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서울 시내 한 대학교에서 이동하는 유학생들. 연합뉴스 |
김윤희 | 광주대 한국어교육과 학과장
“요즘 학생들은 대학 다니며 일도 하더라.”
이 말이 ‘외국인 유학생’에게는 다르게 들린다. 단순한 아르바이트가 아닌, 학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한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대학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 수는 20만명에 달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주당 20시간 정도의 합법 근로 외에도 편의점, 음식점, 공장, 창고, 콜센터 등 다양한 노동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유학생들의 손이 닿지 않은 분야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들의 노동을 한국 사회의 ‘참여’로 보지 않고, 여전히 일시적이고 부차적인 현상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 많은 유학생은 단순히 학업을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가기를 넘어서, 한국 사회에 뿌리내리고 살아가고자 한다. 유학은 정주로 이어지고, 학업은 노동과 맞물리며, 문화 적응은 생활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제도는 여전히 외국인을 ‘일시 체류자’로 규정하고 있으며, 행정·노동·교육 현장에서 이들의 언어적·사회적 접근권은 제한적이다.
필자가 가르치는 한 유학생도 한국어능력시험(TOPIK) 5급 이상의 언어 능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식당 아르바이트 중 “국이 떨어졌다”는 표현을 이해하지 못해 곤란을 겪었다고 했다. 교실에서 배운 표현은 “밥 주세요”였지만, 현장에서는 “밥 퍼”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고 한다. 교실 한국어와 생활 한국어, 그 이면 문화적 맥락 사이 간극은 여전히 크다.
최근 정부는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케이-이민 정책’ 등을 통해 지역 대학 및 지방소멸 대응 차원에서 외국인 유학생의 정주 유도를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현실의 유학생은 아직도 제도 바깥에서 ‘임시 체류자’로 머물고 있으며, 정주를 위한 언어·노동·문화 시스템은 충분히 뒷받침되고 있지 않다. ‘정주’는 단지 머무는 것이 아니라, 속하고 연결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외국인 유학생을 어디에, 어떻게 ‘속하게’ 하고 있는가? 대학은 이들의 학업뿐 아니라, 생활, 노동, 정서, 관계까지 아우르는 실질적인 정주 기반을 마련할 책무가 있다. 외국인 유학생은 단지 배우는 존재가 아니라, 일하는 청년이자 우리 곁의 이웃이다.
이제는 ‘유학 후 귀국’이라는 낡은 전제에서 벗어나, ‘유학 후 정주’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제도를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이들이 학업과 노동을 병행하며 한국 사회의 일부로 살아가는 지금 이 시간을, 더 이상 일시적인 것이라 치부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미, 지금 이 순간에도 함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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