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마음이 흩어졌다
임종기에 국한된 연명의료 중단 결정
베테랑 의사조차 "판단 너무 어려워"
식물인간의 경우 판단 자체가 불가능
임종기를 말기로 확대하자는 주장
"차라리 무익한 의료로 기준 바꿔야"
"교수들도 2, 3년 겪어 봐야 알 듯 말 듯한 게 '임종 시기' 판단이다. 그러고도 질환, 환자 등에 따라 '도저히 모르겠다'는 말이 계속 나온다."
연명의료결정제 시행 이후 현장 의료진이 입을 모아 호소하는 어려움 중 하나는 '임종 시기' 판단이다. 연명의료를 유보·중단하려면 의사 두 명이 '환자가 임종 과정에 있다'는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모호하고 비현실적인 임종 기준이 판단의 혼선과 규정 적용의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도상 '임종 과정'에 대한 정의는 명확하다. "의학적으로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를 받더라도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돼 사망이 임박한 상태"를 말한다. 그래도 모호하다는 지적을 감안해 "회복 가능성이 낮아 수일에서 수주 사이 사망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라는 가이드라인도 친절히 보탰다. 근원적 회복 가능성이 없어 수개월 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진단이 말기라면 임종기는 그보다 훨씬 협소하게 '곧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를 말한다.
그럼에도 현장에선 '사망 시점'을 예측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잘라 말한다. 중환자의학회 윤리법제이사인 조우현 양산부산대병원 내과 교수는 80대 만성 폐쇄성 폐질환자를 예로 들며 "확률적으로 생존 가능성은 낮고 회복해도 1년 내 악화될 가능성이 높지만 경우에 따라선 회복하는 환자도 있다"고 설명했다. '예외적 상황'이 많아 "사망 예측은 그야말로 신의 영역"이라는 얘기다.
임종기에 국한된 연명의료 중단 결정
베테랑 의사조차 "판단 너무 어려워"
식물인간의 경우 판단 자체가 불가능
임종기를 말기로 확대하자는 주장
"차라리 무익한 의료로 기준 바꿔야"
편집자주
'존엄하게 죽고 싶다'는 우리의 바람은 이뤄질 수 있을까. 연명의료결정제가 올해로 시행 7년, 법 제정 기준으로는 내년이면 10년이 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자 300만 돌파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 사이 이별의 풍경은 또 어떻게 달라졌을까. 전국 의료 현장에서 확인하고 파악한 실상과 한계, 대안을 5회에 걸쳐 보도한다.연명의료를 유보나 중단하려면 의사 두 명이 '환자가 임종 과정에 있다'는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의료진들은 임종판단 기준이 모호해 현장의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사진은 독립형 호스피스 시설인 전진상의원 호스피스 센터의 병동 모습. 이수연 PD |
"교수들도 2, 3년 겪어 봐야 알 듯 말 듯한 게 '임종 시기' 판단이다. 그러고도 질환, 환자 등에 따라 '도저히 모르겠다'는 말이 계속 나온다."
연명의료결정제 시행 이후 현장 의료진이 입을 모아 호소하는 어려움 중 하나는 '임종 시기' 판단이다. 연명의료를 유보·중단하려면 의사 두 명이 '환자가 임종 과정에 있다'는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모호하고 비현실적인 임종 기준이 판단의 혼선과 규정 적용의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판단 불가한 상황 수두룩"
제도상 '임종 과정'에 대한 정의는 명확하다. "의학적으로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를 받더라도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돼 사망이 임박한 상태"를 말한다. 그래도 모호하다는 지적을 감안해 "회복 가능성이 낮아 수일에서 수주 사이 사망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라는 가이드라인도 친절히 보탰다. 근원적 회복 가능성이 없어 수개월 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진단이 말기라면 임종기는 그보다 훨씬 협소하게 '곧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를 말한다.
