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홍 기자] 삼성전자가 갤럭시Z플립7 공개 초읽기에 돌입한 가운데 자체 모바일 AP인 엑시노스 2500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말 그대로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의 '끈기'를 증명하는 엑시노스 2500은 모바일 사업부 발전의 흐름은 물론, 삼성전자 파운드리 전략의 큰 그림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엑시노스 사가
엑시노스의 뿌리는 '허밍버드(Hummingbird)'라는 코드명의 SoC로 거슬러 올라간다. 훗날 '엑시노스 3110'으로 리브랜딩된 허밍버드는 애플과의 협력에도 나서기도 했다. 삼성전자 모바일 AP 기술력이 상당한 수준이었다는 뜻이다.
엑시노스 사가
엑시노스의 뿌리는 '허밍버드(Hummingbird)'라는 코드명의 SoC로 거슬러 올라간다. 훗날 '엑시노스 3110'으로 리브랜딩된 허밍버드는 애플과의 협력에도 나서기도 했다. 삼성전자 모바일 AP 기술력이 상당한 수준이었다는 뜻이다.
엑시노스라는 공식 브랜드는 2011년 2월 출범했다. 그리스어로 '똑똑하다'는 뜻의 '엑시프노스(Exypnos)'와 '푸르다'는 뜻의 '프라시노스(Prasinos)'를 합친 것으로 고성능과 저전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삼성의 전략을 담고 있다. 초기 모델들은 엑시노스 3, 4, 5와 같이 CPU 코어의 종류나 개수에 기반한 단순한 숫자 명명법을 사용했으며 점차 모바일을 넘어 다양한 기기를 아우르는 프로세서 브랜드로 확장되는 중이다.
엑시노스 사가의 결정적 순간은 2015년 찾아왔다. 퀄컴의 독자 설계 코어인 크라이트(Krait)와 애플의 맞춤형 코어에 대항하기 위해 '몽구스(Mongoose)'라는 이름의 독자 CPU 코어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크레이트는 코브라의 일종이며 몽구스는 그 천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결국 스냅드래곤의 퀄컴을 넘어서겠다는 삼성전자의 야심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ARM의 표준 기술 라이선스(TLA)가 아닌 설계도를 직접 수정할 수 있는 고도의 아키텍처 라이선스(ALA)를 확보하며 만반의 준비를 했다.
첫 분위기는 고무적이었다. 다만 시간이 갈수록 ARM이 자체적으로 발전시키는 코어텍스(Cortex) 설계에 비해 전력 효율과 멀티코어 성능 면에서 점차 뒤처지기 시작했으며 이후에는 스냅드래곤과 비교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이 됐다. 삼성전자는 결국 2019년 미국 오스틴 연구개발센터를 중심으로 진행되던 몽구스 프로젝트를 공식적으로 중단했고 엑시노스 2100부터는 다시 ARM의 표준 코어텍스 CPU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돌아갔다.
애플과 퀄컴을 따라잡기 위해 막대한 자원을 투자해 독자 코어를 개발했지만 그사이 IP 공급자인 ARM의 기성품 코어 성능이 더 빠르게 발전하면서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 용감하고 외로운 혁신가의 함정에 빠진 셈이다.
2020년으로 접어들며 분위기는 더욱 나빠졌다. 엑시노스 2200을 야심차게 출범시켰으나 발열, 낮은 전력 효율, 그리고 성능 저하(스로틀링) 문제로 고통받았으며 파운드리 수율도 크게 떨어졌다. 퀄컴이 스냅드래곤 8+ 1세대와 8 2세대 물량 전체를 TSMC로 이전한 것도 이 즈음이다. 나아가 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Game Optimizing Service, GOS) 사태까지 터지며 엑시노스는 존속을 걱정하는 수준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삼성전자는 2023년 엑시노스 시리즈를 일시 포기했다. 대신 갤럭시 S23 시리즈 전 모델에 퀄컴의 갤럭시용 스냅드래곤 8 2세대를 채우는 초강수를 뒀다.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스냅드래곤을 만들고 국내에는 엑시노스를, 해외 갤럭시 스마트폰에는 스냅드래곤을 장착하는 오래된 동맹은 이미 무너진지 오래였다. 퀄컴은 TSMC와 새로운 동맹을 맺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갤럭시 S23에 전량 스냅드래곤을 채울 수 밖에 없었다. 보기에 따라 굴욕적인 사건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포기하지 않았다. 엑시노스 2400을 성공적으로 출시하며 반전의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엑시노스 2400은 10코어 CPU 구조와 개선된 4나노 공정(SF4P)을 기반으로 하며 삼성 AP 최초로 방열 특성을 강화한 FOWLP(Fan-out Wafer Level Package) 첨단 패키징 기술을 적용해 하드웨어적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갤럭시 S24 및 S24+ 모델에 탑재되어 한국, 유럽 등 일부 지역에 출시되었으며, S24 울트라와 북미 모델에는 스냅드래곤 8 3세대가 탑재되는 '투트랙' 전략이 유지된 바 있다.
