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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뉴스=강현창 기자] 지배주주에게만 유리한 방식의 인적분할을 시도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는 파마리서치가 적극적으로 소명에 나서고 있지만, 비판은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회사 측은 "글로벌 성장 전략의 일환"이라며 인적분할 및 지주회사 전환의 불가피성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내면에는 대주주 지배력 강화와 상속세 절감, 특정 투자자 수익 보장이라는 의도된 설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현금성 자산의 비대칭적 분배, 상환·전환 옵션이 결합된 RCPS 구조 등은 일반 주주의 이해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 "물적분할 불가능" 주장에 기관들 "핑계" 반박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파마리서치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IR 행사를 열고 "물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은 공정거래법상 요건을 충족시킬 수 없어 인적분할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지주회사가 되기 위해선 자산총액 대비 자회사 주식가액이 50% 이상이어야 하나, 물적분할 시 해당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행사에 참가한 기관 측 투자자들은 파마리서치의 이런 방식은 현재의 자산 배분 기준을 전제로 한 것이며, 설계 방식에 따라 지주회사 요건 충족은 충분히 가능했을 수 있다는 반론을 하고 있다.
실제 파마리서치의 인적분할은 홀딩스에 현금성 자산과 금융자산을 몰아주고, 리쥬란 등 실질 영업자산은 사업회사로 넘기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로 인해 분할 비율이 순자산 기준으로 74 대 26으로 결정됐고, 분할 후 재상장된 홀딩스는 과도한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시장에서 거래를 시작할 수 밖에 없다. 이럴 경우 홀딩스 주가는 급락을 피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일반 주주의 자산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상당한 규모의 현금성 자산과 금융자산을 홀딩스에 집중 배분한 것은 인적분할 시 홀딩스의 분할 비율을 높여 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는 물적분할이 '불가능'해서가 아니라, 구조를 유지한 채로는 지주회사 요건 충족이 '불리'했기 때문에 선택적으로 배제된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CVC캐피탈 RCPS, '절대수익' 구조로 논란 가중
파마리서치에 제기하는 문제는 더 있다. 바로 지난해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다.
파마리서치는 지난해 10월, 사모펀드 CVC캐피탈로부터 2000억원 규모의 RCPS(상환전환우선주)를 유치했다.
이 우선주는 연복리 4% 수익이 보장되는 상환권과 향후 주가 상승 시 전환차익을 노릴 수 있는 전환권이 결합된 이중 옵션 구조다.
구체적으로는 발행가액의 연 1%를 보통주식에 비하여 우선 배당하며 누적적이고 참가적인 우선주로 발행했다. 보통주의 배당률이 RCPS의 배당률을 초과할 경우 초과분에 대해 보통주와 동일한 배당률로 참가하여 배당을 받는 구조다.
발행일로부터 3년이 되는 날부터 10년이 되는 날까지 행사 가능한 상환권이 있다. 주당 상환가액은 주당 발행가액 및 동 금액에 대해 발행일로부터 실제 상환일까지 연복리 4%를 적용한다.
전환청구시 보통주로 전환된다. 무상증자, 액면분할, 유상증자 등에 따라 전환비율이 조정될 수 있고 RCPS는 보통주와 동일하게 1주당 1개의 의결권을 갖는다.
결국 이러한 조건은 CVC캐피탈에 매우 유리하다. CVC캐피탈은 사업회사 RCPS를 통해 주가 상승 시 전환 차익을 누릴 수 있고, 홀딩스 RCPS는 주가 급락 시에도 상환권을 행사하여 투자원금에 연복리 4%의 확정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
즉, 어떤 상황에서도 손실을 방어하면서 동시에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절대수익' 구조를 확보한 것이다. 일반 주주가 주가 하락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는 것과 대조된다.
실제로 머스트운용 등 일부 기관투자자들은 "RCPS 투자자에게만 유리한 조건을 부여하고, 해당 투자자의 이사가 분할 이사회에서 찬성표를 던졌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이재명 정부 정책에 '역주행'…비판 확산
한편 이재명 정부는 상장기업의 투명성 강화와 주주환원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으며, 특히 인적분할 후 재상장 제한과 같은 상법 개정 방향을 검토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파마리서치의 인적분할 방식은 정부의 정책 기조와 정면으로 충돌한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요건은 기업의 자산 배분 및 지배구조 설계에 있어 중요한 법적 기준이며, 이를 '회피'하는 방식으로 추진된 개편은 "핑계를 댄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파마리서치 측은 주주의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분할 이후 주가 흐름을 미리 알수는 없다는 점에서 지킬 수 없는 약속이다. 지금 구조만으로도 소액 주주 희생을 담보로 한 '기획된 분할'이라는 비판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파마리서치의 이번 인적분할과 RCPS 유치는 겉으로는 성장을 위한 기업구조 개편으로 포장됐다"며 "하지만 그 실체는 대주주의 지배력 유지와 특정 투자자의 수익 극대화라는 목적이 짙게 배어 있는 구조가 숨어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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