그럼에도 현장에선 '사망 시점'을 예측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잘라 말한다. 중환자의학회 윤리법제이사인 조우현 양산부산대병원 내과 교수는 80대 만성 폐쇄성 폐질환자를 예로 들며 "확률적으로 생존 가능성은 낮고 회복해도 1년 내 악화될 가능성이 높지만 경우에 따라선 회복하는 환자도 있다"고 설명했다. '예외적 상황'이 많아 "사망 예측은 그야말로 신의 영역"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당국은 "의사 두 명이 동일하게 판단했다면 법은 이를 존중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예상과 달랐다고 해서 그 판단이 틀렸다고 볼 순 없고, 법적으로도 의사는 보호받는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 역시 일부 상급종합병원 의료진 정도에 국한된 얘기라고 의료 현장에선 지적한다. 임종 판단을 많이 내려보고, 예상과 다른 회복 환자도 반복해 겪는 일종에 '판단 오류의 경험'을 충분히 쌓은 후에야 비로소 당국의 취지를 이해하고 체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 협약기관 상담 등을 맡은 김예은 부산대병원 간호사는 "소규모 병원에 혼자 계시거나, 치료 중심 가치관을 오래 유지해 온 의사의 경우 대부분 임종 판단 직전 '도저히 못 쓰겠다'고 어려움을 호소한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이 그린 의료기관 윤리위원회 위원 및 의료진이 환자의 임종 여부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모습. 일러스트=손영하 기자·미드저니 |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른 연명의료결정 절차. 그래픽=이지원 기자 |
의사, 병원마다 이해방식 달라
문제는 의료진이 결국 보호자들의 주장이나 의견에 이끌려가게 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김동기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임종 과정 판단이 어렵고, 특히 짧은 시간에 판단을 내려야 하는 응급실에서는 결국 보호자 의견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그 판단이 옳았느냐는 아무도 알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누가 봐도 '명백한 임종기'에는 이미 대부분 환자가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상태여서 더더욱 가족이 결정하는 사례는 늘 수밖에 없다.
보호자 입장에선 연명의료 중단을 하려면 '운이 좋아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유신혜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교수는 "'오래가진 못할 것 같은데 그래도 임종기라고는 못하겠다'고 하는 의료진이 있는 반면 절대 임종 판단을 안 해줘서 환자가 원치 않아도 기관절개를 하는 케이스도 있다"며 "운이 나쁘면 마지막까지 원치 않는 모든 치료를 받아야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식물인간 언제까지 방치
그나마도 식물인간 상태에 놓인 환자는 이 같은 고민의 테두리 밖에 방치돼 있다. 박광우 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식물인간 상태에서는 심장이 뛰고 호흡이 안정적이라 임종 판단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몇 년씩 이를 지켜보는 보호자 입장에서 연명의료 중단 방법을 묻곤 하는데 달리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논의가 엉뚱하게 '의사 조력 사망' 등으로 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식 없이 장기간 누워 있는 환자의 고통을 줄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허대석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는 "환자를 어떻게 할지 아무것도 논의하지 않은 채 고통이 너무 크니 '조력 자살을 합법화하자'는 식"이라고 우려했다.
연명의료결정 대상 환자 및 해외 현황. 그래픽=이지원 기자 |
임종기 기준을 말기로 확대해야
의료 현장에 내놓는 해결책은 간단하다. '임종기' 기준을 '말기'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일학 연세대 의대 의료법윤리학과 교수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임종 상황에서야 비로소 말을 꺼내야 하는 상황만은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고윤석 서울아산병원 건강의학과 교수 역시 "과연 현 상황에서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정당하게 보호받고 있는지 돌아보는 것이 제도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 역시 지난해 4월 '제2차 호스피스·연명의료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말기 이전에도 연명의료계획서를 쓸 수 있도록 보완하겠다"고 밝혔지만 공론화 등 보완책 마련의 움직임은 더디다. 현재 국회에서는 지난해 6월 이행 시기를 임종기에서 말기로 넓히는 법 개정안(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된 상태다.
다만 말기로의 확대를 두고는 여전히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배현정 전진상의원 원장은 "루게릭병 환자를 비롯해 많은 경우 딱히 말기라고도 할 수 없는데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이 오거나 존엄한 죽음을 원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 고민이 필요하다"며 했다. 그저 임종기를 말기로만 앞당기기엔 여전히 사각지대에 남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이명아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이행 시기는 말기냐 임종기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의사가 '의료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하는 상황이냐 여부가 더 중요하다"며 "급성 질환에 있어 말기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 '유예된 죽음' 특별취재팀
팀장= 김혜영 기자(엑설런스랩)
취재= 손영하 · 이서현 기자(엑설런스랩), 백혜진 · 정혜원 인턴기자
사진= 정다빈 · 강예진 기자
영상= 박고은 · 이수연 · 박채원 PD, 김태린 작가, 전세희 모션그래퍼, 김서정 인턴PD
인터랙티브= 박인혜 기획자, 남유진 개발자, 이정화 디자이너
- ① 갈피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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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④ 자책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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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⑤ 존엄한 작별이란
- • "죽는 약 구해 달라"던 아빠와 마지막 소풍을 떠났다 [유예된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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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는 약 구해 달라"던 아빠와 마지막 소풍을 떠났다 [유예된 죽음]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이서현 기자 here@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