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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삼풍 참사 30년

조선일보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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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성규

일러스트=김성규


1995년 6월 29일, 6·27지방선거가 막 끝나 기자는 휴가를 얻어 느지막하게 차를 몰고 휴가지로 가고 있었다. 오후 6시를 넘어서면서 라디오에서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는 소식을 전하기 시작했다. 라디오만 듣고는 백화점이 어떤 형태로 무너졌다는 것인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휴게소에 들러 TV를 보니 분홍색 거대한 건물 중간 부분이 폭삭 주저앉아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캡(사건기자를 지휘하는 고참기자)은 숨넘어가는 목소리로 “빨리 복귀해 현장으로 가!”라고 지시했다.

▶30년 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는 502명 사망, 6명 실종, 937명이 부상당한 한국전쟁 이후 최대 참사였다. 강남 한복판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백화점 한 동이 완전히 무너지는데 단 20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성수대교가 무너진 지 1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충격이 더욱 컸다.

▶취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붕괴 10여 일 후부터 차례로 구조된 세 남녀 젊은이 얘기다. 500여 명이 사망하는 어이없는 붕괴 사고에 의기소침해 있던 국민은 이 소식에 열광했고 세 젊은이는 금세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세 명 모두 백화점 직원 또는 아르바이트생이었다. 정이현의 단편 ‘삼풍백화점’도 사고 당시 백화점 점원으로 일한 여고 동창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 친구는 사고 후 끝내 연락이 없었다. 소설엔 서태지 열풍, 삐삐, 싸이월드 등 사고 당시 풍경도 잘 드러나 있다.

▶이 사고는 우리나라 건축과 구조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참사가 설계부터 시공, 관리 등 전 과정이 부실덩어리였기 때문으로 드러나면서 건물 안전 평가 도입을 골자로 한 시설물안전특별법이 제정됐다. 건축법도 대폭 강화됐다. 경찰, 소방서, 군, 자원봉사자들이 현장에서 우왕좌왕하는 문제점도 드러났다. 이 사고를 계기로 소방이 국가적 재난에 대비할 수 있게 119 중앙구조대도 설치했다. 삼풍백화점 터에는 2004년 주상복합 아파트가 세워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한남동 관저에서 나와 살고 있는 곳이다.

▶제도를 많이 개선했다고 하지만 안전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2022년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신축 현장 사고는 내외부 구조물이 무너져 내린 것이 ‘삼풍 사고의 판박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태원 참사 때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이 삼풍 붕괴 참사 이후 무엇을 배웠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소득 4만 달러를 앞둔 시점인데 “설마...” 하는 안전 불감증은 언제쯤이나 나아질까.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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