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보영. BH엔터테인먼트 제공. |
박보영은 내년 활동 20주년을 맞는다. 2006년 EBS 드라마 '비밀의 교정'으로 데뷔한 후 올해로 19년째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누비고 있다. 19년을 쉬지 않고 활동하면서 작은 체구와 귀여운 외모와는 전혀 다른, 단단한 내공을 갖춘 베테랑 배우가 됐다.
지난 29일 종영한 '미지의 서울'은 19년간 그가 갈고 닦은 뚝심이 빚은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드라마는 모든 게 다른 쌍둥이 자매가 인생을 맞바꾸는 거짓말로 진짜 사랑과 인생을 찾아가는 로맨틱 성장 드라마다.
박보영은 극 중 얼굴은 똑같지만 성격은 딴판인 유미지, 유미래 역을 동시에 소화했다. 달리기 선수였다가 부상으로 꿈을 잃은 후 시골 마을에서 살아가는 유미지와 공기업에서 회사 생활을 하는 유미래가 서로의 처지를 바꿔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면서 '1인 2역'을 넘어 '1인 4역'까지 완성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tvN 토일극 '미지의 서울' 종영 기념 인터뷰에서 그는 “이제 다시는 1인 2역 안 할 래요”라고 웃으면서도 “드라마를 통해 나 또한 위로를 많이 받았다”고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또 “힘들수록 성장한다는 말이 있지 않나. 이번엔 정말로 내 스스로가 성장한 것이 느껴진다”며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배우 박보영. BH엔터테인먼트 제공. |
“진짜 너무 좋다. TV 방영 드라마가 오랜만이어서 매주 마다 본 방송을 '달렸다'. 함께 시청자와 반응을 나누니 재미있더라.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었다. 감사하게도 좋은 반응들이 많아서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다. 손가락 바쁘게 지내는 나날을 보냈다. 방송 전에 제일 걱정했던 게 '내가 두 번 나오는 걸로 생각하면 어쩌지'하는 거였다. 그런데 시청자들이 미지와 미래를 구분해 주시더라. 미래인지 미지인지 잘 모르게 표현할 때에도 알아채시는 게 신기했다. 반가운 마음이 컸다.”
-1인 2역을 어떻게 준비했나.
“박신우 감독님과 1인 2역에 대해서 논의를 많이 했다. 감독님께서 가장 크게 말했던 점이 '1인 2역이라고 해서 너무 다르게 하려고 노력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잘 사용하지 않는 톤을 억지로 쓰는 것은 지양하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우는 장면에서 미래는 울음을 삼키고, 미지는 엉엉 우는 식으로 '기본 셋팅값'에서 차이를 두려고 노력했다. 미래 같은 경우는 가족들과 말할 때나 혼자 있을 때 등 지극히 개인적인 생활을 할 때의 톤을 많이 썼다. 미지는 연기나 사회 생활 할 때 쓰는 톤을 가져왔다. 나만의 디테일을 찾자 싶어서 헤어, 메이크업으로 차이를 두려고 했다. 미지는 머리 꼬랑지가 항상 남고, 메이크업을 할 때에는 아이라인의 점막을 미처 다 못 채운다. 화장을 못한다는 설정을 혼자 뒀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이라인 하나도 서로 다르게 만들려고 노력했는데, 시청자들이 그 차이를 알아봐서 다행이었다.
-1인 2역이 어렵지는 않았나. 결심은 어떻게 했나.
“너무 부담이 있었고, 그만큼 욕심이 정말 있었다. 일단 드라마의 대본이 좋았고, 대사들도 좋았다. 이걸 보면 많은 분들이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출연한다고)질러 놓고 다음 날이 되니까 비로소 '어머, 어떻게 하지' 싶더라. 첫 촬영 전에는 도망가고 싶었다. 촬영을 하면서도 많은 실패를 경험하면서 과연 내가 이걸 잘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촬영 막바지까지 물음표였던 거 같다. CG를 하다 보면 아예 상대가 없는 상태에서 연기할 때도 있는데 스탠드에다가 표시를 해 두고 혼자 연기를 하는 것이 참 어려웠다. 내가 안 하던 것을 하다 보니 많이 성장한 것 같다. 하지만 1인 2역은 다시 안 할 것 같다. 감히 말하지만, 더 이상 없지 않을까. 모르니까 용감하게 선택했지, 어떻게 촬영하는지를 이제 안 이상 선택하기 힘들 것 같다.”
배우 박보영. BH엔터테인먼트 제공. |
“둘 다 아직도 좋은데 더 이해할 수 있었던 건 미지였다. 미래가 겪은 일들은 내가 직장 생활을 안 해봐서 미지수가 있었고, 미지는 내 일을 사랑하는 점이나 엄마와의 관계성이 나와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나 또한 실패를 경험했을 때 '아무것도 안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도 해봤다. 그래서 미지의 생각에 더 공감이 됐다. 엄마와의 관계성도 비슷했다. 엄마는 나를 미래처럼 조심스럽고 어려운 딸처럼 대한다 생각한다. 나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극 중 엄마랑 싸우다 엄마가 울어서 '왜 울어'라면서 달래는 장면이 있다. 나도 그런 경험을 정말 똑같이 해본 적이 있다. 엄마가 내 앞에서 운 적이 있는데 순간 모든 화가 사라지면서 극 중 캐릭터와 똑같이 '왜 울어'라며 속상해 하고 있더라. 그런 장면이나 대사를 보면서 '미지의 서울'이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작품이라 느꼈다.”
