예정했던 공식개관을 무기한 연기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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