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혁 감독. |
지난 27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오징어 게임' 시즌3는 자신만의 목적을 품고 다시 참가한 게임에서 가장 친한 친구를 잃고 만 이정재(기훈)와, 정체를 숨긴 채 게임에 숨어들었던 이병헌(프론트맨), 그리고 그 잔인한 게임 속에서 살아남은 참가자들의 마지막 운명을 그린 이야기다. 지난 2021년부터 시작된 '오징어 게임'의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는 마지막 시즌이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시청자의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드라마의 오락성과 각본가이자 연출가인 황동혁 감독이 바라는 메시지 전달 사이에서 후자에 더욱 방점을 찍는 듯한 전개, 여러 등장인물 가운데 예상만큼의 몫을 해내지 못한 캐릭터, 주인공 성기훈의 이해할 수 없는 행보 등이 아쉬운 점들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동혁 감독에겐 '이유'가 있었다. 긴 여정을 마무리하며 그가 남기고 싶었던 이야기가 분명히 존재했기 때문이다.
먼저, 엔딩에 관해서다. 일부 시청자는 성기훈이 게임장에서 처음 만난 신생아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결정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했던' 성기훈의 선택이 일부 시청자에겐 공감받지 못하는 상황.
이에 대해 황동혁 감독은 “처음 시즌2를 생각했을 땐 해피엔딩을 떠올렸다. 기훈이 살아서 이 게임을 끝내고 딸을 만나러 가는 엔딩을 생각했다. 집필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며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생각했다. 세상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서, 기훈의 여정으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생각했다. 세상이 점점 더 살기 어려운 곳으로 변하고 있고, 코로나19 이후 불평등이 더 심해지고 있다. 전쟁의 위협도 커지고 있다. 말은 다들 기후를 걱정하고 지구의 위기를 걱정하지만, 행동은 그렇지 않다. 자국 이기주의다. 기후 변화가 일어나는 걸 뻔히 보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세상을 보면서 우리 미래 세대에 어떤 세상을 물려줘야할지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오징어 게임' 시즌3 |
그렇게 선택된 설정이 생명의 탄생이다. 게임 도중 아이가 태어나고, 그 아이가 타의에 의해 참가자가 되면서 목숨을 건 서바이벌에 동참하게 된다. 기성 세대의 선택과 잘못으로 미래 세대가 열악하고 무시무시한 경쟁에 휘말리게 된 셈이다.
이에 대해 황 감독은 “그래서 아이를 등장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미래 세대를 상징하는 심볼로서, 그 아이를 위해서 희생하는 결론이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닿아있다고 생각했다. 막연한 해피엔딩보다는 그런 선택을 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출산 장면, 신생아를 육아하는 장면 등에서 현실과는 동떨어진 상황들이 이어지면서 몰입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있다. '황동혁 감독은 아이를 키워보지 않은 것 같다'는 댓글도 등장했다. 실제로 황동혁 감독은 “결혼도 안 했고 아이도 없다”고 말했다.
'아이가 너무 소재로만 사용했다는 지적도 있다'는 말에 그는 “'계속 젖병으로 젖을 먹여야하나'라는 생각도 했다”며 웃었다. 이어 “그 아이는 심볼이라고 생각했다. 이 아이를 기훈이 리얼하게 양육한다는 것보다는 지키려는 심볼로서 생각했다. 그래서 구체적 과정을 넣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시즌3 서사의 중심에 선 '아이'에게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향하다보니, 이를 둘러싸고 다른 등장인물의 행동에 당위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특히 아이를 살리려 아들에게 칼을 꽂은 어머니 캐릭터의 장면이다.
“많은 분들은 엄마가 아들을 위해 희생하는 예상을 했을 텐데”라며 이야기를 시작한 황 감독은 “금자가 '자기가 살기 위해 준희와 아이를 죽이려는 아들'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있었을까. 아들을 죽이려 한다기보다는, 끔찍한 살인을 벌이려는 아들을 막는다는 의미다. 그런 의미로 금자의 행동을 해석해주셨으면 좋겠다. 칼 든 손을 멈추기 위해 오른쪽 어깨를 찌른다. 죽인다기보다, 행동을 막아야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오징어 게임'?시즌3 |
황동혁 감독은 “히어로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못 박으면서, “시즌2 마지막에 프론트맨이 비웃지 않나. '영웅 놀이는 재밌나'라고. 한 사람의 영웅이 세상을 구하는 히어로물을 만들 생각은 없었다. 기훈은 애초에 히어로는 될 수 없는 인물이다.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영웅적 행동이 마지막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우직하게 모든 걸 던져서 아이를 게임장 안에서 살려내려는 모습이 가장 영웅적 행동이 아닐까”라고 했다. 이어 “세상을 바꾸는 건 한두명의 정치 지도자가 아니다. 결국 다수의 보통 사람이다. 혹은 보통 이하의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노력, 행동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조금은 답답하지만 그런 인물이 더 맞다고 생각했다”고 기훈 캐릭터를 설계한 의도를 전했다.
시즌1에서 활약한 경찰 위하준(황준호)의 희미해진 존재감 또한 아쉬운 지점이다. 동료들과 함께 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섬을 찾아나서지만, 내내 헤매다 결국 성기훈의 마지막 결심이 끝난 후에야 게임이 벌어진 섬에 당도한다.
'오징어 게임'?시즌3 |
“마지막 순간에 위하준과 사람들이 도착해, 기훈과 합세해서 게임을 끝내는 이야기를 생각하기도 했다”는 황 감독은 “어떻게든 위하준이 섬에 도착하게는 하고 싶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형(프론트맨 이병헌)과 한번은 대면하게 하고 싶었다. 아이의 존재를 준호가 확인하게 하고 싶었다. 아이를 누구에게 맡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존재로 준호를 떠올렸다. 아이의 존재를 확인하고 형의 모습을 확인하고, 형이 아이를 맡기는 과정으로 연결시키고 싶었다”고 밝혔다.
글로벌 최고의 화제작인 '오징어 게임'을 향해 이처럼 여러 평가가 오가고 있는 상황. 이에 대해 황동혁 감독은 “좋아하는 분도 계시고 불만을 표하는 분도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이해가 간다”고 했다. “이 작품은 시즌1 때에는 기대가 없었다. 그래서 나왔을 때 충격도 있고 재미도 있었다. 시즌2, 3은 시즌1 때문에 기대감이 형성된 게 있었다. 각자가 원하는 게 달랐던 것 같다. 게임 팬들은 게임이, 철학적 메시지를 원하면 그런 걸, 캐릭터를 좋아하면 그 캐릭터가 많이 나오길 바랐던 것 같다. 그 기대가 충족된 분들과 배반된 분들이 다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
'오징어 게임'?시즌3 |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징어 게임'은 '오징어 게임'이다. 공개 후 OTT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 패트롤이 집계하고 있는 모든 국가, 93개국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역사상 가장 성공한 K콘텐트의 위력을 입증 중이다.
전설을 써내려간 주인공, 황동혁 감독은 “이 작품을 하며 많은 경험을 했다. 비판 받으면 좌절도 했다가, 칭찬을 받으면 희열도 느꼈다가. 에미 시상식에 가서 상도 다 받고, 엄청난 부담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 작품에 대한 메시지를 고민하면서 '내가 어떻게 살아야하나'라는 생각도 했다”며 “결론적으로 자신에 대해서 오히려 더 많이 생각했다. 성기훈이 어떤 인갼이어야할지 생각하다가, '나는 뭘 만들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성찰했다. 한때는 우쭐하게도 만들었지만, 어떤 의미로는 겸손하게 만든 작품”이라고 말했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박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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