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6경제단체·기업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재명 정부가 국가 연구개발(R&D)사업 예산의 편성·심의·집행 등 전 주기에 걸친 대수술에 착수한 가운데 과학기술 거버넌스의 역할과 기능이 확대될 전망이다. R&D 예산 규모를 국가 예산에 상수로 배정하고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 기능을 강화하는 등의 청사진이 부상했다.
29일 관가와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는 국가 R&D 사업 예산 수립 체계에서 기획재정부 역할과 권한을 축소하고, 국가과학기술자문회와 과학기술혁신본에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출한도 설정 권한 등을 새로운 과기 거버넌스에 넘기고 미래 투자 분야에 과감한 재정 지출을 담보하겠다는 구상이다.
국가 R&D 사업 예산은 기재부가 연초 설정하는 지출한도(실링)를 시작으로 과기혁신본부가 각 부처의 예산을 배분·조정해 편성한다. 과학기술기본법에 따라 6월 30일 대통령이 의장인 과기자문회의가 이를 심의한 뒤 다시 기재부에 전달한다. 기재부는 다시 R&D 사업과 예산을 재조정해 최종 정부안을 국회에 전달한다.
새정부는 현 R&D 사업 예산 수립 구조가 사실상 기재부 주도로 움직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과기자문회의 심의 이후 기재부가 사실상 예산을 배분·조정하기 때문에 과기 콘트롤타워 기능을 무력화하고, 재정 상황에 따라 R&D 투자 기조가 흔들린다는 평가다. 지난 정부의 대규모 R&D 삭감 사태 또한 이런 구조에서 비롯됐다고 인식한다.
이재명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우선 과기자문회의의 심의 기한을 8월까지 연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부 예산안을 확정할 때까지 과기자문회의와 과기혁신본부 주도로 예산을 배분·조정·심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R&D 예산 지출한도 설정과 관련해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과거 문재인 정부는 과기혁신본부를 부활시키고 R&D 예산 지출한도를 기재부와 공동으로 설정하게 했다. 하지만 관련 법률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로 인해 과기혁신본부는 R&D 전체 예산은 물론 각 부처별 지출한도 설정에도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R&D 예산의 효율적인 배분·조정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국정기획위 업무보고에서 국가 총지출의 5%를 R&D 예산으로 확보하는 법 개정과 함께 각 부처별 지출한도 설정에 참여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조승래·황정아 의원이 각각 과학기술기본법·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새정부가 이른바 바 'R&D 예산 법제화'와 지출한도 재설정을 주요 과제로 추진할 동력이 마련된 셈이다.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R&D 예산이 재정 당국의 간섭이나 관여 없이 효과적으로 어떻게 편성하느냐가 관건”이라며 “6월 30일이라는 기한을 늦춰서 간섭 여지 또한 줄이자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과기자문회의 심의회의는 30일 국가R&D사업 예산 배분·조정안을 심의한다. 과기정통부는 이와 관련해 국정기획위 보고에서 “기재부의 정부 R&D 지출한도가 30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000억원 늘어났지만 주요 R&D 29개 부처 중 16개 부처가 R&D 예산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당시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새 정부 기조에 충분히 맞게 준비해왔지만 지출한도를 주는 것은 여전히 기재부이고 생각보다 작은 실링이 지금 와있다”고 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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