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손짓'하는 中…이재명 '실용외교', 미중 균형 또 시험대

이재명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중국이 대(對) 한국 외교에 본격 시동을 걸 조짐이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이재명호의 '균형' 잡기가 계속해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먼저 중국은 최근 외교채널 등을 통해 우리 정부에 우리 정부에 오는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이재명 대통령을 초청하는 방안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이번 80주년 전승절 초청에 대해 전례와 타국 참여 동향 등 여러 사안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입장이다. 외교 소식통은 "쉽게 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여러 제반 사항을 보며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정상이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 건 지난 2015년 70주년 행사 때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고려해 전승절에 참석했다.

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저지에 대한 중국의 '입김'은 두드러지지 않았고 이후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사안이 한중 간 갈등 사안으로 급부상하며 양국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한중관계.ⓒ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전승절 손짓' 이어 한중 고위급 소통…中 외교부장 방한 가능성도 '솔솔'

아울러 외교부에 따르면 한중 외교당국은 1일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국장급 협의를 서울에서 갖고, 10월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중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또한 이번 협의에서 양측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과 서해 및 한반도 문제를 비롯한 상호 관심 사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이런 가운데 외교가에선 이번 협의를 기점으로 시 주석의 방한과 관련된 한중 간 소통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시 주석의 방한이 실현되기 '마지막 단계'로 언급되는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의 한국 방문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APEC 정상회의 전에 왕이 외교부장이 한국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라며 "왕 부장의 방한 얘기는 계속 제기돼 왔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일각선 APEC 성패, 결국 美 트럼프 참석에 달려…과도한 '中 의식' 자제해야

중국의 전승절 참석 '손짓'과 지속적인 고위급 소통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결국 우리 정부의 미중 사이 균형 유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재계 일각에선 APEC 정상회의의 성패는 결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참석 여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시진핑 방한' 사안만 너무 부각돼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기치로 내건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친중' 이미지가 강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초 미국 백악관이 이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내면서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고 밝히며 각종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중국 경도'를 우려한 미국의 우회적인 '견제구'가 아니냐는 일부 관측도 나왔다.

두진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연구센터장은 "아직 한미 정상회담을 갖지 않은 상황"이라며 "중국의 '전승절' 초청으로 한미동맹 한중·한러 관계 등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가 시험대에 직면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전문가는 "중국의 이번 제의는 시 주석이 방한하기 전에 한 번 찔러보는 격"이라며 "한국은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견지하며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없다. 중국도 이 대통령의 참석 가능성이 낮다는 걸 알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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