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콘 2025 현장, 로봇·AI·보안의 3대 키워드 중심 첨단 기술의 현주소 조명
휴머노이드부터 모듈형 플랫폼까지…'피지컬 AI'가 이끄는 차세대 산업혁명 전망
여준구 박사, 전진 브릴스 대표, 한재권 한양대 교수 등 학계·업계 전문가 총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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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CES 2025에서 AI 시대와 함께 스타 기업으로 떠오른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은 AI의 다음 패러다임으로 ‘피지컬 AI(로봇, 자율주행차, 스마트 공간 등 자율 시스템들이 현실 세계에서 인지하고, 이해하며 복잡한 행동을 수행하도록 하는 인공지능 기술)를 지목했다.
실제 미국, 중국을 비롯한 주요 AI 선도국에서는 AI 기술을 로봇 등 물리적 기술과 연결시키는 시도들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 역시 공장을 비롯한 물류, 유통 등 이미 광범위하게 확산돼 있는 산업 현장의 산업용 로봇과 AI의 결합을 시도하며 AI 시대에 도태되지 않기 위한 노력을 지속 중이다.
이렇듯 AI 기술을 둘러싼 국내·외의 빠른 환경 변화와 기술 진화의 방향, 글로벌 트렌드를 조망하는 자리가 지난달 개최된 ‘테크콘 2025’였다. 세계적인 AI 석학과 글로벌 기업의 기술 리더들이 대거 연사로 참여한 이번 행사에서 테크42는 세계적인 로봇 공학자 여준구 박사를 비롯해 브릴스의 전진 대표, 휴머노이드 로봇 전문가인 한재권 한양대 교수의 이야기에 주목했다.
여준구 박사, “이제는 물리 세계에서 혁신 일어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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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준구 박사는 미국 대통령상을 수상한 로봇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다. 미국 오레곤 주립대에서 로봇 공학 석박사를 취득한 이후 미국 대학과 연구기관을 두루 거치며 로봇 공학자로 이름을 알렸다. 국내에서도 한국항공대 총장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로봇·미디어 연구소 초대 소장, 한국로봇융합연구원(KIRO) 원장을 역임했다. 또한 여러 기업과 로봇·AI 분야의 기술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재난안전·건설·농업 등 다양한 분야의 로봇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지난 2월부터는 대동그룹의 AI 기반 지능형 로봇 기업인 대동로보틱스의 대표로 취임, 농업 로봇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행사 첫날, 첫 키노트 발표자로 나선 여 박사는 “AI의 급격한 발전으로 로봇 산업은 단순한 미래 전망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물리적 혁신을 이끌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로봇의 새로운 혁신’이라는 주제를 통해 AI와 로봇의 융합이 가져올 산업 변화와 그 배경을 심도 깊게 설명했다.
여 박사는 “과거에는 로봇의 산업화가 지능의 한계로 인해 지지부진했지만, 이제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지능형 로봇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사이버 공간에 머물던 AI가 물리 공간에서 행동하게 되는 시점이 곧 다가오고 있으며, 그 연결 고리가 바로 로봇”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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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여 박사는 로봇을 구성하는 핵심 축으로 ▲모빌리티(mobility, 이동) ▲매니퓰레이션(manipulation, 조작) ▲오토노미(Autonomy, 자율)를 꼽았다. 그러면서 “이 세 가지가 결합될 때 비로소 자율주행 로봇, 휴머노이드 등 고도화된 로봇 시스템이 완성된다”며 “단일 기능만으로도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지만, 융합을 통해 시너지가 극대화된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산업용 조립 로봇에서 수술 로봇, 수중 로봇까지 기술 발전 흐름을 되짚은 여 박사는 “각국은 자국의 기술적 강점을 기반으로 로봇 시장을 선도해왔다”며 “특히 한국은 로봇 밀도(산업용 로봇 보급률) 세계 1위로, 로봇 친화적인 국가”라고 강조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역사에 대해 짚은 부분도 관심을 끌었다. 여 박사는 “1970~1990년대 워킹 로봇에서 시작해, 일본의 아시모, 소니, 도요타 등의 휴머노이드가 활발히 개발됐던 1세대 시대를 거쳐 현재는 미국과 중국 중심으로 ‘2세대 휴머노이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며, 물리적 인텔리전스와 센서, 액추에이터, 핸드 그리퍼 등 다양한 기술이 동시에 발전해야 한다”며 “현실적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지만, 산업적·기술적으로 반드시 가야 할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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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박사는 AI 기반 로봇이 특정 제품군을 넘어 산업 생태계 전체로 확장 중인 상황도 언급했다. 