-평소에 힘들 때 어떻게 극복하나.
“극 중 미지가 한강 좋아하지 않나. 나도 한강 좋아한다. 시골에서 올라와서 서울에서 적응하는 것도 미지와 똑같았다. 제가 한번은 너무 힘들어서 울고 싶은데 울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 한강에 가서 운 적이 있다. 그 장소는 이제 나만의 '스팟'이 됐다. 일하면서도 쏟아내고 싶은 순간에는 그곳에 간다. 요즘에는 그곳이 스스로 다짐하는 장소가 됐다. '지금은 전보다는 덜한 거 같은데, 울 일이 아닌 거 같은데' 이런 생각을 하는 거다. 울고 싶을 땐 아예 다 쏟아 내기도 한다. 그 외에는 주로 팬들의 메시지나 응원을 찾아본다. 라이브 방송하다 편지를 보면서 엄청 운 적이 있다. 그 편지가 내게 위로와 응원이 되는 편지였다. 그런 편지를 모아 놓는 상자가 따로 있다. 힘들 때면 그걸 다 읽는다. 그럼 '나아 가야지'하며 다짐을 하게 된다.”
-박진영, 류경수와 각각 로맨스를 이루지 않나. 두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첫 인상은 두 남자 배우를 바꿔서 생각했다. (박)진영이가 장난스러운 줄 알았고 (류)경수가 차분할 줄 알았다. 만나보니 완전히 반대더라. 경수 같은 경우는 장난기가 생각보다 많다. 까불거리는 장난기가 아니라 한 마디 한 마디가 웃긴다. 집에 가서 누웠는데 피식 하는 스타일이다. 진영이는 아이돌 출신이니까 활발할 거라 생각했는데 '애어른' 같은 구석이 많았다. 극 중 이호수 역의 박진영과의 관계는 내가 20대로 돌아가서 풋풋한 연애를 하는 느낌이었고, 한세진 역 류경수와는 성숙한 연애의 느낌이었다. 극에서 그런 차이가 잘 드러나서 연기하면서 재미있었다. 제가 언제 한 드라마에서 양쪽 다 응원을 받는 사랑을 해 보겠나. 둘 다 연결되어도 문제가 없는 상황을 하다 보니 정말 재미있었다.”
배우 박보영. BH엔터테인먼트 제공. |
“일부러이긴 하다. 그 전에는 판타지도 많고, 밝고 통통 튀는 캐릭터들을 많이 했다. 나름 배우로 10년 지나가는 상황에서 한 이미지로 굳혀지는 것 아닐까 걱정을 했다. 내 안에도 다양한 모습이 있는데 그걸 보여 줘야겠단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2023년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나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등을 하게 됐다. 당시에 위로를 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살아가며 실패도 있었고, 그럼에도 살아가는 게 괜찮다는 마음이 있었다. 사람들이 나를 보고 공감과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커졌다. 감사하게도 고민했던 시기와 나이대가 비슷하게 맞아 든 것 같다. 현재 촬영 중인 차기작 '골드랜드'는 장르나 캐릭터가 어두워서 '아둠의 끝장'을 찍을 기세다. 그렇게 해보니 평상시에도 어두워지는 것 같다. 다음엔 좀 밝은 걸 해볼 생각이다. 이런 식으로 계속 하고 싶은 것도 달라져서 점점 바뀌는 것 같다. 단, 대본을 선택할 때에는 내 마음이 동요하는지, 공감을 할 수 있는지 아닌지를 따져본다.”
-내년 20주년을 맞는다. 어떤가.
“20년이나 연기할 거라고 나도 상상을 못했다. 세상에나. 정말 오래됐다. 맨처음에 EBS 드라마 '비밀의 교정'을 할 때에는 맨날 감독님한테 혼나고 그랬는데. 집에 갈 때마다 '온 우주가 나한테 이 일을 하지 말라고 하는구나' 싶기도 했다. 그런데 웃긴 게 정신차리고 나면 또 (연기)하고 있더라. 너무 신기하다. 이제는 '아 그냥 감사하게 이것이 나의 운명이구나' 받아들이기로 했다. 원래는 스스로에게 후한 편이 아닌데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하면서 나에게 칭찬하는 방법을 공부하며 많이 좋아졌다. 꽤 긴 시간 동안 열심히 하고, 감사하게도 작품을 하고 있는 건 그래도 내가 못하고 있지는 않나 보다 생각한다. 이 일은 내가 선택을 받는 입장이고, 언제까지 나한테 사람들이 관심을 줄 지 모르는 것이지 않나. 그럼 사랑을 받을 수 있을 때 열심히 받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장해가는 과정을 돌아보니 나쁘지 않았다. 물론 앞으로 가야 할 길도 많다 싶고. 이제야 좀 성장한 느낌이 든다. '미지의 서울'을 하면서는 진짜 성장한 거 같다. 힘든 만큼 성장한다는데 '성장통'을 다시 제대로 겪은 느낌이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일을 오래 하면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진다. 욕심이긴 한데 그 마음이 높게 책정해야 그나마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그건 변하지 않는다. 많은 것들이 내면에서 하루하루 변하지만, 오히려 변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건 '휩쓸리지 않고 추구하는 것을 이루면서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작품 마다 장르와 캐릭터가 변해도 메시지와 캐릭터의 마음을 제대로 전달하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그런 마음을 가지고 연기를 하고 싶다.”
유지혜 엔터뉴스팀 기자 yu.jihye1@hll.kr
사진=BH엔터테인먼트 제공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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