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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진짜 맛은 얼마인가?

메트로신문사 신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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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식품산업이 '가성비'의 그늘에 갇혀 휘청이고 있다. 좋은 원료를 쓰면 가격이 오르고, 가격을 낮추면 품질이 떨어지는 구조 속에서 산업은 생기를 잃고 있다.

소비자는 가격표부터 보고 유통업체는 공급가를 깎는다. 결국 중소 제조사는 수입산 원료에 최소한의 가공만 거친 제품으로 '최저가 경쟁'에 내몰린다. 대기업조차 프리미엄 제품을 한정판처럼 눈치 보며 내놓을 뿐이다. 싸고 무난한 제품은 넘쳐나지만, 비싸도 좋은 식품은 설 자리를 잃는다.

일부 식품 회사들은 가성비라는 명목을 앞세워 국산 원료보다 수입산을, 깊은 풍미보다 익숙한 자극적인 맛을 택하면서 원가를 극단적으로 낮추고 유통을 단순화해 간편식을 내놓는다. 마트 진열대가 순식간에 비는 것은 비일비재하다. 소비자 입장에서 가격 부담은 적겠지만, 산업 전반이 '싼맛'에만 몰두할 때 잃어가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종합식품기업 하림은 항생제 없이 키운 동물복지 닭, 국산 곡물 사료, 생산 이력 추적 시스템 등 품질을 앞세운다. 간편식을 만들더라도 신선한 식재료로 제대로 만들어 '진짜 맛'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타사 제품 대비 가격은 비싸지만, 신뢰를 파는 방식이다. 이런 시도는 느리지만 산업 생태계를 바꾸는 중요한 걸음이다.

미국·유럽·일본의 식품산업은 '저렴함'보다 '신뢰할 수 있는 품질'과 '지속 가능한 생산'을 경쟁력으로 삼는다. 한국도 '저렴한 맛'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품질'과 '글로벌 시장 속 국내 식품 산업의 경쟁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부는 수입산 원료 의존을 줄이고 국산 유통망과 R&D에 투자해야 한다. 유통업계는 적정 마진을 보장해 상생 구조를 만들고, 소비자도 가격보다 가치를 보는 시선으로 바뀌어야 한다.

싸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 식품은 하루 세 번, 생존이 아닌 삶의 질을 결정짓는 요소다. 한국 식품산업이 진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얼마냐'보다 '어떻게 만들었냐', 즉 가치를 먼저 따져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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