여 박사는 “이제는 로봇 제조 기업뿐만 아니라, 데이터 수집, 맞춤형 AI 모델링, 로봇용 운영 소프트웨어 등 관련 산업군 전반으로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며 “2024년에는 로봇 관련 투자 규모가 전년 대비 약 19% 증가했으며, 이 중 물류, 의료, 농업 등 프로페셔널 서비스 로봇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여 박사는 “미국 NSF(국립과학재단)는 농무부의 국립식량농업연구소(USDA NIFA)와 함께 AI와 로봇을 농업에 접목하는 ‘Agri-Robotics’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며, 농업용 로봇이 주요 응용 분야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날 여 박사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속한 대동그룹의 대동로보틱스 사례도 소개했다. 대동은 1947년 창립된 국내 대표 농기계 기업으로, 현재는 ‘스마트 애그리컬처’를 지향하는 디지털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여 박사는 “작년 출범한 대동로보틱스는 AI 기반 농업 로봇과 필드 서비스 로봇을 주력으로 삼고 있으며, CES 2024에서 주목받은 ‘자연어 기반 운반 로봇’을 올해 말까지 상용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로봇은 자연어로 명령을 받아 이동하고, 지정된 사람이나 장소를 찾아가며, 농작물 정보를 음성으로 제공하는 ‘말하는 운반 도우미’다.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농촌 현장에 적합한 AI 파트너형 로봇으로 개발되고 있다.
한편 이날 키노트에서 여 박사는 “생성형 AI, 에이전트 AI에 이어, 물리 세계에서 활동하는 ‘피지컬 AI’가 곧 산업 혁명의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AI는 강력한 지능을 갖고 있지만, 물리적 세계에서 행동하려면 로봇이라는 몸체가 필요하다”며 “피지컬 AI의 핵심은 로봇이며, 이는 단지 휴머노이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물리적으로 개입하는 모든 장치를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역량에 대한 평가도 남달랐다. 여 박사는 “한국은 AI와 로봇 양 분야 모두에서 글로벌 상위권 기술력을 보유한 몇 안 되는 국가”라며 “단순 제품 개발을 넘어 생태계 전체를 보는 관점에서 기술과 산업 전략을 세운다면, 세계 시장에서의 도약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전진 브릴스 대표, “로봇 생태계, 구조 자체를 바꿔야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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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여 박사에 이어 ‘로봇 기술의 트렌드와 미래’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전진 브릴스 대표는 한국 로봇산업 정체 원인을 통합과 적용 역량 부족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현 상황을 ‘로봇을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단계’로 정의했다.
2015년 설립된 브릴스는 로봇 제조기업과 수요 고객을 연결하는 시스템 통합(SI) 업체다. 로봇 시스템 설계부터 AS까지 모든 분야 로봇에 표준화된 플랫폼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자동차 전장 시스템 검사·계측 설비부터, 시트 검사·조립 라인 개발, 퓨어셀 검사 설비, 구조 해석과 금형 설계 등 다방면 제조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 중이다.
전 대표는 이날 로봇 산업의 트렌드와 생태적 병목 지점을 진단하며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달리, 국내 로봇 산업의 성장은 여전히 제자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 대표는 “로봇 제조 그 자체보다도, ‘시스템 통합(SI)과 현장 최적화 능력’이 산업 성장의 핵심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는 것이 전 대표의 진단이다.
“저는 개인적으로 로봇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로봇 그 자체 보다 고객이 원하는 그 현장에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로봇이 실제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게끔 할 수 있는 SI 회사들이 많이 있어야 우리나라 중소기업 중견 대기업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거죠. 하지만 글로벌 로봇 성장률이 30%에 육박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로봇 성장률은 1.5%가 채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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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전 대표가 이끄는 브릴스는 로봇 제조와 SI를 결합한 내재화 구조를 기반으로, 모듈형 플랫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 대표는 “기존 SI 업체의 단점은 대부분 외주 기반 설계였고, 이는 A/S와 품질 통제, 기술 누적에 한계를 가져왔다”며 “브릴스는 3축·5축 가공기, 소프트웨어 설계, 비전, 제어기까지 내재화해 원가를 낮추고 품질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릴스는 ▲AI 기반 파레타이징 시스템 ▲육가공 자동화 ▲감자 형상 가공 로봇 ▲고중량 용접 로봇 ▲의료 폐기물 처리 로봇 ▲스마트 팩토리 안전관제 로봇 등 다양한 B2B 맞춤형 로봇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전 대표는 “RGBD 카메라 기반의 감자 세척·형상 분류 로봇은 원물 손실을 최소화하고 손세척 수준의 자동화를 구현했다”며 실제 적용 사례도 소개했다.
