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시리 '구동 위해 앤트로픽·오픈AI 모델 사용 검토

[박찬 기자]

(사진=셔터스톡)

'시리(Siri)'의 성능을 대폭 끌어올리기 위해 자체 모델 개발 중인 애플이 앤트로픽의 '클로드'나 오픈AI의 '챗GPT'를 대신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통합 시리 모델 개발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평이다.

블룸버그는 30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애플이 두 회사와의 협의를 통해 자체 클라우드 인프라에서 실행 가능한 맞춤형 언어모델을 실험 중이며, 이는 시리의 차세대 버전에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현재 '통합 시리'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 중이다. 그러나, 기술 부족 등으로 지난 3월에는 출시를 2026년으로 연기했다.

이 모델은 지난해부터 시리에 탑재된 챗GPT와는 성격이 다르다. 현재는 온디바이스 모델인 시리가 처리하지 못하는 복잡한 쿼리에 대응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러나 새로 도입하려는 통합 시리 모델은 사용자 데이터를 읽고 분석해 맞춤형으로 진화하며, 사용자 대신 전화를 걸거나 앱을 사용해 주는 에이전트 기능을 수행한다. 애플은 바로 이 역할을 할 모델로 클로드와 챗GPT를 지목한 것이다.

실제로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 중 일부는 외부 모델과 연동되며, 특히 iOS 26에서는 챗GPT를 활용한 이미지 생성 및 분석 기능도 제공할 예정이다.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은 기존 통합 시리를 지휘하던 존 지아난드레아 부사장이 축출되는 등 최근 조직의 대폭 개편에 다른 것이다. 뒤를 이은 마이크 록웰이 외부 모델들을 일제히 테스트한 결과, 클로드가 통합 시리에 가장 적합한 모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최근 애플 임직원들도 외부 모델 사용으로 의견이 기우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애플 내부에서는 외부 모델 채택 가능성에 대해 불만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애플의 핵심 AI 연구원인 톰 군터가 최근 퇴사했으며, MLX라는 오픈 소스 머신러닝 프레임워크 팀도 집단 이탈 위기를 겪다 애플의 조건 개선 약속에 가까스로 잔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애플의 새 모델은 구글 출신 루오밍 팡이 이끄는 약 100명의 팀에서 개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 모델이 완성되면 외부 모델을 대체할 가능성이 크지만, 성능이 앤트로픽이나 오픈AI에 미칠지는 미지수다.

이런 애플의 전략은 삼성전자와 흡사하다는 평이다. 삼성도 '갤럭시 AI'라는 브랜드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구글의 '제미나이'가 기반이기 때문이다. 애플도 비슷한 방식으로 시리 성능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프라이버시를 강조하는 애플은 오픈AI와 앤트로픽에 애플 클라우드 인프라에서 실행 가능한 맞춤형 모델을 요청했다. 자체 칩에서 외부 서버에 의존하지 않고 데이터를 보호하려는 전략이다.

클로드가 가장 유망하다는 내부 평가에 따라 앤트로픽과의 협상이 본격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앤트로픽은 연 수십억달러 규모의 사용료를 요구하고 있어,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그래서 대안으로 오픈AI가 검토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물론 애플은 외부 모델에 의존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자체 모델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는 아이폰을 넘어 로봇이나 스마트 안경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AI 기술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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