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6억 제한' 분양시장도 타격…서울 아파트 국평 청약, 현금 9억 필요

[박영규 기자]

정부가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초강력 대출 규제를 시행하면서 분양시장에도 여파가 미칠 전망이다. 중도금과 잔금대출도 6억원으로 제한됨에 따라 현금 여력이 있는 수요층 위주로 청약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관측된다.

2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이후 입주자 모집공고를 낸 수도권 분양단지는 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된다. 예를 들어 분양가가 10억원이면 대출 한도액인 6억원을 제외한 4억원은 수분양자가 자체 조달해야 한다.

수분양자들은 일반적으로 분양가의 10%를 계약금으로 먼저 내고, 분양가의 60%를 중도금, 30%를 잔금으로 나눠서 낸다. 정부는 규제 시행 이전 입주자 모집 공고를 한 분양 단지에 대해서는 중도금과 이주비, 잔금대출에 종전 규정을 적용하기로 했다. 반면 이때까지 입주자 모집 공고를 하지 못한 단지는 중도금부터 대출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서울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4568만원이다.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환산하면 평균 분양가가 15억7800만원에 달한다. 최대한도까지 대출을 받아도 9억7800만원을 자체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용면적 59㎡의 경우 평균 분양가가 11억7660만원으로, 5억7660만원 가량을 조달해야 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7월 수도권에서 2만3420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이 중 서울에서는 3개 단지에서 2811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송파구 '잠실르엘', 영등포구 '리버센트푸르지오위브', 성동구 '오티에르포레'가 신규 분양이 예정돼 있다.

'잠실르엘'은 전용 84㎡ 분양가가 2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잠실르엘과 맞닿아 있는 '잠실래미안아이파크'가 지난해 10월 전용 84㎡이 18~19억원에 분양된 점을 감안했을 때 이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

오티에르포레와 리버센트푸르지오위브는 각각 지난달 26일과 27일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 간발의 차이로 대출 규제를 피했다.

규제 전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내 대출이 6억원 이상 가능하다고 해도, 전세보증금을 받아 잔금을 내려 했던 분양자들은 비상이 걸렸다. 세입자가 전세자금 대출을 받는 날 해당 주택의 소유권이 바뀌는 조건으로 이뤄지는 대출인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전면 금지되면서다.

주담대 6억원 한도 제한에 더해 조건부 전세대출까지 막히면서 현금이 최소 수억원은 있어야 청약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앞으로 청약 경쟁률이 꺾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에서는 이번 대출 규제로 서울과 가까운 경기권으로 매매 수요가 이동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다만 청약시장에서는 지역 시·군 거주자에게 우선 공급이 적용돼 타 지역으로의 이동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소형 평형으로 수요가 이동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높은 분양가로 현금 마련이 어려운 수요자들이 국민평형 84㎡보다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낮은 59㎡에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이번 대출규제로 서울 청약 수요가 절반 이상 감소할 것"이라며 "특히 강남권은 대출을 받아 뛰어들 수 있는 시장이었는데 이번 규제로 현금이 많이 필요해 수요의 3분의 2가량 빠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대출 허들이 높아져 전통적으로 선호도가 높은 전용면적 84㎡보다 59㎡를 더 선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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