또한 원격 진료를 위한 햅틱 기반 로봇 솔루션, 참치 자동 절단 로봇 등 의료·수산·농업 등으로 응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전 대표는 “이러한 현장형 로봇은 고령화·인력부족·위험작업 대체에 최적화된 대안”이라며 “단순 기술보다 현장 니즈를 반영한 솔루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브릴스는 최근 산업용 및 협동로봇 제조 인증을 획득하고, 자체 로봇 제품 개발에도 본격 진입했다. 미국 디트로이트, 보스턴 등 고임금 시장에서의 수출도 타깃으로 삼고 있으며, 지난해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해외에서 거뒀다.
한재권 교수, “휴머노이드는 산업혁명의 새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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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을 닮게 만드는 게 아니라, 인간의 다양한 노동을 하나의 기계로 수행하기 위한 범용 로봇입니다.”
한양대학교 로봇공학과 교수이자 스타트업 에이로봇의 CTO인 한재권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은 피지컬 AI의 정점이자, 차세대 산업혁명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며 로봇 기술의 미래 방향을 제시했다.
한 교수는 “로봇의 핵심은 범용성과 ROI이며, 이는 하나의 로봇이 24시간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을 때 달성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교수는 “특정 목적만 수행하고 창고에 들어가는 로봇은 경제성이 떨어지지만, 목적을 바꿔 계속 운용될 수 있는 로봇은 수익성과 산업적 파급력이 크다”고 덧붙였다.
한 교수가 정의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단순히 ‘사람처럼 생긴 로봇’이 아니라, 인간이 구축한 물리적 환경(문명 구조)에 최적화된 다목적 기기다. 인간 노동을 대체하려면 도구, 환경, 설비에 적응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가장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형태가 곧 인간형이라는 것이다.
이어 한 교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로 ‘인구 구조의 붕괴’를 들었다. 한 교수는 “1970년대에 100만명 이상이던 출생아 수는 최근 25만명 이하로 줄었다”며 “25만명이 100만명을 부양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한 교수는 “이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기술이 바로 로봇이며, 특히 다목적 휴머노이드가 해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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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로봇 기술이 성장하는 것과 달리 실제 도입은 쉽지 않다. 한 교수는 그 이유로 ▲경제성 미스매치 ▲용도 불일치 ▲기술적 제약(배터리·AI 칩·액추에이터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로봇이 현장에 투입되기까지 가장 큰 허들은 ROI 확보”라며 “다목적성, 24시간 운용 가능성, 기술 효율화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한 교수는 엔비디아(NVIDIA)의 ‘로보틱스 파운데이션 모델(RFM)’ 기반 접근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이 모델은 VR·시뮬레이션 기반 모방 학습을 통해 인간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시뮬레이터에서 증폭시켜 로봇에 적용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한 교수는 “데이터 기반 AI 학습과 실물 기계의 통합을 통해 인간처럼 배우고 수행하는 피지컬 AI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휴머노이드 산업이 미국·중국 중심으로 급성장하는 상황에 대한 진단도 이어졌다. 한 교수는 “한국도 결코 늦지 않았다”며 “AI 시대의 경쟁력은 데이터에 있으며, 한국은 제조업 중심 국가로서 산업 현장의 행동 데이터가 풍부하다”고 강조했다. 그려면서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로봇 학습을 선도할 수 있다면 경쟁에서 뒤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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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한국에서는 지난 4월 ‘K-휴머노이드 연합’이 출범해 약 40여개 기업이 공동 연구를 추진 중이다. 여기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한 교수는 재차 “우리에게는 배터리, 센서, AI 칩, 액추에이터 등 모든 핵심 부품 역량이 있으며, 다만 이를 조율할 ‘기세’가 부족했을 뿐”이라며 “지금이 시작하기에 가장 빠른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 교수가 CTO로 재직 중인 에이로봇은 엘리스 4세대 휴머노이드를 개발해 실제 공연장에서 서빙 시연을 완료했고, NVIDIA 기반 시뮬레이터 학습과 로봇 적용 실험도 진행 중이다. 한 교수는 “국내 기업도 테슬라처럼 휴머노이드 실증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며 “범용 휴머노이드가 열어갈 시장에 한국 기술이 들어설 수 있도록 정부, 산업계, 학계의 전략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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