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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왜 은행을 털었느냐고? "거기 돈이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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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0 서턴의 법칙(Sutton's Law)

1950년대 미국서 가장 악명(?) 높던 은행 강도 윌리 서턴. FBI가 지명수배 전단에 썼던 사진이다. 위키피디아.

1950년대 미국서 가장 악명(?) 높던 은행 강도 윌리 서턴. FBI가 지명수배 전단에 썼던 사진이다. 위키피디아.


‘서턴의 법칙(Sutton’s law)’이란 게 있다. 병원 의사의 진단 등 특정 문제에 대한 원인과 해법을 찾을 때, 시간과 비용 절감을 위해 가장 단순하고 분명해 보이는 것들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 1950년대 미국에서 가장 ‘악명(?)’ 높던 은행 강도 윌리엄 “윌리” 서턴(William “Willie” Sutton, 1901.6.30~1980.11.2)의 이름에서 따온 용어다. 알려진 바 서턴은 왜 은행을 털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거기 돈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아일랜드계 미국인으로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그는 8세 무렵부터 자잘한 좀도둑질을 시작해 1952년 체포될 때까지 은행 강도로만 미 연방수사국(FBI) 추산 당시 기준 약 200만 달러를 털었다. 키 170cm의 작은 체구지만 말쑥한 외모와 멋진 화술 및 매너 덕에 낯선 이들은 그를 흠잡을 데 없는 신사로 여기곤 했다고 한다. 그는 수많은 범죄 행각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사람을 직접 다치게 하거나 살해하지 않았다.

사기와 변장에 능해 범행-탈옥 과정에서 경찰관이나 청소부, 건물 수리공, 경비원이나 은행 직원처럼 꾸미기도 했다. 3차례 탈옥에 성공한 그는 1950년 FBI의 10대 지명수배자 명단에 올랐지만 서민들은 살인을 일삼던 마피아 조직원들과는 딴판인 데다 그들의 삶에는 전혀 무해했던 그를 ‘배우 윌리’ 혹은 ‘미꾸라지 윌리(Willie the Slick)’라는 ‘애칭(?)’으로 불렀다. 그는 1952년 재판에서 생애 네 번째 종신형과 135년 징역형을 선고 받았고 1969년 모범수로 가석방됐다. 수감 시절부터 몇 권의 회고록과 자서전을 출간했고 출옥 후 한 은행의 신용카드 TV광고 모델로 발탁되기도 했다.

그는 “거기 돈이 있기 때문”이라 말한 적 없다고, 어느 의욕적인 기자가 지어낸 말일 것이라고 자서전에 썼지만, 그가 서턴이다 보니 그 말을 곧이곧대로 안 믿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저 법칙은 지금도 ‘서턴의 법칙’이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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