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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에겐 조사 못 받겠다는 尹… 경찰에 낸 의견서엔 "성실히 응할 것"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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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신문' 핑계 특검 수사 어깃장 놓는 처사 비판
부글부글한 경찰 "검찰 출신 대통령의 오만이냐"


윤석열 전 대통령이 29일 새벽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청사에 마련된 내란특검 사무실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공동사진취재단

윤석열 전 대통령이 29일 새벽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청사에 마련된 내란특검 사무실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공동사진취재단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이 박창환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총경)에겐 특검 조사를 받을 수 없다고 버티는 걸 두고 특검 수사를 피하기 위한 어깃장이란 지적이 나온다. 얼마 전 윤 전 대통령이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에 제출한 의견서엔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은 28일 오전 10시 14분부터 박 총경으로부터 특검 조사를 받았다. 윤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인 체포영장 집행 저지와 비화폰(보안 처리된 전화) 삭제 지시 수사를 지금까지 경찰이 진행해 온 점을 고려해 수사의 연속성을 위해 박 총경에게 첫 신문을 맡긴 것이다. 약 1시간 조사받던 윤 전 대통령은 휴식 및 점심 식사 시간을 가진 뒤 돌연 박 총경의 신문 자격을 문제 삼으며 조사자 교체를 요구했다. 윤 전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이 불법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경찰관에 박 총경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였다.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조사를 받을 수 없다'는 논리도 폈다. 윤 전 대통령은 오전에 받은 조서엔 날인도 하지 않았다.

경찰은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에 이틀 연속 반박 자료를 내며 적극 대응했다. 1차(1월 3일) 체포영장 집행 당시 박 총경은 현장에 없었고, 2차(1월 15일) 체포영장 집행 당시엔 김성훈 당시 대통령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을 체포하기 위해서 현장에 갔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김 전 차장과 이 전 본부장에 대한 체포영장은 수사주체, 관할 법원 등에 대한 논란조차 전혀 없었던 명백하게 적법한 영장"이라고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이 언론에 낸 '경찰의 대리인 역할을 하기 위한 들러리 특검이냐'는 표현을 두고 경찰 내부에선 "검찰 출신 대통령의 오만이냐" "전직 대통령은 경찰 수사를 받을 수 없다는 거냐" 등의 날 선 반응도 나왔다. 박 총경은 경찰대 15기로 경찰 재직 중 사법고시(52회)를 합격하고 버닝썬 등 굵직한 사건을 담당해온 '수사 베테랑'이다.

윤 전 대통령 측 논리에 모순이 있다는 비판도 있다. 윤 전 대통령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으로부터 3차례 출석 요구를 받고 불응했는데 당시 두 차례 의견서를 제출했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1, 2차 의견서는 합쳐서 A4용지 45쪽 분량인데 의견서 어디에도 박 총경을 문제 삼거나, 경찰에겐 조사받을 수 없다는 취지의 내용은 없다. 오히려 "수사 협조 차원에서 귀청이 서면질의서를 송부하면 서면조사에 성실히 응할 의사가 있다" "서면조사가 미흡하면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조사도 협의할 의사가 있다"고 적었다. 가장 최근인 지난 17일 윤 전 대통령이 제출한 2차 의견서 수신인은 지금 박 총경이 속해 있는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였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피고발인의 고발인 조사는 부당하다'고도 하지만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 법무부의 2022년 '판·검사 공무원 범죄 접수 및 처리 현황' 통계에 따르면, 판사나 검사가 피의자로 입건된 사례는 한 해에 1만621건이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재판 또는 수사와 관련된 이들이 담당 판검사를 고소·고발한 경우였다. 피의자 고발 때마다 수사 주체를 바꾼다면, 피의자는 고발장 제출만으로 수사 주체를 고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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