이를 위해 협력전선을 촘촘히 구성한 것이 눈길을 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19년 PC 그래픽의 강자 AMD와 모바일 기기용 그래픽 기술에 대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후 ARM의 '말리(Mali)' GPU를 오랫동안 사용해 온 엑시노스는 서서히 중요한 반환점을 돌았으며 이는 엑스클립스(Xclipse) GPU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AMD의 RDNA 2 아키텍처 기반 엑스클립스 920이 엑시노스 2200에 처음 탑재되었고, RDNA 3 기반 엑스클립스 940이 엑시노스 2400의 심장이 되며 심상치 않은 흐름이 만들어졌다.
RDNA 아키텍처의 가장 큰 강점은 PC에서와 마찬가지로 하드웨어 가속 레이 트레이싱(Ray Tracing)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이 기술 덕분에 엑시노스 2400은 3D마크의 솔라 베이(Solar Bay)와 같은 레이 트레이싱 벤치마크에서 훌륭한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독자적인 NPU 개발에 집중 투자한 것도 주효했다. 엑시노스 2100의 NPU가 초당 26조 회(TOPS)의 연산 성능을 보인 데 이어, 엑시노스 2400은 전작(엑시노스 2200) 대비 NPU 성능이 약 15배 가까이 향상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엑시노스 2500, 뜰까?
차기 플래그십 AP인 엑시노스 2500은 매우 중요한 제품이다. TSMC의 핀펫(FinFET) 방식과는 다른, 삼성의 차세대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으로 양산되는 최초의 모바일 AP기 때문이다. ARM의 최신 코어텍스-X5 CPU 코어와 엑스클립스 950 GPU, 그리고 59 TOPS급 NPU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엑시노스 2500이 스마트폰의 가장 중요한 두뇌라는 점에서, 추후 갤럭시 스마트폰 시장 전략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전략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차세대 반도체 공정 로드맵에 대한 전략 수정에 나섰다. 당초 목표로 했던 1.4나노 공정 개발 속도를 늦추는 대신 연말 양산을 앞둔 2나노 공정의 수율을 안정시키는 데 역량을 총집중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올 2분기 중 평택 2공장에 구축하려던 시험 라인 설치도 내년으로 미뤄졌다.
말 그대로 2나노에 집중해 최대의 성과를 낸다는 전략이다. 2나노는 현재 주력인 3나노 공정 대비 성능의 경우 12%, 전력 효율은 25% 향상된 기술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삼성전자의 2나노 수율을 30~40% 수준으로 보고 있으며, 연말까지 이를 60% 이상으로 끌어올려 안정적인 대량 양산 체제를 갖추는 것이 최대 과제로 꼽힌다.
파운드리의 1.4나노 공정 양산이 2028~2029년 이후로 밀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 시스템LSI 사업부의 중장기 모바일 AP 개발 계획 수정도 불가피해졌다.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AP는 통상 최선단 파운드리 공정을 가장 먼저 적용하는 제품으로, 파운드리 로드맵과 긴밀하게 연동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향후 수년간 2나노 공정을 더욱 고도화하고 최적화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2세대 2나노(SF2P) 공정을 활용하고, 이후에도 1.4나노 전환 대신 2나노 기반의 파생 공정을 통해 차세대 엑시노스를 개발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 로드맵이 빠르고 빈틈없이 진행되려면 엑시노스 시리즈의 성과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기존 공정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최적화하느냐가 모바일 AP 시장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며 "삼성의 이번 파운드리 전략 수정은 속도 경쟁에서 벗어나 내실을 다지겠다는 의지로 풀이되며, 엑시노스와도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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