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유엔사에 국경선화 작업 통보...하루 1000명 투입

북한이 작년 4월에 시작한 군사분계선(MDL) 일대 철책 설치와 비무장지대(DMZ) 북방한계선 일대 방벽 설치 작업 등을 유엔군사령부에 최근 통보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통보 이후 북한은 하루 1000명 가량의 인원을 투입해 MDL일대에서 불모지화 작업 등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0월 북한이 경의선 남북연결 도로를 폭파하는 모습. /합동참모본부 제공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5일 유엔사-북한군 통신선을 통해 이런 내용의 DMZ 일대 작업을 유엔사에 통보했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군은 지난주 후반부부터 접적 지역에서의 작업을 재개했고 하루 1000명 이상의 작업 인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며 “북한군의 활동을 예의주시하고 있고 MDL 침범의 경우에는 원칙대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4월 북한군 10여명이 중부전선에서 MDL 이남으로 남하했다가 경고사격을 받고 돌아가는 일이 있었는데, 비슷한 일이 발생할 경우 동일한 대응을 하겠다는 취지다.

북한은 작년 4월부터 MDL 인근과 DMZ 북측 지역에 다수의 병력을 투입해 삼중 철책을 설치하고 대전차 방벽을 세우는 작업 등을 진행 중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3년 말에 주창한 ‘적대적 두 국가론’에 따라 군사분계선을 국경선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겨울에는 작업을 일시 중단했다가 올해 들어서 MDL 일대에서 불모지화 작업 등을 봄부터 재개해왔다. 지난 25일 통보 이후 작업 투입 인원은 올초 300~400여명 수준의 3배 가량으로 늘어난 1000명 수준이 됐다고 한다.

합참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북한측 인원이 많게는 하루에 8000~1만명이 투입돼 10여개 지역에서 작업을 했다. 현재까지는 1000명 수준이나 향후 투입 인원이 늘어날 것으로 합참은 전망하고 있다.

북한은 작년 10월 남북을 연결하는 경의선·동해선 일부 구간을 폭파하기 직전에도 유엔사에 관련 계획을 통보했다. 하지만 약 8개월 전의 통지와 달리 국방부는 “이번 북한의 통지는 남북 긴장 완화와 관련된 의미 있는 메시지로 볼 수도 있다”고 했다. 북측이 이번에 DMZ 일대에서 진행 중이던 철책 설치 작업 등을 뒤늦게 통보한 것은 유엔사, 나아가 남측과 소통을 재개할 수 있다는 신호를 발신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정전 체제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유엔사 측은 “개별 사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면서도 “사전 통보는 오해와 판단 착오의 위험을 낮추는 데 유용하다”고 했다.

[양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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