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
김준일 | 시사평론가
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달가량이 지났지만 미디어 분야가 어떻게 변화할지 갈피를 잡기 힘들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최민희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 통과를 주도하고 있다. 개정안의 핵심은 현재 5명인 방통위원을 9명으로 늘리되 상임위원은 3명, 비상임위원은 6명을 둔다는 내용이다. 6명의 방통위원 중 3명은 비교섭단체를 포함한 야당이 지명하는 방안이다. 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방송정책 기능을 옮겨와 방통위가 모든 방송통신 정책을 주도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방통위 자체의 수명이 다했기에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를 없애고 미디어 분야를 전담하는 독임제 부처를 만들자는 주장을 내놓는다. 지난 5월15일 한국언론학회, 한국방송학회, 한국언론정보학회 등 미디어3학회가 개최한 세미나에서 나온 얘기다. 왜 학자들은 방통위를 없애자고 하는 것일까. 2008년 방통위는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를 모델로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를 통합한 합의제 기구로 시작했다. 이후 2013년 박근혜 정부가 미래창조과학부를 설치하면서 방통위 일부 업무가 해당 부처로 이관됐고, 문화체육관광부도 미디어·콘텐츠 분야에 관심을 가지면서 뉴미디어에 대한 소관 부처가 애매해졌다. 예를 들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미디어업계의 핫이슈가 되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체부, 방통위가 각각 법안을 개정해 이를 자기 관할로 두려 했다. 하지만 관할권 다툼만 있을 뿐 제대로 된 진흥책이 나오질 않아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디어 분야는 국가 위상에 견줘 현상 유지하거나 퇴보하는 추세다. 미디어3학회 안은 미디어를 전담할 부처를 만들어 현재의 위기를 돌파해보자는 거다.
필자는 지난해 8월 한겨레 칼럼에서 방통위를 해체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 콘텐츠 다양성이 사라지고 경영 상황이 악화되는 등 방송의 위기임에도 제대로 된 방송정책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 시급한 통신 현안이 많음에도 정쟁에 밀려 통신정책마저 사라졌다는 점, 합의제 기구 방통위가 합의 없이 일방통행으로 운영된 점을 폐지의 이유로 꼽았다. 이는 여전히 유효하다. 방통위는 이진숙 위원장 1인 또는 2인 체제로 사실상 1년 넘게 마비돼 있다. 1일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대통령 몫 상임위원을 지명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정파성에 매몰되어 지난해 7월 취임하자마자 여권 몫 공영방송 이사부터 초고속으로 임명했던 이 위원장이 업무를 하겠다고 대통령과 국회에 방통위 상임위원 임명을 요청하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진숙 위원장의 적격성과 별개로 너무 오랫동안 제 기능을 못 하는 미디어 담당 기구를 정상화할 필요는 분명 있다. 다만 그 방식이 현행 방통위 체제 확대 개편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방통위 파행의 핵심이었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은 어떨까. 민주당은 방송의 공공성 회복과 공적 책무 이행을 통한 국민의 방송을 강조하며 공영방송 독립성 보장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날 과방위를 중심으로 방송3법 통합대안을 만들어 공개했다. 예컨대 한국방송 이사는 현재 11명에서 15명으로 늘리고, 국회 추천 몫은 6명으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나머지는 한국방송 시청자위원회와 임직원, 학계, 법조계 등이 추천권을 갖고, 방통위가 후보를 임명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그동안 정치권은 별다른 법적 근거 없이 한국방송 이사는 여야 7 대 4 비율로, 문화방송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는 여야 6 대 3 비율로 임명해왔다. 공영방송 이사들은 ‘정치적 후견주의’를 극복하지 못하고 임명한 정당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방송 운영에 간섭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의 방송3법 통합대안 역시 정치권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을 합법적으로 보장하고, 특히 방통위를 중심으로 과방위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재명 정부는 내란이라는 민주주의 퇴행을 극복하고 새로운 민주공화정으로 가야 한다는 국민들의 염원을 담아 출발한 정부다. 속도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염원에 걸맞은 개혁안이 나와야 한다. 현재 방통위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은 지나치게 정치권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방통위 17년 실험은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이재명 정부는 새로운 미디어 정책 기구를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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