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조선일보 언론사 이미지

[특파원 리포트] 7월 5일 일본 대지진說

조선일보 도쿄=성호철 특파원
원문보기
만화 '내가 본 미래 완전판' 표지.

만화 '내가 본 미래 완전판' 표지.


일본 도쿄 시부야구의 주택지 히로오에선 매일 저녁 5시에 동요 ‘유야케고야케’(노을과 어스름)의 멜로디가 거리 곳곳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온다. “노을 어스름에 해가 저물고 산사에선 종이 울려요/ 다들 손잡고 집에 돌아가요~”라는 동요다. 꽤 선명하고 큰 소리라, 집 안에서 TV를 보고 있을 때도 음악이 들려올 정도다. 일본 어느 곳을 여행하든, 저녁 5시쯤 귀를 기울이면, 어딘가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아카톤보’(빨간 잠자리)나 ‘후루사토’(고향)와 같은 선율을 들을 수 있다.

처음엔 군국주의의 잔재가 아닌가 오해했다. 하루의 임무 종료를 의미하는, 군대의 국기하강식(國旗降下式)을 연상했기 때문이다. 공휴일도 예외 없이, 365일 매일 같은 시각에 공공 스피커에서 시보(時報) 음악을 내보낼 이유가 어디에도 없다고 지레짐작했다.

일본 재해대책기본법이 규정한 방재 무선 설비의 음악이다. 재해 발생 시 모든 주민이 들을 수 있도록, 일본 전역에는 스피커가 설치돼 있다. 말하자면 단순 ‘시보’가 아니라, 매일 재난 방송 테스트를 시행하는 셈이다.

시보 음악은 2011년 3월 11일 일본에서 사라졌다. 2만2000여 명의 사망·행방불명자를 낸 동일본대지진이 터진 이날, 방재 스피커는 주민들에게 쓰나미 경보와 피난 지시, 여진 위험 등 재난 정보를 알렸다. 미야기현과 같은 지진 발생지뿐만 아니라, 지진 피해와 무관했던 일본 열도의 다른 지역도 애도의 마음으로 시보 음악을 멈췄다. 대지진 발생 한두 달 뒤에야 도쿄는 음악을 재개했다. 한 지인은 “멜로디가 다시 울릴 때, 울컥 눈물이 났다”며 “지진이 없는 평범한 일상을 되찾았다는 ‘희망의 신호’였다”고 했다.

일본에 ‘7월 5일 대지진설(說)’이 퍼지고 있다. ‘내가 본 미래’라는 만화책에서 “진짜 대재앙은 2025년 7월에 온다”며 “일본과 필리핀 사이 해저가 터지고, 괴멸적인 쓰나미가 일본을 덮친다”는 내용이 나왔다. 꿈에서 본 것을 만화로 그리는 작가 다쓰키 료는 1999년 같은 이름의 만화책에서 ‘2011년 3월 대지진이 온다’고 예언했다가, 실제 대지진을 맞힌 인물이다. 같은 작가가 4년 전 재개정판을 냈는데 이번 예지몽은 2025년 7월이라는 것이다. 재출간된 만화책은 일본에서 100만부 이상 팔렸다.

지진 예측은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불안감이 없지 않을 테지만, 일본인들은 담담하다. 주변 지인들은 한결같이 “지진은 아무도 모르니 걱정하지 말라”며 “혹시 모르니 생수는 한두 박스 사두라”고 조언한다. 무탈한 하루의 끝맺음이 얼마나 소중한지, 우리는 잊고 있지 않았을까. 오늘도 오후 5시, 어김없는 ‘유야케고야케’ 선율을 들으며 일본인의 평범한 일상이 깨지지 않기를 기원한다.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

[도쿄=성호철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홈플러스 사태 구속영장
    홈플러스 사태 구속영장
  2. 2정가은 전남편 명의도용
    정가은 전남편 명의도용
  3. 3강상윤 부상
    강상윤 부상
  4. 4장동혁 계엄 사과
    장동혁 계엄 사과
  5. 5심형탁 슈돌 하루 팬미팅
    심형탁 슈돌 하루 팬미팅

조선일보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