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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카메라 밖에서도 아팠던 '미지의 서울' [인터뷰]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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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호수 역할 맡아 열연한 배우 박진영
“혼자 드라마 보며 엉엉 울었죠”


박진영이 인터뷰를 통해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BH엔터테인먼트 제공

박진영이 인터뷰를 통해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BH엔터테인먼트 제공


박진영의 눈빛은 호수처럼 깊고 맑았다. 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 호수라는 복잡하고도 단단한 인물을 연기한 그는 연출자와 동료 배우에 대한 깊은 신뢰, 그리고 캐릭터 구축을 위해 했던 노력을 떠올렸다. “눈물 연기가 너무 예뻤다”는 반응에 쑥스러워하며 웃던 박진영과 작품에 대한 밀도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엄마랑 본가에서 대화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엄마가 계속 절 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는데… 그 순간 너무 슬펐어요. 마법 같은 순간이었죠.”


지난 1일 인터뷰를 가진 박진영은 기자와 처음 만났던 20대 시절보다 한층 여유로워진 모습이었다. 이번 작품에 임하면서 현장 모니터를 거의 하지 않았다는 그는 “처음부터 감독님 디렉션을 믿었다”고 털어놨다.

“호수는 반응을 줄여야 더 슬퍼진다”는 감독의 말을 이해하고 박진영은 그 여백을 정확히 그려냈다. “원래도 모니터를 많이 하는 성향은 아닌데 카메라 옆에 감독님이 계셨기에 모니터 하러 갈 타이밍도 없었죠. 늘 옆에 오셔서 이야기를 나눴거든요.”

시청자들의 설렘을 자아낸 애정 신에서도 그는 디렉션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드러냈다. “(박보영과) 키스신에서 제가 대사를 하면서 다가가는 장면이 있었어요. ‘하면서 가라’고 감독님이 얘기해주셨어요. 너무 섬세하게 디테일을 짚어주셔서 감탄했죠.”

박진영은 '미지의 서울' 호수 역에 깊게 몰입했다. BH엔터테인먼트 제공

박진영은 '미지의 서울' 호수 역에 깊게 몰입했다. BH엔터테인먼트 제공


호수라는 인물은 여타 박진영의 역할과는 확실히 결이 달랐다. “(’유미의 세포들’ 속) 유바비랑 비교한 짤도 봤어요. 둘 다 실제 저와는 거리가 멀어요. 유바비는 여자를 너무 잘 알고 호수는 너무 모르죠. 전 (좋아하는 여자에게) 진심은 직접적으로 말하는 편이거든요. 모태 솔로인 호수 정도는 아니에요. 하하.”

박진영은 상대 배우 박보영에 대한 깊은 존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쌍둥이 미지, 미래와 서로인 척 하는 두 사람을 연기한 박보영은 1인 4역을 해냈다고 볼 수 있다.


“긴 머리 미지였다가 30분 만에 짧은 머리 미래로 바뀌는데, 완전히 다른 인물로 변해요.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대단하다는 말로도 부족해요.”

그는 80%에 달했던 박보영의 대본 분량에 대해 언급하며 “새벽까지 잠 못 자고도 대사를 다 외워오는 모습에 감탄했다”고 덧붙였다. “4역에 대한 반응을 어떻게 할까 고민했는데, 현장에서 선배가 주는 호흡 덕분에 자연스럽게 반응이 달라졌어요. 선배가 다 다르게 줘서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호수의 엄마 역을 맡은 김선영에 대한 존경심도 드러냈다. “여담으로 제가 엄마랑 본가 가서 대화하는 신이 있어요. 어머니한테 ’괜찮다. 엄마만 신경 쓰라’고 말하는 신이죠. 그때부터 마지못해 웃는 엄마의 얼굴이 나와요. 엄마가 저를 계속 보면서 대사를 하거든요. 내가 괜찮은지, 잘 듣고 있는지 또박또박 말하는데 너무 슬프더라고요. 마법 같은 순간처럼 느껴졌어요.”

“언젠가 널 읽어줄 사람이 있을 거야”


가장 위로받은 대사를 묻자, 박진영은 “미지에게 ‘누구나 숨기고 싶은 거 하나쯤은 있잖아’라고 했던 대사”를 꼽았다.

“요즘처럼 모든 게 드러나는 시대에, 숨기고 싶은 아픔 하나쯤은 다들 있잖아요. 그런 점에서 진짜 위로가 되더라고요.”

그는 또 로사 캐릭터가 사월에게 했던 “언젠가 너를 읽어줄 사람이 있을 거야”라는 대사를 이야기하며, “우울할 때 가장 무서운 건 혼자라는 생각인데, 그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붙잡히더라. 결국 삶을 견디게 해주는 건 사람, 말, 마음인 것 같다”고 했다.


가장 울컥했던 장면은 요양병원에서 미래를 알아본 할머니가 이름을 불러주는 순간이었다.

“왜 그렇게 슬펐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보면서 엉엉 울었어요. 미래는 아무한테도 말 못 하고 꿋꿋이 버틴 아이잖아요. 그걸 생각하니,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드라마 후반부 미지가 대문을 열고 나오는 장면에서는 “긴장하느라 울진 않았다”고 했지만, 그는 누구보다 이 이야기에 감정적으로 깊이 서 있었던 사람이었다. “저는 작품을 혼자 보는 걸 좋아해요. 혼잣말을 많이 하거든요. ‘뭐야, 왜 저래’ 이런 식으로. 하하. 이번 드라마를 보면서 특히 많이 운 것 같아요.”

드라마 ‘미지의 서울’은 막을 내렸지만, 호수는 시청자들의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겼다. 언젠가 우리를 읽어줄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처럼, 박진영의 잔잔한 얼굴도 오래 기억될 것이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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