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우가 29일 열린 KLPGA투어 맥콜·모나 용평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동료들의 물세례를 받고 있다. (KLPGA 제공) |
사흘 동안 버디 25개를 쏟아부었다. 보기 2개는 우승에 걸림돌이 될 수 없었다. 고지우(23)가 ‘버디 폭격’으로 역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54홀 대회 최소타 타이기록(23언더파 193타)을 세우며 맥콜·모나 용평 오픈(총상금 10억원) 우승을 차지했다. 통산 세 번째 우승이다.
고지우는 29일 강원 평창 버치힐 컨트리클럽(파72·6429야드)에서 열린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 6개, 보기 1개를 기록하며 유현조(21언더파)를 2타 차로 제쳤다. 우승 상금은 1억8000만원.
우승 경쟁은 ‘나는 새(birdie) 위에 더 높이 나는 새’가 있는 형국으로 진행됐다. 작년 신인왕 유현조가 18번홀(파5)에서 3번째 샷을 홀 1.3m에 붙였다. 이 퍼트가 들어가면 당시 16번홀(파4)에 있던 고지우를 1타 차로 압박할 수 있었다. 그런데 고지우가 16번홀에서 117야드를 남기고 친 두 번째 샷을 홀 옆 0.5m에 붙였다. 고지우는 경쟁자인 유현조의 18번홀 버디에도 2타 격차를 유지하면서 우승컵을 들 수 있었다.
고지우는 2년 전 이 대회에서 프로 첫 우승을 차지했는데, 그때도 16번홀에서 결정적인 장면이 나왔다. 당시 16번홀에서 티샷과 세컨드샷이 모두 러프에 빠지는 위기를 맞았지만, 나무를 넘기는 3번째 샷으로 홀 1.9m에 붙여 파를 지켰다. 고지우는 “프로암 때 식당 직원분이 ‘16번홀은 고지우홀’이라고 말해줬는데, 오늘 또 좋은 샷이 나왔다”고 했다.
고지우는 데뷔 시즌인 2022년 버디 수 1위(336개)에 올라 ‘버디 폭격기’란 별명을 얻었다. 올 시즌에도 평균 버디 1위(4.46)를 달리는 고지우는 1라운드 버디 9개(보기 1개), 2라운드 버디만 10개(코스 레코드 타이), 3라운드 버디 6개(보기 1개)를 잡으며 각종 기록을 세웠다. 2라운드까지 중간 합계 18언더파 126타로 KLPGA 투어 36홀 최소타 기록을 갈아치웠다. 종전 기록은 2018년 6월 조정민(31)이 롯데칸타타 여자오픈에서 세웠던 17언더파 127타였다. 다만 당시 조정민이 세웠던 54홀 최다 버디 기록(27개)에는 2개가 모자랐다.
고지우가 투어에서 손꼽히는 버디 사냥꾼이 된 데에는 경기 운영 방식을 바꾼 것이 도움이 됐다. 어떤 상황에서도 핀을 향해 공격 일변도로 샷을 날리던 성향 대신 ‘필요할 때는 참고 끊어가는 공략’에 눈을 뜬 것이다. 고지우는 2라운드 18번홀(파5)에서도 투온을 시도하려다가 확실하게 버디를 잡으려고 꾹 참았다고 한다. 고지우는 3번 만에 그린에 공을 올려 버디를 잡아냈다. 고지우의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이전까진 러프에 빠지거나 거리가 많이 남는 등 상황이 좋지 않아도 바로 홀을 노리며 공격적으로 경기했다”며 “버디를 많이 잡지만, 보기가 무더기로 나오기도 하는 약점을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성규 |
미국 투어 최다 버디 기록도 한국 선수들이 갖고 있다. PGA 투어에선 임성재(27)가 작년 더 센트리 대회(72홀)에서 버디 34개를 잡아내 최다 기록을 세웠다. 당시 임성재는 공동 5위(최종 합계 25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LPGA 투어에선 김세영(32)이 2018년 손베리 크릭 클래식에서 버디 31개를 엮어 72홀 기준 최다 기록을 경신하며 우승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선 2017년 이승택(30)이 티업·지스윙 메가 오픈에서 버디를 30개 기록하며 72홀 기준 최다 기록을 썼다.
[이태동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